사유의 건축 - 건축으로 사람과 삶을 보다
최동규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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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뮤지컬이나 오페라, 영화 같은 예술 분야에서 종합예술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한 사람의 시나리오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기술과 예술적 기법,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이 어우러져야 완성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예술 장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책 사유의 건축을 통해 건축이야말로 냉철하고 정확한 계산과 판단을 바탕으로 한 지성과, 그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반영되어야 할 감성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하나의 종합예술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 먼저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사유즉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건축 의뢰가 들어오면 건축주가 요구하는 조건을 구현화하기 위해 맨 먼저 주로 새벽 시간을 활용하여 깊이 있는 사유의 과정을 거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건축주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이미지를 건져올린다. 예를 들어 99쪽에서부터 소개되고 있는 서울장신대학교 종합관의 경우 도서관과 식당, 강당이 혼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되었다. 주변 환경과 대지의 조건, 다른 건물과의 조화, 태양의 위치 등을 고려하는 가운데, 하나의 공간이면서도 세 가지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멀티 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과정 역시 사유하기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런 치열한 사유하기의 끝에 나온 이미지가 개미였다고 한다. 개미의 신체 구조와 각 부분이 지닌 기능과 통일성을 통해, 또 개미의 생존 방식과 특성을 통해 건축주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건축가의 확장된 의미 부여가 성공하는 순간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건축을 통한 인문학적 사색집 혹은 종교적인 고백록으로 읽어볼 수 있다. 또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의뢰받은 사안에 대해 안팎으로 아주 깊이 천착하는 성실한 건축가의 성취와 성장 기록으로서도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어 평소 사유와 실천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운 독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저자가 주로 교회 건축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건축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기 때문에 책에 다뤄진 교회 건축물들에 대한 감상과 평가가 독서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요즘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곱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미리 예상한 듯, 너무 종교적인 부분과 연관시키지 말고 건축을 건축 자체로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건축물과 그 안에서 생활하거나 특정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상호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이 책은 비유와 상징, 내러티브 같은 해석학적 용어들이 자주 사용된다. 왜냐하면 하나의 건물은 건축 재료들로 지어올린 단순한 무기물로서만이 아니라, 설계 의뢰부터 시공 단계 및 완공은 물론이고 완공 이후 하나의 건물로서 기능하는 데 이르기까지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의 수많은 현실적인 이혜관계와 감정, 삶의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및 자연적인 요소들과도 연결되어 더 풍성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이 책은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두 번째 사랑이면서 첫 번째 건축 스승인 그의 건축 철학을 토대로 성장해온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알바 알토의 건축 철학은 인간의 대한 배려, 형태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 직선과 곡선의 자유로운 결합, 한결같은 햇빛 사랑 등으로 요약되는데, 그의 건축 세계와 그 결과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건축을 통해 사회와 인간에게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 건축주의 필요를 채우면서도 사람을 배려한 동선을 만들고, 빛과 창문과 목재를 활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집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등이 건축에 대한 저자의 사명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사유의 숲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하나의 보물을 찾으려는 저자의 근면 성실함을 나도 조금은 본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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