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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책 - 읽기만 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김경윤 지음 / 오도스(odos) / 2020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먼저 언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징을 상기시킨다. 언어의 발달은 인류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좀 더 분명하고 체계적인 의사 표현과 정보 전달 및 공유의 요구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 언어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이 자기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오래도록 발전해온 이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서 이것을 가장 최선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책 쓰기’로 규정하고 있다. 글쓰기나 책 쓰기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와 책 쓰기를 명확하고 구분하고 있는 점이 우선 눈에 띄었다. 글 쓰는 사람을 ‘작가’, 책 쓰는 사람을 ‘저자’로 그 의미를 구분하여 단순히 글을 쓴다는 것과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완성인 책 쓰기의 의미를 알려준다.
책을 쓰기 위한 존재적 근거를 확인한 다음 저자는 책을 쓰는 이유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어적 존재인 인간이 책을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능동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신분 제도 혹은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듣기와 읽기 단계에서 수동적으로만 대응한다면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노예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서의 읽기와 쓰기 능력의 중요성을 논하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위한 방법을 전한다.
책의 전반부는 책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알려준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단어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기본인 단어-문장-문단-글-책의 단계로 나누어 글의 구조와 각 기능을 설명한다. 이중 단어는 의미를, 문장은 문법의 영역이고, 문단과 글과 책은 통일성과 연결성 그리고 완결성을 갖추어야 하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여기서 저자는 매우 안타까운 통계 정보 하나를 알려주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글을 읽을 줄 아는 비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하지만, 글의 내용을 읽고 그 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에 있어서는 최악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읽는 대상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횡설수설하거나 쉽게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책 속의 한 단어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나에게도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실’이란 말 속에는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법칙이 담겨 있다”는 이 책의 문장을 보고, 평소에 내가 쓰는 단어나 말들이 얼마나 속빈 강정이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성실하다라는 말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습관처럼 쓰던 표현인데, 이런 기본적인 의미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고 있었다니 너무 부끄러웠다.
이어서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의 습관이 중요한데, 저자는 ‘작가는 글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며 항상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강조한다. 메모야말로 작가의 다음을 위한 종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나 제목으로 폴더를 만들어 해당하는 정보나 자료, 경험 등을 분류한 다음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작가는 책을 한 권만 쓰고 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다음을 준비하거나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자신의 평범한 경험에 고유한 생각을 입혀 특별한 경험으로 축적해놓는 것, 읽고 기록에 남겨놓는 버릇이 작가로서의 기초 활동이라는 것, 평소에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책 쓰기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볼 때 메모와 정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작가에게는 필수사항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농부의 비유다. 농부가 철에 맞춰 부지런히 심고 가꾸고 거두어들인 다음 또 다음 해 농사를 준비하듯이, 작가도 시기에 맞춰 부지런히 책을 쓰면서 또 책 쓸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농부가 한 해 농사를 망쳤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종자를 준비하듯, 그렇게 작가는 과거와 오늘, 또 내일을 작가로 살기 위해 성실한 농부의 마음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책을 실제로 쓰는 데서부터 출판사를 찾고 계약하는 과정, 그리고 책 출간 이후에 해야할 일 등 실전적인 가르침으로 채워져 있다. 큰 욕심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부터, 기초부터 차근차근, 경험과 훈련을 통해 점점 실력 있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원고쓰기의 단계에서 초고를 가급적 빨리 쓰고, 퇴고는 아무리 오래 많이 해도 좋다는 충고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다. 또 작가는 쓰고 비판받으면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가르침도 마음에 와 닿았다.
책 쓰기는 언어적 존재로서의 한 사람의 자기 증명, 혹은 능동적인 생존 방식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내 삶의 주인공이 나, 라는 그 진부한 표현을 가장 치열하고 실존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책 쓰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