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
안웅철 지음 / 파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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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니 답답하기만 현실이라고 여기고 있던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야 할,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만, 어디가 바닥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 지금 주어진 이 상황, 만나는 사람들, 기회들을 나중을 위해 견뎌야만 하는 시간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와 여행 - , 그녀 그리고 나 - 다시 보기 -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도시와 여행 파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나머지 장들은 비슷한 분량으로 구성되었다.

 

 

 

 

 

 

도시와 여행’, 에서는 세로 사진에서 가로 사진으로, 도시의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바뀌는 풍경을 통해 작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은 시선의 변화에 대해 얘기한다. 풍경이 변화하듯 마음도 변화한다는 것을. 사진의 모양새를 통해 내면의 변화를 포착하는 작가의 감각이 눈에 띈다. 작가가 여행한 곳 중 책에 소개된 곳은 페루, 몽골, 뉴욕의 코니아일랜드, 인도 판공초 호수, 홍콩, 아이슬란드, 미국 조슈아트리국립공원, 뉴욕의 지하철, 런던과 스코틀랜드 등이다.

 

몽골의 경우, 고비사막이 모래뿐만 아니라 암석지대와 초원지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여름에 큰비가 오고나면 사막이 순식간에 푸른 초원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 광경을 꼭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양과 낙타, 부추꽃으로 뒤덮인 몽골의 광대한 초원과 그것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별빛 가득한 하늘의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도 판공초 여행 중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를 지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30시간이 걸리는 버스로 그곳을 오르면 자연스레 고도에 적응 할 수 있고, 1시간 반만 걸린다는 비행기로 급하게 이동하면 고산병 증세로 며칠을 고생하게 된다는 부분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인도 도시의 숨막히는 더위와 고산지대의 0도에 가까운 차가운 기온의 차이에서 오는 대비가, 문장만으로도 상당히 실감났다. 판공초 호수는 인도영화 세 얼간이로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불합리하고 정리 안 된 풍경으로 정리되는 그곳, 인도가 왜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도 사로잡는 걸까?

 

 

 

 

 

 

아이슬란드 편에서는 그 나라 뮤지션인 시규어 로스비요크의 음악을 알게 되어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볼 수 있었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첫 느낌이 약간 괴기스러웠는데,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분위기가, 더 듣고 있자니 그래,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 원작의 애니메이션 몬스터에서 받은 느낌, 딱 그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는 스코틀랜드 여행이 저자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여행이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가라 해도 때로는 순간을 담지 않고 그 순간 안에 포함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나 보다. 사진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사진은 까맣게 잊어버린 기억이나 추억도 선명하게 혹은 강렬하게 떠올리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사진작가에게는 사진의 위대함으로 다가오나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두 번째 파트인 , 그녀 그리고 나에 담겨 있다. 음악 쪽에서 일을 하다 사진을 하게 된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조동진과 김광석 이야기가 짧지만 짙은 색채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다시 보기에서는 작가 고유의 사진 감성을 갖기 위한 노력과, 사진의 역할을 한층 확대해준 드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러 가지 꽃 사진을 많이 선보이는데, 어머니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연 상태로 피어 있는 꽃만 촬영한다는 저자의 꽃 촬영법이 인상적이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중단되었지만 가까운 일상에서 담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 저자의 걷기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저자의 삶에서 여행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지금의 어려움이 극복되어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다니며 세상의 아름다움과 의미 있는 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누구나 예상 밖의 오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당혹스럽기는 하겠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빛낼 수 있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진으로 남겨두어 훗날 지금 이 시간들을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고 의미 있었던 순간들로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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