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부자들 - 평범한 그들은 어떻게 빌딩부자가 되었나
성선화 지음 / 다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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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출간된 ‘워렌 버핏 평전’이란 책에는 버핏의 평생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업자, 그 자신 또한 위대한 투자자로 손색이 없는 찰스 멍거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부의 축적 수단으로 투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라고 답한 바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 사사로운 것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위해 그는 부의 축적을 시작했고 그 수단으로 투자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왜 돈을 모으려고 하는가? 언제부터 우리는 지금처럼 돈에 이렇게 얽매이며 살게 되었는가? 부에 대한 성숙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너무 심각한 물질중심주의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이상적인 세상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기도 했지만 나 역시 돈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복권을 사게 되고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지는 일이 최근 들어 많아졌다.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찰스 멍거의 지론을 통해 돈에 대한 욕구는 곧 자유에 대한 열망의 다른 얼굴일 뿐이라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부에 대한 열망이 생기면서 얼마간 좌충우돌하다 최근 들어 경제전반과 투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만난 책이 ‘빌딩부자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부자들은 아파트를 통한 재테크 열풍이 오랫동안 강하게 불던 시절부터 빌딩 거래에서 가능성을 발견해 작게는 수십 억에서 크게는 수천 억에 이르는 자산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몸과 마음이 깨져 가며 악착같이 부를 일궈온 자수성가형,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을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받은 경제 교육과 타고난 투자 감각을 바탕으로 훨씬 크게 불린 상속형 등 강남을 중심으로 한 빌딩 부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성실하게 사는 것이 후에 얼마나 큰 차이를 낼 수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꼭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그들은 남다른 면을 보였다. 분명한 목표와 꿈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은 모든 빌딩부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부를 통해 행복한 인생을 일구려는 사람들도 분명한 삶의 철학과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를 이루는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그것이 철저한 절약과 저축을 통한 것이든, 주식을 하든, 부동산 거래를 하든, 장사를 하든 무엇을 하든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질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올바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쌓아놓은 부가 허망하게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보면 우리가 행복하게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와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세속적이지 않고 확고한 인생관과 신념을 바탕으로 세워져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유용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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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여행
홍미선 지음 / 비주얼아트센터보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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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북극의 오존층이 40% 이상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없이 많은 생물 종들이 해마다 지구의 역사에서 그들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있고, 숲 역시 인간의 욕망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마구 베어져 나가고 있다. 기상이변은 피부로 분명히 느낄 정도가 되었다. 나는 이런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인류가, 혹은 전 인류를 좌지우지하는 소수의 어떤 이들이 정말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다. 그리고 무섭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지구는 언젠가 그 수명을 다하고 인류도 제 역할을 마칠 날이 분명히, 그리고 어쩌면 궁극의 진리를 깨달아 마지막을 기쁘게 받아들일 날이 올지도 모르는데 일부러 미친 듯이 명을 재촉하고 있는 것만 같다. 

   ‘빛 여행’은 오염되지 않은 중남미의 자연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책이다. 티끌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광활한 대지, 지평선과 수평선을 심심하지 않게 하는 구름의 신비한 몸짓, 빛이 그리고 바람이 빚어 오직 그 순간만 존재하지만 불멸의 영원성을 지닌 예술 이상의 예술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을 준다. 사진과 어우러진 금강경의 문구들도 짧지만 깊이 있는 무게감으로 자연과 인간, 우주의 하나됨에 대한 사색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인위적인 요소가 조금도 없는 자연의 모습 앞에 인류는 두려움과 경외심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왔지만, 어느 시점부터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삶의 의미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내재된 능력을 발견한 후,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인 조화라는 미덕보다는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오만을 선택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런 오만이 싹트기 시작한 때만 해도 세상은 미지의 세계가 많았기 때문에 지구는 그런 인간의 변화를 애교 정도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애교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려 하고 있다. 

   역사상 우주와 자연의 순결한 아름다움과 그 가치에 매료되어 모험을 떠난 이들은, 자신들의 여행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경이로움과 감탄을 선사했지만 오히려 그런 순수한 시도들이 후에 그곳의 자연을 파괴하거나 본래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이 환상적인 기록이 마음에 들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하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정착했다는 중남미 지역이 이제는 인류의 탐욕을 관장하는 신을 위한 최후의 희생 제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아마존 숲의 현실은 그 불길한 제사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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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 - 최민식의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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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강렬하게 빛난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사진을 자신만의 공간이나 공유 공간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놀랄 만한 아이디어와 주제의식, 표현기법으로 세상에 이렇게 예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이다. 그에 비해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람과 그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곳에는 연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으로만 표현이 가능한 깊은 정신의 가치, 인생의 정수가 담겨 있다. 오랜 세월의 고생살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할머니 얼굴의 주름만 가지고도 수없이 다양한 감정이 표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그 귀엽고 동그란 얼굴과 몸짓 안에 이미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기운이 서려 있다. 청춘 남녀, 아저씨, 아줌마의 눈빛과 표정, 행동, 걸음걸이에 텔레비전 드라마나 소설을 뛰어넘는 스토리가 흘러넘친다. 이처럼 우리 곁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장 고귀한 가치와 진실을 이끌어내고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분의 사진이 가지는 위대한 힘이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들은 그의 사진이 가진 장점만큼이나 깊고 간결하고 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한 말들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의무는 부나 명예가 아니라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임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며 자신만의 분명한 꿈과 목표가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지혜와 지식, 능력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강조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인간이 서로 협력하여 이루는 선한 세상이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긍정과 유머의 힘 또한 인생에서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시와 음악, 그림, 영화 등 우리가 보통 문화라 부르는 것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인생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길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열쇠는 인간이 쥐고 있는 것이다. 


   80년 이상의 여정을 걸어오신 노 스승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반복적으로 익히 들어온 내용이지만 이것이 지루하거나 답답하게 여겨지지 않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분의 사진의 영향인 것 같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힘겨운 청년 시절을 거쳐 오면서 형성된 삶의 목적과 전하고자 하는 진실이 사진으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인간과 세상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 때문에 혼란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과 글이 마음에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이제 나도 나만의 인간과 세상을 향한 탐구의 방식을 정립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언제까지 방황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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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 모방에서 창조를 이뤄낸 세상의 모든 사례들
김종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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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중매체에서 가장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창조’, ‘creative’ 같은 단어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영, 창의적인 사고방식, 창의력을 쑥쑥 키워주는 교육 등과 같이 기존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나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는 시대의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있는 것이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창조적인 사고와 실천은 유에서 더욱 새롭고 발전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원래 있던 것을 모방하고 자기만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더해져 나온 보다 나은 결과물이 바로 창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창조를 무슨 위대한 천재의 전유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창조는 쉽고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단순함과 유연함 속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성경의 한 구절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잘 생각해보니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례는 떠올리기가 힘들었다. 모든 발명은 모방과 응용의 연속이었고 드러나지 않았던 것을 단지 ‘처음’ 발견한 것뿐이었다. 기존의 어떤 물건이나 상황을 앞에 두고 필요나 불평, 불만에 따라 조금 비틀고 다른 시각으로 꾸준히 관찰하는 가운데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곧 기존의 것에 새로운 해석이 더해지고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책 속에는 바로 저자가 정의하고 있는 이 창조의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 3부까지는 저자가 생각하는 다양한 창조의 정의를 OO은 창조다, 는 식의 소제목을 붙이고 핵심 메시지로 풀어 전하면서 해당하는 사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4부 역시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개인의 행복과 성공, 즐거움을 넘어 모든 인류가 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큰 뜻을 품은 사람들의 공동선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 창조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프롤로그는 물론 에필로그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책의 목적이 뚜렷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우리에게 있어 ‘창조’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데 있다고 본다.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보면 너무나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요원한 일 아닌가 여겨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창조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정의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사 속의 사례들을 보면서 바로 그 평범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던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다시 한 번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힘,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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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 원시의 자유를 찾아 떠난 7년간의 기록
제이 그리피스 지음, 전소영 옮김 / 알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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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랜 세월에 걸친 동경의 결과다. 처음엔 희미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점차 뚜렷하게 알게 된,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다. 야생성을 찾아 떠난 이 여행에서 내가 구한 것은 깔끔한 사진첩에 끼워질 멋진 사진 속의 장관이 아니었다. 예술이나 섹스, 사랑 그리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다른 모든 것들처럼 야생성에도 그속에서 일관되게 고조되는 울림이 있다. 나는 바로 그 속성을 찾고 있었다. 야생성을 마셔버린 나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야생성에 취해 있었고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아예 흠뻑 취해버렸다. 
나는 야생의 의지를 찾아 나섰다. 그 의지가 야성적인 아름다움 속에, 자연력의 생기 속에 스스로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보고 싶었다. 야생성은 생명에 대해 단호하다. 포획되어 갇힌 야생성은 죽어버리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순수한 자유나 순수한 열정, 순수한 갈망처럼 근원적이다. 야생성은 그 자신의 선언문이다. p.12

   야생성에 대한 강한 갈망과 동경에 이끌려 탄생하게 된 이 책은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따라 떠난 7년간의 여정을 풀어낸, 매우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사실적 묘사와 고찰이 담겨 있다. 책 속에 담긴 광활한 자연과 그 속의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생명의 활기는 문명이라는 감옥에 갇혀 진정한 야생성이라고는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나조차도 그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이라는 생소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나는 송라인(songline, 땅의 경계표지와 길을 찾아가는 미묘한 기준을 제시하는, 구절이 연속되는 형태의 구전 노래), 즉 땅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음악의 형태로 마음속에 땅을 간직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p.15,16

   저자는 이 ‘송라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인간의 정신, 마음의 능력을 평화롭고 풍요롭게 사용하는 아주 멋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만이 가진 아주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데 오늘날 자극과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음악과 언어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제한적이 되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 그 자체와 교감하고 하나가 되는 자유가 아닌 인위적인 조건 안에서 대가를 지불(혹은 무단으로 사용)하고 누리는 흥겨움이나 감정의 고조는 목마른 사람이 바닷물을 들이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원래의 고전적인 의미에서 자연과 문화는 정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문화는 어느 쪽인가 하면 자연의 숭배였다. p.75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문화의 소산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은 고대 그리스보다 수세대 전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했고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개념을 생태민주주의적 지혜로 확장시켰다. p.116

   사실 우리가 문화적이라고 하는 것의 이면에는 얼마나 무질서하고 혼잡한 것들이 많은가. 도시의 풍경은 겉으로 보기에는 멋지지만 조금 높은 곳에서 들여다보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 혹은 뒷면을 찾아보면 온갖 오물들과 정리되지 않은 전선들,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우리의 문명, 문화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면이 다분하다. 그에 비해 자연에 순응하면서 그 흐름을 읽고 있는 그대로 예술과 사회구조에 표현해내려고 했던 그들의 흔적은 어쩌면 지금의 인류보다 훨씬 문화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선교사들과 접촉이 있기 전까지 모든 것이 좋았고, 강하게 살았고, 있는 그대로 풍요로웠던(p.132) 아마존의 원주민들은 기독교가 그들의 진리를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끌고 들어온 자본과 기업의 계략으로 인해 돈에 대한 인식이 생기게 되었고, 이는 곧 그들의 자유로웠던 삶의 방식이 화폐경제에 의존하게 되는 감옥 같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서구사회는 그들의 물질주의적인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이 본래 지니고 누려야 할 열정과 자유의 ‘야생성’을 점점 야만적인 것으로 변질시켜 갔고 문명과 반대되는 오늘날의 개념으로 정착시켰다. 이 책은 이처럼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참다운 야생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야생적인 것은 살 수도 팔 수도 없고, 빌리거나 복제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명백하고 잊을 수 없으며 수치를 모른다. 땅과 얼음, 물, 불, 공기처럼 근원적이고 어떠한 성분으로도 분해되지 않는 순수한 정신, 바로 제 5원소다. 당신의 야생성을 낭비하지 말라. 그것은 귀중하고 필수적이다. 야생성 속에 진실이 있다. 야생성은 듣는 순간 즉시 인식할 수 있는, 녹색의 금으로 불리는 전 우주의 송라인이다. (중략) 야생성은 끝없이 생명을 갈구한다. (중략) 인류의 지고한 목적은 세계의 모든 언어 안에 흐르는 리듬에 유창해짐으로써, 대지를 더 생생하게 만들고 그것을 노래로 구현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생명 깊숙이 자리한 영혼이 이 야생 세계의 송라인에 그 진정한 야생성의 잊을 수없는 표시를 남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p.159,160

   우리가 오늘날 혼란스럽고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고 증오가 넘치고 악의와 위선, 계략이 판치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은 본래 가지고 있던 야생성을 강제로 억누르고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단 한 번 성공적이었을 뿐인지도 모를 인위적인 사회시스템을 확장하려는 힘에 자연스럽게 저항하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범죄자들을 좁은 감옥에 가두는 대신 야생의 자연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마음이 다스려지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회복하게 하는 시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례를 보면서 야생성을 낭비하지 말고 그것을 되찾아 진실을 품으라는 저자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누이트 족의 언어 중에 가장 발달된 것은 눈에 대한 표현이다. 그런데 오만한 서구의 탐험가들과 선교사들의 발길이 들락날락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이런 이런 표현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전통과 새로운 문물 어디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술과 약에 중독되거나 황폐한 인생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점점 포기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의 삼림 파괴 문제나 그에 따른 지구온난화 때문에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있는 현실이 그 증거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해당 지역 원주민들의 문화와 인간적인 삶의 조건까지도 모두 부정하고 황폐화시키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사람들이 땅의 지형이 어떠한지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를 모를 때, 그 땅은 두려운 황무지가 될 수 있다. p.211

   인간은 지구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지구에 파묻힌 자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어쩌다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궁극적인 앎에 대한 목적은 잃어버린 채 수단에 점점 목매어가고 있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이 인류를 이런 광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타인의 삶과 다양한 종의 생명을 침해하고 심지어 멸종에 이르게까지 하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원주민들의 눈에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문명화되었다고 하는 인간들의 눈에는 황무지로 보이게 하는 정신상태, 혹은 그 무지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거짓말투성이에다 독선과 교만으로 가득 찬 서구 문화의 대표적 선수들인 선교사들이나 탐험가, 예술가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오늘날 그래도 이 책의 저자처럼 지구와 인간의 근원적인 가치와 의미를 회복하려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늘어나고 있고 힘을 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생성이 지닌 놀라운 즐거움과 쾌락, 행복이 오늘날의 무질서하고 더럽고 수치스러운 탐욕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고, 언제 어디에 있어도 자유와 평화로움을 주체적으로 누릴 수 있고 내가 속한 우주와 내게 주어진 인생에 감사하며 살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얻은 것 같아 매우 유익하고 기쁜 독서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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