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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여행
홍미선 지음 / 비주얼아트센터보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북극의 오존층이 40% 이상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없이 많은 생물 종들이 해마다 지구의 역사에서 그들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있고, 숲 역시 인간의 욕망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마구 베어져 나가고 있다. 기상이변은 피부로 분명히 느낄 정도가 되었다. 나는 이런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인류가, 혹은 전 인류를 좌지우지하는 소수의 어떤 이들이 정말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다. 그리고 무섭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지구는 언젠가 그 수명을 다하고 인류도 제 역할을 마칠 날이 분명히, 그리고 어쩌면 궁극의 진리를 깨달아 마지막을 기쁘게 받아들일 날이 올지도 모르는데 일부러 미친 듯이 명을 재촉하고 있는 것만 같다.
‘빛 여행’은 오염되지 않은 중남미의 자연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책이다. 티끌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광활한 대지, 지평선과 수평선을 심심하지 않게 하는 구름의 신비한 몸짓, 빛이 그리고 바람이 빚어 오직 그 순간만 존재하지만 불멸의 영원성을 지닌 예술 이상의 예술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을 준다. 사진과 어우러진 금강경의 문구들도 짧지만 깊이 있는 무게감으로 자연과 인간, 우주의 하나됨에 대한 사색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인위적인 요소가 조금도 없는 자연의 모습 앞에 인류는 두려움과 경외심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왔지만, 어느 시점부터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삶의 의미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내재된 능력을 발견한 후, 자연과 인간의 이상적인 조화라는 미덕보다는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오만을 선택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런 오만이 싹트기 시작한 때만 해도 세상은 미지의 세계가 많았기 때문에 지구는 그런 인간의 변화를 애교 정도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애교는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려 하고 있다.
역사상 우주와 자연의 순결한 아름다움과 그 가치에 매료되어 모험을 떠난 이들은, 자신들의 여행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경이로움과 감탄을 선사했지만 오히려 그런 순수한 시도들이 후에 그곳의 자연을 파괴하거나 본래의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이 환상적인 기록이 마음에 들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하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정착했다는 중남미 지역이 이제는 인류의 탐욕을 관장하는 신을 위한 최후의 희생 제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아마존 숲의 현실은 그 불길한 제사의 서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