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 - 최민식의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강렬하게 빛난다.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사진을 자신만의 공간이나 공유 공간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놀랄 만한 아이디어와 주제의식, 표현기법으로 세상에 이렇게 예술적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이다. 그에 비해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람과 그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곳에는 연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으로만 표현이 가능한 깊은 정신의 가치, 인생의 정수가 담겨 있다. 오랜 세월의 고생살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할머니 얼굴의 주름만 가지고도 수없이 다양한 감정이 표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그 귀엽고 동그란 얼굴과 몸짓 안에 이미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기운이 서려 있다. 청춘 남녀, 아저씨, 아줌마의 눈빛과 표정, 행동, 걸음걸이에 텔레비전 드라마나 소설을 뛰어넘는 스토리가 흘러넘친다. 이처럼 우리 곁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장 고귀한 가치와 진실을 이끌어내고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분의 사진이 가지는 위대한 힘이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들은 그의 사진이 가진 장점만큼이나 깊고 간결하고 어찌 보면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한 말들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의무는 부나 명예가 아니라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임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며 자신만의 분명한 꿈과 목표가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지혜와 지식, 능력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강조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인간이 서로 협력하여 이루는 선한 세상이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긍정과 유머의 힘 또한 인생에서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시와 음악, 그림, 영화 등 우리가 보통 문화라 부르는 것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인생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길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꿀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열쇠는 인간이 쥐고 있는 것이다. 


   80년 이상의 여정을 걸어오신 노 스승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반복적으로 익히 들어온 내용이지만 이것이 지루하거나 답답하게 여겨지지 않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분의 사진의 영향인 것 같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힘겨운 청년 시절을 거쳐 오면서 형성된 삶의 목적과 전하고자 하는 진실이 사진으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인간과 세상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 때문에 혼란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최민식 선생님의 사진과 글이 마음에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이제 나도 나만의 인간과 세상을 향한 탐구의 방식을 정립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언제까지 방황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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