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 - 대만의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서점과 동아시아 출판의 미래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우치누마 신타로.아야메 요시노부 지음, 이현욱 옮김, 박주은 감수 / 컴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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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출판 관계자들이 주변 국가의 출판문화와 현황을 취재하면서 자국의 출판문화와 환경 등의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찾아 나서는 기획물이다. 일본은 출판 대국이지만 이제 초고령화 사회를 지나 본격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자기네들보다 훨씬 규모가 적은 한국이나 대만의 출판 산업 동향을 통해 지금보다는 확실히 축소될 일본 출판 산업의 앞날을 짚어보는 데 도움을 얻고 싶은 눈치였다. 첫 주자가 우리나라 서울이었고, 이 책은 그 다음 타자인 대만의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독립출판사와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독립서점 붐이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열고 또 미디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 특정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업계에 뛰어들면서 방송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또 일반인들 중에도 겸업을 하거나 다니던 회사를 나와 과감하게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소개되었다. 대체로 현실의 제약보다 자아성취와 인생의 질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있는 젊은 세대가 주류를 이룬다.

 

대만도 독립서점이나 출판을 하는 사람들의 주요 연령대가 우리와 크게 차이는 없었다. 다만 그 배경에 우리와는 다른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는데 1987년에 계엄령이 해제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계엄령의 기간이 자그마치 40년 가까운 세월이다. 1949년에 내려져 87년에 해제되었다고 하니 그 사이는 표면적으로 완전한 문화적 암흑기였을 것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적 고군분투가 없지는 않았겠으나 매우 취약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87년 계엄령이 해제되고 89년에 중요한 문화적 사건이 발생한다. 우칭유라는 주방설비회사를 경영하던 인물이 완전히 붕괴된 독서와 예술, 생활문화의 토대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서점과 갤러리를 연 것이다. ‘청핀서점’, 이 서점을 시작으로 대만의 출판독서문화는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청핀서점의 비전은 창업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바로 공간’, ‘이벤트’, ‘사람이다. 여기서 이벤트라 함은 문화 콘텐츠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책으로 한정한다. 청핀서점은 책과 사람이 만나는 편안한 공간, 지금까지 소실되어왔던 문화적 자양분을 사람들에게 다시 심어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지금까지 발전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청핀서점은 책 판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면서 독자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책을 읽는 행위, 책과 함께하는 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 종합적 문화산업 공간으로 발전한다. 교보문고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에서 액세서리나 식음료, 문화사업을 병행하는 것처럼 청핀서점은 대표적인 대만의 종합문화기업이 된 것이다.

 

덩치가 커진 청핀서점 같은 대형서점들이 더 이상 신선한 파급력을 주는 것에 한계를 보이자 등장한 것이 다수의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유통시스템과 출판경로로는 출판산업과 책 문화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새로운 시장 질서와 문화적 혁신을 위해 전면에 나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독립서점이나 독립출판사들은 각자가 자기들만의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더 이상 책을 판다는 행위만으로는 서점이나 출판업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출판인, 서점인들은 책의 내용만큼이나 책 외양이 사람들의 손과 눈이 갈 수 있게끔 디자인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으며, 결과물들은 거의 각각 하나의 예술 작품인 것처럼 퀄리티가 뛰어나다. 특히 잡지 출판물들의 디자인이 탁월해 보였다. 또 아까 청핀서점의 비전처럼, 사람들이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 즉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청핀서점의 겨우 지점에 따라 한 달에 50회 가까운 행사들을 진행한다고 하니, 상당한 시간과 돈, 인력이 들어가는 사업이 되는 것이다.

 

독립서점이나 출판사의 경우, 자원에 제약이 있으니까 형편에 맞게 소규모 모임 수준으로 지속적인 행사를 개최하거나 독립서점과 출판사들이 서로 협업하거나 연대하는 방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또 대형출판사나 서점들과의 협업을 타진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레이아웃, 눈에 보이는 것, 시각적, 미학적 체험, 읽는다는 행위에서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즉 대만이나 우리나라 모두 독서 인구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가기 위한 시도들의 핵심에는 체험적인 미디어로서의 책의 변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국이나 해외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활발한 것도 특징이다.

 

책에서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꽁치라는 독립출판사인데, 대만의 시점에서 본 일본문화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오래도록 잡지를 만들어온 곳이다. 주제가 한정적이고 너무 익숙하고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대상이나 사건, 상황일지라도 보는 시각과 다루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풍성한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보면 잡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 광고도 많이 들어오고 판매도 늘어 유지는 가능하지만, 이들의 편집이나 잡지 만드는 실력 때문에 의뢰가 들어오는 공공기관이나 외부 기관의 출판물 제작 일까지 소화해야 어느 정도 흑자가 나는 구조인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책을 좋아해서 책만 안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이나 마케팅 부분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빛나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은 2018년에 나왔고 올해 우리나라에서 한국어판이 나온 셈인데, 코로나 시대의 한가운데서 또 이 책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독립서점 같은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가치와 이상이 교류되고 공유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비대면 사회에서의 주요 교류 수단인 온라인으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책을 보고, 만지고, 넘기고, 책장 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종이 냄새를 맡는 모든 책과 관련된 감각을 다시 일깨우기 위한 것이 독립출판독서인들의 소망일 텐데, 지금 시대는 그것을 유쾌하게 권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다른 많은 분야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분야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의 미래라고 하면 독립서점만 떠올렸는데, 책과 사람이 만나기 위한 다양한 루트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만큼 내 생각이 편협했다는 증거를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 부끄러웠다.

 

책은 인류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생활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매체다. 이 책의 미래가 과연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출판-서점인들의 바람대로 희망적일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고 싶다. 특히 요즘같이 많은 것들이 달라진 시대에서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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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설영환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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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기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다. 제국주의, 전체주의, 식민지주의의 환상에 사로잡힌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의 추축국과 이를 막아내려는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의 연합군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다. 이 책에서 다룬 생텍쥐페리의 글들은 바로 이 시기에 쓰인(1939~1944) 것들이다. 사진으로 본 생텍쥐페리는 그렇게 젊은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그의 생몰연도를 보니 아주 젊은 나이에 실종 혹은 사망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어린 왕자, 야간 비행 등으로 주로 알려진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흔적들, 사상과 행적의 기록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조국 프랑스가 독일 나치 히틀러에 의해 고통받고 있던 시기였던 만큼, 그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혼란한 시기를 돌파하기 위한 그만의 해법을 읽을 수 있는데, 주목할 것은 그가 당대의 참혹한 현실이라는 영역에서 제한되어 고뇌했던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로 시야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유럽은 산업 혁명 이후로 눈부신 기술의 진보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찬란한 열매를 눈으로 목격하고 직접 누리던 때였다. 지금 봐도 미래적인 감각이 엿보이는 시설이나 장비들을 통해 인류의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그리고 그런 진보에 대한 자부심으로 얼마나 들떠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학 만능의 열광은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연약함으로 인해, 가장 아름답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이상을 비웃듯, 가장 비참하고 참혹한 인간의 가축화 혹은 부품화와 전쟁이라는 형태로 이어져버렸다.

  

독일은 1차 세계 대전의 패배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독재자를 내세웠고,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키며, 동조 세력을 모아 세상을 혼돈에 빠트렸다. 그때 인근 피해국들 중 하나가 프랑스였다. 나치의 공세에 함락당한 프랑스의 현실 가운데 생텍쥐페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나치 비판은 더 큰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한다. 바로 인간성의 상실이다. 돈도 기술도 인간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멈추게 했고, 깊은 차원의 영성을 도외시하게 하면서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켰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 본능적인 욕구에만 치중하게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의 현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있다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참전한 미국 등의 상황을 보면서, 전쟁 이후에 오히려 인류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큰 산임을 직감하고 있었다.('전쟁보다 저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내일의 세계입니다. 파괴된 마음과 흩어진 가족입니다‘ p.71) 겉으로 드러나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확신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것들, 바로 어린 왕자에서 작은 여우가 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키워드, 혹은 주요 개념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영적인 것, 정신적인 것의 가치가 상실되면서 비인간적인 참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간파한 생텍쥐페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인류의 비극을 해결할 제안을 하였고, 세상은 이것을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답답한 현실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그의 마지막 비행에서의 실종은 자유를 찾아 나선 해방된 영혼과, 결국 본인에게 주어진 사명 혹은 역할을 완수해내지 못했다는 슬픈 영혼의 절망과 비애가 뒤섞인 절절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는 인류가 어딘가에서 길을 잘못 들었으며, 어느 때보다도 번성했지만, 본질적인 것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다움에 대한 것이며, 인간만의 신비로운 특권을 잃어버린 것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전쟁보다 미래에 야기될 영적공동체로서의 인류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이것은 연대의 상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생텍쥐페리가 내다본 인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얼마나 선지자적 예견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정신과 물질의 조건은 인간이 모두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할 삶의 조건들이다. 어느 하나 모자라면 인간성은 무너진다. 불균형에서 오는 갈등은 곳곳에서 국지적인 분열을 초래하며, 결국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도모하듯, 자기의 이익을 위해 특정 그룹들을 전략적으로 서로 대적하게 만드는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는 당시의 세상을 이상한 혹성으로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이상한 혹성, 이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엄청난 짜증과 피로에 고통스러워했다. 지성만으로 구원될 수 없음을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들 때문에 힘들어했다.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린 세대의 끝자락에서 범해진 인류의 중대한 어리석음은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그는 스스로를 실수가 많은 나무라 여기기도 했다. 나무는 풍성한 잎과 열매, 깊은 뿌리로 든든한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속박된 본체를 가진 존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마 그의 답답한 심정이 가장 잘 나타난 표현인 것 같다.

 

그는 인간성의 회복만이 유일한 길임을 믿었으며, 그러기 위해서 인간과 인간이 서로 존중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함을 주장했다. 인간적인 존중의 가치의 소중함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인간이 자유롭기 위해서 그들은 우선 인간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든 문제의 기본은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p.111) 그는 시대의 발전이 선사한 자유를 끔찍한 자유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 자유가 인간성을 말살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성숙과 완성을 향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됨과 헌신이 존중받는 사회, 그리고 각 사람의 삶이 바쳐져 이루어진 사회의 풍요로움이 다시 그 구성원들의 본질을 풍부하게 하는 사회 혹은 세상. 의미 있는 부분으로서 제 몫을 해내고 싶었던 생텍쥐페리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간절한 진심들을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 담아 남겨두고서, 그가 더 사랑했던 지구라는 행성에서 벗어나 태어난 별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 이 책의 아쉬운 점 - 단어의 표기와 띄어쓰기에서 오류가 너무 많이 눈에 띈다.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책을 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책을 추가로 인쇄하게 된다면 꼭 고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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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맹자 - 마음을 바르게 하면 맹자가 들린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시리즈
맹자 지음, 박훈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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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는 진나라로 통일되기 전인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에 이르는 변혁의 시기와 그 역사를 말한다. 지금은 분열과 혼란의 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흔히 쓰인다. 혹은 여러 갈래로 분열된 대륙을 두고 큰 뜻을 품은 여러 영웅들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투쟁을 벌였던 것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에서 뚜렷한 일인자가 없이 여러 강자가 1위 자리를 경쟁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기도 한다.

 

이 시기에 특히 많은 사상과 기술 등이 중국 대륙에서 발전했는데, 흔히 공자, 맹자, 순자 등이 이때 등장했으며, 문화적으로도 풍성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기본적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 중국 문화의 틀이 완성된 시기로 평가된다. 이때는 마치 유럽의 종교개혁 시대에 성경의 사상과 진리가 소수의 왕족이나 사제들만 독점할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가 일반 민중에게 전파되고 확산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강한 정치력과, 무엇보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해결책을 삼으려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인데, 이를 인의예지에 바탕을 두고 덕치를 하는 것으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 유교였다. 대표적인 인물로 공자가 있고, 그 사상을 이어받아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는 맹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맹자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성선설이다.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것이 가려져 있으니, 이것을 다시 깨닫게 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여 걸어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에는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로 위나라, 제나라, 등나라의 왕이나 기타 인물들과 맹자가 주고 받은 대화나 일화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것은 딱딱한 이론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가운데서 이야깃거리를 끌어내어, 맹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상의 핵심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것을 받아들여 적용하면 좋았겠지만, 실제 역사는 이상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 정신은 남아, 현재까지 후대 중국인들에게, 나아가 전 인류에게 주요한 문화적 자산이자 힘으로 그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맹자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들 마음속에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 보였다. 자신들의 생각에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받고 싶어서 맹자를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맹자는 그들의 기대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긍휼을 말하고 순리를 말하고 어른 공경과 애민정신을 말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임금은 모든 즐거움과 이익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백성으로 하여금 때를 따라 농사를 짓고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왕도덕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임금이 먼저 인과 의를 바탕으로 한 모범의 통치를 행할 때,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임금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며, 어디를 가든지 따라가는 충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범을 따르는 백성들이 바로 안정되고 굳건한 나라의 기초라는 것이다. 백성과 공유되지 않은 즐거움, 이익, 풍요는 함정과 같다는 것이다. 임금은 백성의 부모와 같은 존재이지만 백성의 공론을 무시해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현명한 임금이 현명한 신하를, 건강한 백성을 만든다. 심지어 인의를 바탕으로 하는 지도자의 전쟁에서의 승리는 패전국 백성들에게까지 적용될 경우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까지 그 의미를 둔다.

 

왕도덕치의 기본이 되는 인의예지란 무엇인가?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미워하는 마음, 겸손(사양)할 줄 아는 마음, 옳고 그름(시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말한다. 맹자는 이 사단은 선천적인 것이며, 임금으로부터, 임금의 통치로부터 올곧게 적용되는 것이 춘추전국시대의 분열을 해결하는 가장 바른 해결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공평과 공정을 말한다. 능력에 맞게, 처지에 맞게 사람을 쓰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이렇게 책의 내용은, 독자로 하여금 너무나 당연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도 이것이 호소력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을 향한 의지 때문일 것이다. 맹자는 이것을 통찰하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재미있다고 여긴 부분은, 맹자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진상이라는 자가, 농가학설, 즉 실용적인 농학에 영향을 받아 배워왔던 유학을 뒷전으로 미루고 열중하는 가운데 맹자와 논쟁하는 부분이다. 유학의 대가인 맹자와 당당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모습이 흔하다고 볼 수는 없어서 흥미로웠다. 이야기가 좀 더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데,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적 발상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는 맹자의 비판으로 급하게 맺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처음에는 문체가 익숙하지 않고 어려워하기만 했는데, 동양사상은 반복해서 접하면 접할수록 그 매력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된 번역문을 읽는 것도 좋지만 원문으로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동양사상인 것 같다. 지금이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중간쯤인지 확신할 수 없는 게 인생의 난제이자 묘미이지만, 허락된다면 꼭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가지고 꾸준히 동양사상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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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19
박상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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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작품 신곡은 읽어본 사람은 찾기 힘들어도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만큼은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숙하다.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세계 4대 시성으로 불리는 그의 익숙한 이름과 익숙하지 않은 작품의 내용은, tvn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어느 정도 내용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접근성을 제공하면서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마침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단테를 다룬 신간이 나왔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애정을 바탕으로, 단테의 삶과 그의 작품 신곡의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여정이 담겨 있다. 단테 전반부 삶의 주요 무대였던 피렌체에서의 어린 시절과 지식을 갈고 닦은 청년 시절, 평생의 마음의 연인은 베아트리체와의 만남 등을 실제 단테가 자라고 배우고 만난 장소를 찾아가 그 분위기를 한껏 느끼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학문적으로는 신학의 양갈래인 플라톤 철학 기반의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기반의 신학을 두루 섭렵함으로써 풍성한 신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언어, 철학, 정치, 자연과학 분야에서까지 학자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그가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볼 때 다양한 분야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단테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구원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원의 관념을 넘는, 즉 하나님에게 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인간에게로 회귀하는 특이한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천국은 하늘과 땅이 서로 손을 잡는 모습이었고, 이는 이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훗날 공직에 나가 현실 정치에서 적용하기 위해 애썼던 실천적인 비전이었다. 비록 그의 노력은 이상과는 달리 갖은 방해와 음모, 권력 다툼 속에서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단테가 이런 현실의 좌절을 더 큰 세상에서의 기회로, 자신의 궁극적 소망을 펼칠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단테가 살았던 시대는 13세기 후반에서 14세기 초반을 걸친 시기였는데, 이때는 바로 종교가 제 기능을 못하고 타락이 극에 달해가고 있던 시기였다. 교황과 황제의 권력 다툼으로 세상이 시끄러웠으며, 종교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은 다시 인간에게서 상실된 희망의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할 때였다. 예술 분야에서 특히 그랬다. 인문주의의 부흥, 즉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바로 단테가 살았던 것이다. 단테가 살았던 지역인 피렌체 역시 자신이 속한 가문을 포함한 두 가문의 강력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지며 엎치락뒤치락 하던 곳이었다.

 

이렇게 단테는 학문적, 역사적, 문화적, 지역적 배경에서 상반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에 둘러싸여 인생을 보낸 것이다. 이때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의 궁극적 구원, 절제, 조화, 평화 같은 것이었는데, 앞서 말했듯이 그의 풍부한 지적 배경과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탁월한 종합 능력이 극대화되어 나온 산물이 바로 신곡이었다.

 

정치적 소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망명 생활을 하면서 신곡외에도 철학, 정치 분야에서 뛰어난 글을 써낸 단테는, 문학을 통해 그가 이루고자 했던 구원의 지향점을 영원한 문화 유산으로 남겼다.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이 사람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존재였던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은 평생에 두 번 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그의 작품에서 베아트리체와 세 번째의 만남을 조성하기 위한 상징적 표현이라고 하지만, 아무튼 한 사람의 존재가 이토록 평생에 걸쳐 예술적 근원으로서의 에너지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테와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만큼, 단테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인물이다. ‘신곡에서 부정적으로 비췬 지역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긍정적인 의미로서 단테와의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삶과 작품에서 나타난 조화와 통일의 가치관대로라면, 이탈리아도 지역적으로 그렇게 갈등할 일이 없어야 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걸 보면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의 여정이 유익했던 것은, 저자가 걸었고 바라보았고 생각에 잠겼던 장소들을 확인할 수 있는 풍성한 사진 자료와 세심한 설명 덕분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해당 위인의 삶과 여정을 따라가며 생각과 정보를 풀어내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계획에 따라 제대로 다 출간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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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는 현직 국어교사가 자신의 재즈 음악 감상 취미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 독서 모임에 적용하여, 같이 재즈를 듣고 재즈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나아가 미국의 역사, 인권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는 시간을 통해 재즈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와 상식, 그에 얽힌 저자 개인의 생각이나 경험담, 학생들과의 추억을 편안한 느낌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 먼저 책에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연결된 QR코드를 통해 바로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QR코드가 다양한 분야, 장소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데, 음악을 다루는 책에서 특히 유용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모바일 통신 기술이 아주 적절하게 사용된 예로써, 앞으로 음악 관련 책에는 거의 필수로 들어가야 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저자의 음악에 대한 감상과 설명만으로는 그 느낌을 제대로 알기가 어려운데, 직접 들어봄으로써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독서의 재미가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둘째로, 재즈에 관심이 있지만 선뜻 입문하지 못했던 독자들이라면 부담 없이 재즈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편안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현직 국어교사가 쓴 글이라 그런지 글이 부드럽게 술술 잘 읽힌다. 그래서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음악이나 재즈 뮤지션은 물론이고, 낯선 용어나 음악적 견해도 이해하기 쉽게 잘 전달하고 있다.

 

셋째로, 저자의 재즈 음악 감상이 단순한 취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이야기와 생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독서 모임으로 이어져 학생들과 교감을 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젊은 시절의 추억을 돌아보고 그리움에 젖는 시간을 가지는 스위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의 시작 부분마다 방과 후 재즈 수업이라고 해서 학생들과 어떤 방식으로 책읽기와 글쓰기가 있는 재즈 수업이 진행되었는지 볼 수 있다. 공부 외에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그 수업의 주제나 내용이 어떠하든 숨통 트이는 시간이기도 했던 재즈 수업에서 어떤 학생들은 열의를 보이고, 또 다른 학생들은 밍숭맹숭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마지막 수업까지 함께 하며 재즈의 세계를 공유하고,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도 있음을 알려주면서, 저자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과 꿈을 가질 수 있는 교육 본연의 목적이 회복되는 소망을 피력한다.

 

저자는 학생들이 재즈를 좋아하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적어도 한 가지를 통해 확인해보고, 자신의 기호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서 싫어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연주자들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풀어내는 저자의 생각이 또 재미있다. 어떤 연주자는 모든 공간을 음악으로 채워버리겠다는 열망이 깃든 듯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연주 스타일로 입과 코 말고 아가미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을 자아낼 만큼 대단한 연주를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어떤 연주자는 연주 중간중간 충분한 여유를 가지며 관객이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어 함께 즐기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데, 저자는 후자의 연주 스타일을 선호하면서, 또 이를 교육 현실에 빗대어 학생들이 틀에 갇힌 교육이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 환경, 자신을 살펴보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는, 즉 학생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교육 환경과 철학을 말하는데, 이렇게 자기의 관심 분야를 본인이 몸담은 분야와 연결 지어 생각을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저자는 크게 보아 인문학을 하는 사람이다, 인문학은 사람의 본질을 다루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시키는 도구로서 다양한 예술들이 있는데, 이 책은 바로 재즈라는 예술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로워지고 가능성을 꽃피워낼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인문학적 방법론의 시도이기도 하다. 이런 선생님들이 교육 현장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고, 조금씩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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