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19
박상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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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작품 신곡은 읽어본 사람은 찾기 힘들어도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만큼은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숙하다.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세계 4대 시성으로 불리는 그의 익숙한 이름과 익숙하지 않은 작품의 내용은, tvn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어느 정도 내용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접근성을 제공하면서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마침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단테를 다룬 신간이 나왔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애정을 바탕으로, 단테의 삶과 그의 작품 신곡의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여정이 담겨 있다. 단테 전반부 삶의 주요 무대였던 피렌체에서의 어린 시절과 지식을 갈고 닦은 청년 시절, 평생의 마음의 연인은 베아트리체와의 만남 등을 실제 단테가 자라고 배우고 만난 장소를 찾아가 그 분위기를 한껏 느끼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학문적으로는 신학의 양갈래인 플라톤 철학 기반의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기반의 신학을 두루 섭렵함으로써 풍성한 신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고, 뿐만 아니라 언어, 철학, 정치, 자연과학 분야에서까지 학자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이는 그가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볼 때 다양한 분야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

 

단테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구원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원의 관념을 넘는, 즉 하나님에게 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인간에게로 회귀하는 특이한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천국은 하늘과 땅이 서로 손을 잡는 모습이었고, 이는 이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훗날 공직에 나가 현실 정치에서 적용하기 위해 애썼던 실천적인 비전이었다. 비록 그의 노력은 이상과는 달리 갖은 방해와 음모, 권력 다툼 속에서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단테가 이런 현실의 좌절을 더 큰 세상에서의 기회로, 자신의 궁극적 소망을 펼칠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단테가 살았던 시대는 13세기 후반에서 14세기 초반을 걸친 시기였는데, 이때는 바로 종교가 제 기능을 못하고 타락이 극에 달해가고 있던 시기였다. 교황과 황제의 권력 다툼으로 세상이 시끄러웠으며, 종교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은 다시 인간에게서 상실된 희망의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할 때였다. 예술 분야에서 특히 그랬다. 인문주의의 부흥, 즉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바로 단테가 살았던 것이다. 단테가 살았던 지역인 피렌체 역시 자신이 속한 가문을 포함한 두 가문의 강력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지며 엎치락뒤치락 하던 곳이었다.

 

이렇게 단테는 학문적, 역사적, 문화적, 지역적 배경에서 상반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에 둘러싸여 인생을 보낸 것이다. 이때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의 궁극적 구원, 절제, 조화, 평화 같은 것이었는데, 앞서 말했듯이 그의 풍부한 지적 배경과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탁월한 종합 능력이 극대화되어 나온 산물이 바로 신곡이었다.

 

정치적 소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망명 생활을 하면서 신곡외에도 철학, 정치 분야에서 뛰어난 글을 써낸 단테는, 문학을 통해 그가 이루고자 했던 구원의 지향점을 영원한 문화 유산으로 남겼다.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이 사람이라는 형태로 구현된 존재였던 베아트리체와의 만남은 평생에 두 번 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그의 작품에서 베아트리체와 세 번째의 만남을 조성하기 위한 상징적 표현이라고 하지만, 아무튼 한 사람의 존재가 이토록 평생에 걸쳐 예술적 근원으로서의 에너지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테와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만큼, 단테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인물이다. ‘신곡에서 부정적으로 비췬 지역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긍정적인 의미로서 단테와의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삶과 작품에서 나타난 조화와 통일의 가치관대로라면, 이탈리아도 지역적으로 그렇게 갈등할 일이 없어야 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걸 보면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의 여정이 유익했던 것은, 저자가 걸었고 바라보았고 생각에 잠겼던 장소들을 확인할 수 있는 풍성한 사진 자료와 세심한 설명 덕분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든다. 요즘처럼,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해당 위인의 삶과 여정을 따라가며 생각과 정보를 풀어내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계획에 따라 제대로 다 출간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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