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맹자 - 마음을 바르게 하면 맹자가 들린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시리즈
맹자 지음, 박훈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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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는 진나라로 통일되기 전인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에 이르는 변혁의 시기와 그 역사를 말한다. 지금은 분열과 혼란의 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흔히 쓰인다. 혹은 여러 갈래로 분열된 대륙을 두고 큰 뜻을 품은 여러 영웅들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투쟁을 벌였던 것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에서 뚜렷한 일인자가 없이 여러 강자가 1위 자리를 경쟁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기도 한다.

 

이 시기에 특히 많은 사상과 기술 등이 중국 대륙에서 발전했는데, 흔히 공자, 맹자, 순자 등이 이때 등장했으며, 문화적으로도 풍성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기본적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 중국 문화의 틀이 완성된 시기로 평가된다. 이때는 마치 유럽의 종교개혁 시대에 성경의 사상과 진리가 소수의 왕족이나 사제들만 독점할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가 일반 민중에게 전파되고 확산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혼란한 시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강한 정치력과, 무엇보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해결책을 삼으려 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인데, 이를 인의예지에 바탕을 두고 덕치를 하는 것으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 유교였다. 대표적인 인물로 공자가 있고, 그 사상을 이어받아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는 맹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맹자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성선설이다.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것이 가려져 있으니, 이것을 다시 깨닫게 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여 걸어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에는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로 위나라, 제나라, 등나라의 왕이나 기타 인물들과 맹자가 주고 받은 대화나 일화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것은 딱딱한 이론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가운데서 이야깃거리를 끌어내어, 맹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상의 핵심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것을 받아들여 적용하면 좋았겠지만, 실제 역사는 이상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 정신은 남아, 현재까지 후대 중국인들에게, 나아가 전 인류에게 주요한 문화적 자산이자 힘으로 그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맹자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기들 마음속에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 보였다. 자신들의 생각에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받고 싶어서 맹자를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맹자는 그들의 기대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긍휼을 말하고 순리를 말하고 어른 공경과 애민정신을 말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임금은 모든 즐거움과 이익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백성으로 하여금 때를 따라 농사를 짓고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왕도덕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임금이 먼저 인과 의를 바탕으로 한 모범의 통치를 행할 때,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임금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며, 어디를 가든지 따라가는 충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범을 따르는 백성들이 바로 안정되고 굳건한 나라의 기초라는 것이다. 백성과 공유되지 않은 즐거움, 이익, 풍요는 함정과 같다는 것이다. 임금은 백성의 부모와 같은 존재이지만 백성의 공론을 무시해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현명한 임금이 현명한 신하를, 건강한 백성을 만든다. 심지어 인의를 바탕으로 하는 지도자의 전쟁에서의 승리는 패전국 백성들에게까지 적용될 경우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까지 그 의미를 둔다.

 

왕도덕치의 기본이 되는 인의예지란 무엇인가?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미워하는 마음, 겸손(사양)할 줄 아는 마음, 옳고 그름(시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말한다. 맹자는 이 사단은 선천적인 것이며, 임금으로부터, 임금의 통치로부터 올곧게 적용되는 것이 춘추전국시대의 분열을 해결하는 가장 바른 해결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공평과 공정을 말한다. 능력에 맞게, 처지에 맞게 사람을 쓰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이렇게 책의 내용은, 독자로 하여금 너무나 당연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도 이것이 호소력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을 향한 의지 때문일 것이다. 맹자는 이것을 통찰하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재미있다고 여긴 부분은, 맹자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진상이라는 자가, 농가학설, 즉 실용적인 농학에 영향을 받아 배워왔던 유학을 뒷전으로 미루고 열중하는 가운데 맹자와 논쟁하는 부분이다. 유학의 대가인 맹자와 당당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는 모습이 흔하다고 볼 수는 없어서 흥미로웠다. 이야기가 좀 더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데,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적 발상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는 맹자의 비판으로 급하게 맺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처음에는 문체가 익숙하지 않고 어려워하기만 했는데, 동양사상은 반복해서 접하면 접할수록 그 매력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된 번역문을 읽는 것도 좋지만 원문으로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동양사상인 것 같다. 지금이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중간쯤인지 확신할 수 없는 게 인생의 난제이자 묘미이지만, 허락된다면 꼭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가지고 꾸준히 동양사상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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