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 DNA 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치열한 전투의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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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아주 오랜 시간의 단위를 다룬다. 그러나 다루려고 하는 시대와 지금의 엄청난 시간 간격만큼 학문적 성과를 내는데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 이를 뛰어넘게 해주는 것이 유전학이다. 이번에 출간된 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은 이 두 학문이 결합된 고고유전학의 성취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고유전학은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가장 깊고 넓은 범위의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고유전학은 그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이룬 성과는 대단하다. 당장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만 해도 유전자 감식으로 범죄자를 밝혀낸다든가, 여태껏 확인할 수 없었던 몇 십년 전의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든가, 태어날 아기가 어떤 질병이 걸릴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한다든가처럼,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많은 일들이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인 쟁점이 있는 것이지, 기술 자체는 상당히 진보한 것이다.

 

 

 

 

 

 

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책을 보면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 편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그저 유전자의 생존 전략에 이용되는 도구라는 게 정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책의 제목을 보면, 최초의 인간에서 지금의 인류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진정한 주인공인 유전자다. 그래서 책의 전반부는 최초의 인간과 전 대륙으로 확산되는 인류의 행보를 따라가며, 후반부에서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처럼 미생물의 여정을 유전자 이동의 관점에서 추적한다. 즉 유전자가 사람에서 사람, 혹은 동물에서 사람, 사람에서 동물, 동물에서 동물 간에 어떻게 스스로를 복제시키고 변형되어 왔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무엇보다 인간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지구에 빙하기와 온난기가 번갈아 찾아올 때마다 인구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너무 더우면 생존을 위해 북쪽으로 올라갔고, 너무 추우면 역시 살아남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원시 인류들의 교류가 있었고, 문화가 발달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은 현생인류가 되었다. 하지만 현생인류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보면 먼 과거에 교류가 있었던 다양한 인종, 동물, 환경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를 통해 유전적으로 시기나 거주 환경에 따라 멀고 가까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인류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인종이나 민족, 국가나 문화적인 이유로 차별을 한다든지, 이를 정치적 다툼거리로 삼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피부색으로 인종 우열을 연상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인류는 오히려 검은 색 피부로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으며, 피부색이 결정되는 것은 거주하는 지역의 위도가 어디냐에 따른 생존전략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고고유전학은 인간의 기원, 특히 인간이 형성되는 데 필요한 재료는 무엇이었으며, 그 형성과정이 무엇이었는지 밝히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유전자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가장 큰 특징인 이동과 이동성에 대해 밝혀내고 있다. 책은 유럽 위주로 기술하고 있지만, 그 속성이 동서양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핵심은, 민족이나 국적, 인종의 우열을 유전자로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고고유전학의 성과 중 중요한 것은 현재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주 문제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생존을 위한 인간의 이동 욕구는 근원적인 것이기에, 모든 국가가 이 문제를 정치적이고, 민족주의적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큰 우려를 보인다. 인류의 이주 역사는 지금의 인류가 누리는 풍성한 문명의 혜택을 가져다 준 원동력이기도 했으므로, 현재의 갈등과 분쟁도 공동의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뼛조각 하나로 인류의 시작과 발전, 또 함께해온 질병의 역사가 매우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는 책이다. 개와 인간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의 유전자인 평행돌연변이’, 이미 초창기 인류 단계부터 엿볼 수 있는 공존과 거래의 역사, 호주의 피부암 발생률로 돌아보는 인종과 환경과 피부의 관계, 자연적으로 거리두기가 될 수밖에 없다가 필연적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던 인류의 여정, 페스트의 공포로부터 우리를 구원한 시궁쥐의 활약, 테레사 수녀가 한센병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필 수 있었던 유전학적 이유 등 읽을거리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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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 3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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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부분은 해방공간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서술이다. 해방공간은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 발발 이전 사이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야말로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대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강대국의 입김과 내부 분열이라는 안팎의 문제를 극복하고 단일 정부를 수립하여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자주적이고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절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국의 논리와 이승만의 권력욕, 그리고 제때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 문제는 결국 분단을 야기했고, 막대한 피해와 손실을 낳은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 이후로 현재까지 그 후유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해방공간에서의 실패가 두고두고 우리 역사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승만 시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이 서평의 포인트다. 왜냐하면 이승만으로부터 비롯된 민족 역사의 악재가 이후 박정희 시대부터 박근혜 시대까지 모든 정치,사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삼상회의로부터

 

해방 소식이 알려졌을 때 기쁨으로 나부낀 태극기들 중에는 일장기에 먹칠을 하고 줄을 그어 만들어진 것도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민족의 앞날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암시가 이미 환희의 순간에 깃들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말끔히 해소되지 않을 친일 행적을 비롯한 일제의 잔재가 두고두고 한국 현대사를 어지럽힐 것이라는. 둘째, 온전한 자주 독립을 실현하지 못하고 외세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조로서.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려는 상황에서, 한마음으로 뭉치지 못한 민족지도자들의 행보도 너무나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그 틈새만큼 친일 잔당들이 숨 쉬고 활개칠 여지가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 미군정의 현상 유지 정책으로 친일파들이 다시 득세할 여건이 되면서 정국은 다수의 정당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좌우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 이승만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미군정이지만, 좌익이 주도하는 정치 상황을 개편하기 위해 그를 돕게 된다. 미국과 소련이 나라를 휘젓는 가운데서 이렇게 국내 상황이 도무지 화합을 이루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모스크바삼상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미소공동위원회가 조선의 임시정부와 협의 하에 미···중의 신탁통치를 최고 5년 기한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초의 미국의 정책이었던 신탁통치 계획을 소련이 주장했다는 언론의 왜곡보도로 상황은 더욱 혼란과 갈등으로 치달았다. 왜곡보도의 사실 관계를 따지기에는 감정이 너무 격앙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 김구 측은 반탁의 초기 국면을 주도하면서 중경 임정 추대에 열중했고, 이승만 측은 단독(분단) 정부 수립의 기회로 이용했다. 언론의 왜곡보도가 상황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세력이었는데, 힘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아무튼 즉시 독립을 바라는 한국인의 열망과도 맞지 않아 신탁통치라는 개념 자체가 더욱 불을 당긴 격이었다.

결국 이 문제의 근원은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한반도에 자국에 이익이 되는 정권을 세우기 위한 다툼에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론의 사실 왜곡과 자기 진영이 임시정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대립이 이 땅에 새로운 민주 정부가 세워지는 것을 힘들게 만든 것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심화됨에 따라 국내의 사정은 더욱 한반도 통일 정권이 세워지기에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좌우합작을 어떻게든 성사시켜 문제를 풀어보려던 노력은 이승만과 그의 지지세력의 방해와 앞서 말한 세계정세와 맞물려 무산되고, 결국 남한 단독정부가 세워지는 분위기로 흐르고 만다. 미국의 거수기 노릇을 하던 유엔이 남한 단독의 총선거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김규식과 김구가 북의 지도자들과 만나 통일국가 수립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인 단계까지 논의한 남북협상의 노력이 눈에 띄다. 해방 이후 분단을 막기 위해 힘썼던 뚜렷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김구는 우익 대통합을 위해 이승만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며 협조했지만, 단선·단정의 욕심을 버리지 못한 이승만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중도좌익과 손잡으며 나라의 미래를 도모했다.

 

 

 

 

 

 

단일 정부의 희망이 사라지고

 

남한 단독정부 수립 이후의 상황은 가관이다. 미군정은 친일파가 일본에 충복 노릇을 했던 것처럼 자기들에게도 충성할 것이라 판단하고, 자기들에게 비판적인 민족주의자들 대신 친일파를 중심으로 한 극우인사들을 파트너로 삼았다. 국내 공권력의 핵심인 경찰 집단의 주요 구성원이 친일파로 대부분 채워지면서 게임은 사실상 끝이었다. 반민법(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정되면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친일파 청산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경찰의 요직에 있는 친일파를 잡아들이자, 이승만이 치안의 혼란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민특위 활동을 비판했고, 결국 공권력을 이용해 6.6 반미특위습격사건을 저질렀다. 이후 사회는 친일파에 대해 함부로 말도 못하는 분위기가 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다. 친일파가 각계각층의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사회정의와 바른 가치관을 세워 국가의 미래 중흥을 일으키는 일은 물건너간 것이다.

 

국회프락치사건, 김구 암살 사건, 5·30선거 이승만 세력 줄줄이 낙선, 중도파 민족주의자들 다수 당선, 다원적 정치 실현 기대감으로 희망적인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승만의 권력욕에 절레절레 - 악마도 와서 한수 배우고 갈 경지. 이승만과 친일파 일당들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미국과 유엔이 허락하지도 않는 실현 불가능한 북진통일론, 반공·반통일 정책을 내세워 반대파들을 탄압했고 나라를 개판으로 만든 시대였다. 뜻있는 야당 인사들이 반이승만·반자유당 전선을 구축하며 힘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진보당 사건으로 조봉암을 사형 시킨 이승만은 영구 집권을 위한 작업에 집착한다.

 

해방공간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해방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영향 아래에서 제대로 친일파들을 처단하지 못한 후유증으로, 통일을 위한 조속한 노력, 단합이 무산되고,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터졌고, 이후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이용한 이승만 무리의 더러운 정치와 사법 농락으로 너무나 많은 무고한 대중이 반공-보안의 연결고리에 엮여 학살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시기에 대한 것이다.

 

강대국들의 힘겨루기에서 알처럼 튀어나온 반공이라는 이념적 정서를 자기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했다. 통일에 관심이 없었다. 친일파들은 입과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좋아했다. 자기들의 죄악에서 눈을 돌리게 해주는 좋은 재료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존에 누리던 것을 그대로 쥐고서 더 큰 번영을 도모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새로운 시대의 사회상과 한국전쟁

 

전후 당시 교육 상황이 나온다. 이승만과 그 무리들은 반공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정책을 시행했다. 주로 배우는 게 반공이었고 세뇌 수준이어서 당시 교육 시스템 내에서 학생들은 이승만이 조종하는 인형 부대 양산소의 인형들이나 다름없었다. 그와중에도 진보·개혁적인 사상에 대해 눈뜬 이들이 있어, 좌익성향의 학생들도 많이 나타났다. 문제는? 바로 좌익성향의 학생들과 우익성향의 학생들의 대립 심화였다. 이들은 자기들이 무엇 때문에 반대편과 날을 세우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날 때부터 세뇌받은 세대이거나 세뇌받은 세대와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자 했던 계층의 학생들의 날선 신경전에 불과했다. 그들의 이상이나 꿈, 열정은 이승만과 탐욕 세력들의 장기판 위에서의 말들의 움찔거림에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까지도 무조건 반공이 진리인양 신념을 버리지 않는 자들의 무논리·무근거·인지편향은 무식한 꼴통보수의 양분이 되어 있고, 진보를 떠드는 무리들도 자가당착에 빠져 좌우기득권세력연합따위의 더러운 개념을 만들어 조롱거리로 쓰이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돈의 흐름에 약삭빠른 자들은 이념과 권력, 이익 투쟁으로 난장판이 된 정치판, 운동판을 굿판 보듯 구경하면서 떡 먹듯 사리사욕을 충족해갔다. ! 우리 조상은 왜 이 부류에 속하지 않았을까! 하하~

전쟁비용을 충당한답시고 머리 굴릴 생각은 않고 농민들의 피를 빨아먹었던 악당들 또한 이승만 무리였다. 미군정도 다를 바 없었다. 백성들은 예나 지금이나 착취의 대상이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조삼모사가 정답이다. 하긴, 자기 배나 채울 궁리만 했을 악마들이 국가의 진정한 재건과 발전을 생각했을 리 없다. 그런 인간이 장로였다니, 기가 막히고 부끄럽다. 그리고 지금 보수기독교 양아치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겠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족속들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북진통일을 주장하던 망령난 노인네는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줄행랑치기 바빴고,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과 전후 거덜난 재정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엄두도 못낸 채 미국 및 외국의 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걸 또 군사비로 털어먹고 있었으니 답이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된 것이 원조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외국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금융유전자를 우리 경제에 깊이 박아버렸다. 또한 제1차 중석불사건이나 원면사건은 정경유착과 국민을 똥으로 보는 당시 지배층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부패한 권력.

노동단체의 역사도 끔찍하다. 정당한 노동운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파업사건을 이승만이 강경진압하며 모든 노동조합은 사실상 권력과 조합의 어용조직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로써 노동자는 삶이 고되고 힘든데, 간부 및 관리자들은 먹고 살 만한 비정상적인 한국 노동조합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 젊은 세대와 지금 세대가 절망하는 공통적인 부분은 사회정의와 기회평등의 부재, 그 원인이 모범적이지 못한 지도층의 부패에 있다는 것이다. 모범이 없는 사회. 스스로가 각자 답을 내야 하는 세상.

 

 

 

 

 

 

이승만의 하야와 현재까지

 

1960년 상상을 초월한 3·15부정선거는 한국민주주의의 역사적 분기점이 되었다. 이승만의 병적인 영구 집권 의지, 자기기만적인 자존심, 친일파가 대부분인 추종자들의 권력욕이 빚어낸 갖은 기상천외한 부정선거 전략과 실행은 이승만과 추종자들의 몰락을 재촉했다. 이후 유신체제와 군사정부를 지나 문민정부에 이르렀고,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연속으로 두 차례씩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 온 것이다. 박정희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를 몇 단어로 축약해버린 것은, 앞서 말했듯이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맥락이 해방공간에서의 실패로부터 빚어진 분열과 대립이라는 결과물 위에서 반복되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기득권들은 항상 반공과 안보의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들을 기만했고, 진보·개혁 세력은 끊임없는 자가당착으로 그 이름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그리고 남아 있는 것은 껍데기만 남은 사상 아래에서 살을 찌워온 천민자본주의라는 알맹이뿐이다.

 

물론 우리의 역사가 늘 부정적이고 비상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도 한 줄기 빛의 가능성을 믿고 붙잡고 버텨온, 가려진 작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면, 그때 그곳에서의 안타까운 실패를 우리의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가져보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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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속이는 말들 -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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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삐뚤게 보기이미 삐뚤어진 상태로 보고 있음의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생각이나 타인의 표현들을 보면서 어떤 상태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통념 자체를 비판하기보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빠지게 될 편견과 오만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부분만 보고 전체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오만한 숙명론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이나 유전적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변화하는 존재인 인간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 즉 인간 전체의 보편적 특징이나 본질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 환경에 주관적 대응을 결합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신념과 의지가 간접적이고 간헐적이라면 고통과 쾌락은 직접적이고 매일 매 순간 작용한다. 성격과 기질에 가장 일차적이고 크게 영향을 준다.

 

이해관계가 작용하지 않는 평생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때는 보통 중고등학교때이다. 공부는 때가 있다라는 말은 이렇게 인생을 함께 다독이며 걸어갈 진정한 친구 하나 만드는 것도 불필요 것으로 여기게 하고 자녀를 평생 외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함정이 숨어 있다. 첫사랑도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을 제공한다. 바로 순수하고 투명한 마음으로 다가설 때 품는 감정이다. 그런 때묻지 않은 마음 상태로서 사랑의 기회는 아마 청소년기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여기서 에리히 프롬의 존재로서의 사랑소유로서의 사랑개념을 우리의 교육 현실에 적용하여, 부모들의 왜곡된 사랑의 표현이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은 이렇게 한 인격체의 자연스럽고 독립적인 욕구를 억압하는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말은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지나친 위계질서 의식이 얼마나 사회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경직시키는지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치에서 빼야 할 것은 권위주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보수적 관념이다.

 

 

 

 

 

 

인간의 진정성과 관련해서는 그 실체가 모호하고, 인간을 허구적 개념으로 규정하고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무차별적인 의무를 덧씌움으로 인간 존재 자체가 더 진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다 이기적이다는 말에 대해서는 유전학적으로 그것이 부분적인 면일 뿐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기성과 이타성이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호혜적이고 협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협동과 유대의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으며, 인간을 무조건 이기적인 존재로 간주하여 사회까지 냉정하고 계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인간에 대한 편견의 말을 다루었다. 다음은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들을 살펴보자.

 

먼저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 저자는 감각보다 지식을 중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왜곡되고 무미건조한 시선에 대해 지적하는데, 특히 예술적 영역에서 이런 폐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예술 감상에 있어서 엘리트주의가 일반 감상자들을 예술의 주체적 감상자가 아닌, 전문가들의 난해하거나 차갑거나 적당함으로 범벅된 비평의 단순 소비자로 전락시킬 위험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본연의 기쁨과 감동으로부터 멀리 떼어놓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감각을 통한 감성과 정연한 지식의 균형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은 물론이고 세상과 사물을 보는 건강한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아주아주 유명한 말,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원래 의도가 가장 심각하게 왜곡되고 오용되는 사례다. 저자는 병목현상이란 용어로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기회구조 자체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새롭게 사회활동을 시작하거나 낯선 환경을 앞에 두고 느끼는 불확실성이나 그에 따른 불안과는 다른 종류의 절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위로와 격려라 할 아프니까 청춘이다, 시련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은 자조와 분노만 일으킬 뿐이다. 저자는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절망적인 전망에 대한 대안으로 기회구조의 개혁이라는 화두를 꺼낸다. 현실과 동떨어진 격려로 변질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청년들의 미래 전망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목을 늘리거나, 병목을 여러 개 만들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확행에 대해서는 인간의 욕구 발현이 자율적이냐 타율적이냐는 문제로 연결시켜 논한다. 살기가 어려워져도 기업은 장사를 해야 되고, 정부는 대중을 통제해야 된다. 이런 맥락에서 소확행이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 기준, 생활 양식을 조종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이다. 소확행을 대안적 라이프스타일로 꾸미는 다양한 광고와, 대중매체의 이미지메이킹 등이 그 예다. 내가 자발적으로 욕구를 발현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그물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건, 소비 중심의 가치관, 세계관, 행복관이 일반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가 판단과 선택의 기준이 되는 시대, 이런 시대에서 실질적인 자율성으로서의 욕구가 가능한지 묻고 있다.

 

손님은 왕이다의 경우, 실제로 왕과 귀족을 고객으로 접대했던 호텔 창업주가 한 말이 소비주의, 자본주의, 상업주의로 넘어온 것인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간의 감정까지 서비스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을 당연시하는 특유의 갑질문화와 연결시켜 논한다. ‘그놈은 그놈이다의 경우 양비론의 무익함을 통해, 모든 정치적 구성요소를 싸잡아 비판하는 태도로는 정치의 선진화를 이룰 수 없으며,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고 발전시키는 유일한 도구는 정치임을,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결코 우리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정치와 희망이라는 단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지만, 어울리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아니 시민으로서의 숙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는 말도 허구임을 알려준다. 얼핏 들으면 의아하겠지만, 여성에게만 부담과 굴레를 씌우는 작용을 한 것이 모성애라고 한다. 그러니까 모성애는 인위적이었던 것이다.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여성에게만 덧씌워진 만들어진 본능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모성애라는 신화로 둔갑한 것이다. 원래 아이를 책임지고 보살피는 것은 남녀 공동의 역할이었다고 한다. 이걸 보면 모성애라는 말보다 부모애’, ‘가족애같은 용어가 부각되어야 할 것 같다. 과도한 역할 분리의 폐해로 보인다. 바람직한 양성 평등의 길은 오히려 문명 이전 사회에서 배워야 할 상황이다.

 

이 책에 나오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들 속에 감춰진 장치들, 주로 낡고 변질된 유교적 사고방식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상업 논리가 강하게 개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런 맥락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대중의 능력이 점점 퇴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삐뚤어진 것을 바로 잡고, 그 다음에 눈 앞의 현실을 뒤집어 보고 기울여 볼 수 있는 역량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 내가 보기에 그것은 세상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모두가 쓸려 내려가는 국가적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 피해는 오롯이 무지한 대중의 몫으로 떠안을 것이기에, 두 눈 번쩍 뜨고 정신차려야 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본질을 통찰하라! 우리의 의식을 왜곡과 편견, 숙명론으로 물들여 통제하려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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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완성하는 것들 -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29가지 지혜
라이언 패트릭 핸리 지음, 안종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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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위대한 경제학자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대표 저서로 자본론도덕감정론이 꼽힌다. 그중 우리의 관심은 주로 자본론에 맞춰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자본론보다는 자본론적인 어떤 것에 휘둘리고 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시장은 정부가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두면 자체적인 조정을 통해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그의 저서에 나오는 표현을 통해 언급하고는 했지만, 정작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자본론이 더 사람들의 취향에 맞지만, 정작 그 책을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도덕감정론은 더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마 자본론의 연장선상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도덕적인 문제도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낸 것인가? 하는 빈약한 소양(素養)에서 비롯된 예측 말이다.

 

내 인생을 완성하는 것들은 계몽시대 정치철학 전문가로서, 특히 애덤 스미스 연구를 이끄는 라이언 패트릭 핸리라는 학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먼저 자본주의의 창시자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가 그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연구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성찰과 실천의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답을 그의 도덕감정론에서 구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이 자기계발서에서 제시하는 성공의 법칙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이 책을 읽어보면 우선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얼마나 그 사상의 본질에서 벗어나 기형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에 의하면, 자본주의야말로 모든 인간이 성숙한 존재로 발전하면서, 신체적·정신적 만족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인데, 우리가 목격하는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시하면서, 특히 삶의 현명한 안내자, 사상가로서의 그의 일면을 부각시킨다. ‘도덕감정론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가운데 그의 도덕철학 사상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지혜를 길어올린다. 이 책은 스미스의 저서에 나오는 한 구절을 제시한 뒤 저자의 짧은 설명이 덧붙는 방식의 짧은 형태의 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탁월한 산문가로서의 애덤 스미스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예상한 바와 같이 애덤 스미스를 처음 만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그를 만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목적도 있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지혜를 따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의 핵심 과제로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제시한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상반되는 두 본성인 이기심과 자비심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기심을 줄이고 자비심을 늘려야 할 이유를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개인의 차원에서 인간의 본성을 분석한다. 이기심에 대해 논할 때, 이것이 좋거나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그 자체의 특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이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유익을 위해 이타적인 행동, 즉 자비심이 우선하는 본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그 이유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내면의 평온함과 적당한 신체적·정신적 즐거움의 균형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대 세계가 지지했던 행복에 이르는 두 갈래, 즉 스토아철학에서 말하는 금욕주의나, 쾌락주의가 추구하는 현세적 즐거움 어느 한쪽만 강조해서는 결국 허무나 불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인을 구성하는 상반되는 본성적 특징들을 균형과 조화의 관점에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요즘 말로 하면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인식에 이르게 된다고 할까. 실로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삶이 유지된다. 비대면 시대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몸을 움직여야 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에 나오고 싶지 않은 사람도 그런 사람들의 의지와 행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대하며 협력하고 우정과 사랑을 기초로 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짧지만 핵심을 짚어가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내 인생을 완성하는 것들은 세상과 타인을 공감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타인과의 실질적인 연대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는 공정한 관찰자개념을 제시한 애덤 스미스를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가 그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오늘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익하고 유효한 스승이 될 수 있음을 착실한 논리로 안내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이 멀게 느껴지던 애덤 스미스라는 위대한 인물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란 애초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는 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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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생활 속의 물리학 -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인문 교양 아카이브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제임스 리스 지음, 박윤정 옮김 / 토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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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좋은 의미라고 볼 수는 없다. ‘있어보인다와 능력을 뜻하는 영단어 ‘ability'의 합성어인 있어빌리티는 허상에 사로잡혀서라도 물질적인 만족감을 느끼고자 하는 시대의 어두운 자화상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 양면성이 있듯이, 이런 능력이 진짜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 표현은 불완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 그럼 지식의 영역에서 있어빌리티는 어떤 역할을 할까? 마찬가지다.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채 있어빌리티로 계속 가다 보면 망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있어빌리티가 필요하다.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토트출판사에서 나온 있어빌리티 교양수업의 새로운 시리즈인 생활 속의 물리학은 우리의 생활 속의 현상이나 유명한 일화 등을 바탕으로 물리학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그 일면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사람을 다룬다. 학습 부진을 겪었다는 어린 시절의 아인슈타인이 실은 물리 분야에서 얼마나 비범한 재능을 보였는지를 알려주면서 그의 최대의 과학적 업적인 상대성 이론의 가치를 간결하게 소개한다. 아인슈타인으로 포문을 연 물리학자 파트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아르키메데스, 프톨레마이오스 등의 인물들이 최초의 물리학자 대열에 거론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들의 어깨 위에서 첫 번재 혁명적인 물리학 업적을 이룩한 아이작 뉴턴을 소개한다. 이밖에 체면 때문에 황당한 죽음을 맞은 위대한 물리학자부터 시대의 억압에 맞서 과학적 진리를 수호한 인물까지 물리학의 기초를 다진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된다.

 

2장에서 5장까지는 물리학의 기초적인 지식을 다양한 일상 생활의 현상을 통해 소개한다. 현대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빛의 성질과 양자역학을 통한 물리 현상의 궁극적 모순을 효과적으로 설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또 자동차의 쌩하는 소리가 가깝고 멀어지는 현상을 빅뱅 이론의 원리를 간결하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6장과 7장에서는 지구밖 천체와 우주를 다룬다. 행성이 동그란 이유, 밤하늘이 반짝이는 이유, 태양의 온도, 우주의 종말 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넓은 관점에서 물리학이 인간과 우주의 운명에 관해 어떤 설명을 할 수 있는지 다루고 있다.

 

8장에서 마지막 11장 사이에서는 날씨와 물질, 기술, 컴퓨터와 전자기기까지 등 지금 우리의 삶과 미래 생활의 전망을 다룬다. 기상과학에서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현상인 화염 회오리현상과 코로나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핵폐기물 문제, 와이파이의 작동 원리,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 가능성 등을 이야기한다. 모두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꿨거나 바꿀 이슈들이다.

 

각 장마다 마지막에 간단한 퀴즈 코너를 덧붙여 쉬어가면서 내용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있어보이는 단계를 잘 밟은 다음, 진짜 있는 단계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독자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대화의 질 뿐만 아니라 삶의 수준을 높이는 독서여행의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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