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완성하는 것들 -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29가지 지혜
라이언 패트릭 핸리 지음, 안종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상 위대한 경제학자로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대표 저서로 자본론도덕감정론이 꼽힌다. 그중 우리의 관심은 주로 자본론에 맞춰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자본론보다는 자본론적인 어떤 것에 휘둘리고 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시장은 정부가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두면 자체적인 조정을 통해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그의 저서에 나오는 표현을 통해 언급하고는 했지만, 정작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자본론이 더 사람들의 취향에 맞지만, 정작 그 책을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도덕감정론은 더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아마 자본론의 연장선상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도덕적인 문제도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낸 것인가? 하는 빈약한 소양(素養)에서 비롯된 예측 말이다.

 

내 인생을 완성하는 것들은 계몽시대 정치철학 전문가로서, 특히 애덤 스미스 연구를 이끄는 라이언 패트릭 핸리라는 학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먼저 자본주의의 창시자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가 그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연구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성찰과 실천의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답을 그의 도덕감정론에서 구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이 자기계발서에서 제시하는 성공의 법칙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이 책을 읽어보면 우선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얼마나 그 사상의 본질에서 벗어나 기형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에 의하면, 자본주의야말로 모든 인간이 성숙한 존재로 발전하면서, 신체적·정신적 만족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인데, 우리가 목격하는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를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시하면서, 특히 삶의 현명한 안내자, 사상가로서의 그의 일면을 부각시킨다. ‘도덕감정론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가운데 그의 도덕철학 사상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지혜를 길어올린다. 이 책은 스미스의 저서에 나오는 한 구절을 제시한 뒤 저자의 짧은 설명이 덧붙는 방식의 짧은 형태의 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탁월한 산문가로서의 애덤 스미스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예상한 바와 같이 애덤 스미스를 처음 만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그를 만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목적도 있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지혜를 따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의 핵심 과제로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제시한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상반되는 두 본성인 이기심과 자비심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기심을 줄이고 자비심을 늘려야 할 이유를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개인의 차원에서 인간의 본성을 분석한다. 이기심에 대해 논할 때, 이것이 좋거나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그 자체의 특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이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유익을 위해 이타적인 행동, 즉 자비심이 우선하는 본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그 이유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내면의 평온함과 적당한 신체적·정신적 즐거움의 균형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대 세계가 지지했던 행복에 이르는 두 갈래, 즉 스토아철학에서 말하는 금욕주의나, 쾌락주의가 추구하는 현세적 즐거움 어느 한쪽만 강조해서는 결국 허무나 불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인을 구성하는 상반되는 본성적 특징들을 균형과 조화의 관점에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요즘 말로 하면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인식에 이르게 된다고 할까. 실로 인간은 홀로 살 수 없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삶이 유지된다. 비대면 시대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몸을 움직여야 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에 나오고 싶지 않은 사람도 그런 사람들의 의지와 행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결국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연대하며 협력하고 우정과 사랑을 기초로 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짧지만 핵심을 짚어가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내 인생을 완성하는 것들은 세상과 타인을 공감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고 타인과의 실질적인 연대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는 공정한 관찰자개념을 제시한 애덤 스미스를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가 그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오늘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익하고 유효한 스승이 될 수 있음을 착실한 논리로 안내해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이 멀게 느껴지던 애덤 스미스라는 위대한 인물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란 애초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는 점을 덧붙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