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빠른 철학 공부 - 1페이지로 보는 동서양 핵심 철학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시리즈
보도사 편집부 지음, 박소영 옮김, 오가와 히토시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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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인간이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는 통로로 오랜 시간 그 역할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자세히 관찰하던 한 사람의 근본적인 질문이 철학의 시작을 알렸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신화를 뛰어넘어 이성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는 인간의 정신문화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만물의 기원, 본질에 관한 질문은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개념에 대한 질문에까지 사고의 확장이 일어났고, 외부에 고정되어 있던 인간의 시선은 내부를 향하게 되었다. 이윽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탐구는 철학의 중요한 줄기를 이루게 되었다.

 

철학은 인간 고유의 정신활동이다. 진리를 탐구하고 의미를 밝혀내려 하는 행위이다. 질문을 통해 진리를 드러내고 때로는 단정적으로, 때로는 정답을 보류하며 보다 분명한 철학적 해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이어왔다. 철학은 시대에 따라 인류에게 기존의 가치를 전복시키며 충격을 주기도 했던 반면에, 새로운 가치기준으로 활발하게 만들기도 하고, 절망의 자리에서 다시 꽃을 피우는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철학 공부는 인간의 정신 활동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과 주장의 내용, 그리고 간단한 생애의 배경을 담고 있는 철학 입문서이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의 주요한 철학자와 철학 사상을 서양 중심으로 다루고 말미에 동양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을 덧붙여 둔 구성이다. 어려운 개념의 핵심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귀여운 일러스트는 이 책의 눈에 띄는 장점 중 하나다.

 

인간의 뛰어난 능력 중 하나는 길고 복잡한 이야기의 바다를 하나의 물줄기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철학 입문서는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선뜻 발담그기를 망설이는 독자에게 흥미로우면서도 부담없는 철학 맛보기를 가능하게 하며, 더 큰 철학의 강과 바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만물의 기원과 본질에서 관념적 세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철학적 관심의 흐름을 큰 그림으로 보다 보면 중간중간 더 있어야 할 내용이 훌쩍 건너 뛴 것 같은 공백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 초보에게 그 공백은 친절함이다.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것이 이 책이 지닌 가치이자 의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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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배워야 다르게 성장한다 - 교육전문가 조훈 교수가 제안하는 행복한 자녀 교육법
조훈 지음 / 새빛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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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들 가운데 특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인간에 대한 정의 및 평가에 관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 여겼던 직관이나 경험, 훈련에 의한 숙련도 같은 것들이 영리한 기계로 대체될 수 있음을 몇 년 사이에 충격적으로 체험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의 실존이 위협받지 않기 위해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새로운 가치와 능력을 찾았다. 그렇게 발견한 인간의 특성이 바로 창의성이나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 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융합능력 같은 것들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감춰져 있다가 발견된 것은 아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이런 능력을 지닌 위대한 인물들이 뛰어난 업적을 이뤄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군주제, 봉건제를 지나 근대에 와서도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이 획일화, 표준화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대에 순응하는 존재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 세계에서는 소수의 뛰어난 천재나 능력자들만이 돋보일 수 있었다.


물리학과 기계공학의 발전으로 동력을 이용한 엔진과 같은 신문물이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았을 때, 큰 저항이 있었지만 결국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현상이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도의 컴퓨터 발전은 인간이 산업혁명시대로 인해 맞닥뜨린 인간 실존의 위기를 간신히 극복하며 얻어낸 인간의 존재 및 능력의 가치들을 다시 위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인간에 대한 근대적 가치들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으나,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앞에 서게 되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추종해왔던 기준이나 요인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교육에 대입해보면 그 변화상이 극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교육의 모습은, 국가나 사회에 이바지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하는 것이었다. 주로 나라의 부와 힘을 축적하는 생산노동력 자원으로 길러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만큼이나 중요한 소비 부분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생산노동력으로서의 자신의 역할과 존재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인간이 그 소비력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을 리 없다. 일단 일자리 자체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소비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일을 하지 못하면 가질 수 없는 것이 돈이다. 만족도가 떨어지는 일자리는 사람들을 그저 먹고 사는 데 급급한 존재로 만들었으며, 그것조차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기계에게 내줘야 할 형편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 기본소득의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고상한 의도의 이면에는 기계에 자리를 빼앗기는 인간이 소비로라도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하는 데 기여하라는 발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르게 배워야 다르게 성장한다.는 이전의 상식을 뒤집고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걸맞은 교육, 인간의 자존감과 개개인의 개성과 가치를 지키고 확장하는 교육이 다음 세대에 하루라도 빨리 적용되어야 함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거나 틀을 깨지 못하는 교육 정책으로는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교육 이론과 학부모 및 학생 상담 사례, 선진화한 교육 정책을 일찍부터 실천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단순 노동을 넘어 인간의 지각 능력이 감당해온 영역의 상당 부분까지 지성이 있는 기계가 넘보는 고도 정보 통신 기술의 시대에, 다양한 경험과 오감을 살려 정말로 인간만이 궁극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주기 위해, 최적의 계획 아래 아이들의 미래 진로 지도를 바라는 부모님들과 미래 교육의 양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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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에버 데이 원 - 위기 때 더 강한 아마존 초격차 시스템
램 차란.줄리아 양 지음, 고영훈 옮김, 박남규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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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책의 제목이나 내용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초심일 것이며, 문장으로는 초심을 잃지 말자’, ‘초심으로 돌아가자같은 표현일 것이다. 아마존의 경영 이념과 목표,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기업가 정신은 바로 이 초심과 관련한 자세를 극한까지 밀고 가는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혁신적 경영 시스템의 구현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표현으로는 'Day 1'. Day 2를 허용하는 순간 모든 것이 몰락할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달려온 26년이란 시간은 그들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만들었으며, 여전히 스타트업 정신을 가진 대기업의 모습을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동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존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고객 집착정신은 사실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해야 하는 당연한 자세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 초기의 성공으로 공룡이 되었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자체적으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고객의 신뢰를 잃어 무너지는 경우를 우리는 지난 비즈니스 역사를 통해 많이 목격해 왔다.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의 임직원들은 이것과 반대되는 길을 걸으며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하나의 자체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 상점으로 시작한 초기부터 제프 베조스는 단순히 온라인 상거래 업체를 뛰어넘는 거대한 아마존 제국을 꿈꿔왔던 것 같다. 결국 아마존은 궁극적으로 플랫폼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이라는 요소보다 협력상생이라는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영 전략을 취했다. 이를 위해 자기들의 중요한 핵심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기술 정보를 자기들의 생태계에 들어온 중소업체들과 공유하고 세심히 점검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였다.

 

인재를 영입하고 오래도록 함께 하기 위해 애초에 높은 기준을 설정했고, 인재영입 노하우가 쌓이면서 더욱 그 기준을 높이는 아마존의 인사 정책도 눈에 띈다. 어설프게 채용해서 고생하느니 애초에 높은 기준에 부합되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아마존의 노력은 초창기부터 여전히 함께 해온 임직원들의 존재나, 기존의 기업 문화, 권위주의, 관료주의를 기피하는 신세대의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 모으는 것은 물론, 가시적인 기업의 성과로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당장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보상 심리를 채워주는 임금 정책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끊임없는 고객 집착으로 유치한 엄청난 수의 아마존 이용자들은 곧 아마존의 자산과 다름이 없다. 아마존은 더욱 성장하기 위해 이 자산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시간과 돈,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 실패하면 개선점을 찾아 더욱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계속 제공하면서 더욱 아마존 이용자들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사실 아마존이 말하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위한 노력들은 결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점유율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지극히 상업적인 선택이다. 제프 베조스와 그의 사람들은 지속적인 열정과 노력으로 사람들의 미래 니즈를 파악한다고 하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필요한 것처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야 더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인간 본성의 취약한 부분을 집요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막대한 문화적, 경제적 성취를 이뤄왔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문화로,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도 하니 약과 독이 함께 매력적으로 제시되는 느낌이다.

 

우리가 Day 1 정신에서 배워야 할 것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시대의 트렌드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단한 아마존도 미국 내 점유율이 4%,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라고 한다. 그들은 여전히 방심하지 않고 줄기차게 앞으로 나아갈 동기부여를 스스로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꼭 하나 취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치지 않는 자기 강화 메커니즘의 방법론이 아닐까 싶다. 저자 역시 권하기를, 아마존을 흉내내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나름대로 적용해보고 자신의 상황을 개선해나가라는 것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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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책을 탈출한 미적분 - 일상 생활 속 숨은 미적분 찾기
류치 지음, 이지수 옮김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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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추천사나 서문을 보면, 수학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수학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거의 장담하듯 말하고 있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수월하게 내용이 술술 흡수되지는 않았다.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가면서 앞에 배운 내용과 새로 배운 내용을 결합시켜 지식을 증대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썼다고 해도 한 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수학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숙지한 것은, 미분은 움직이는 물체의 변화 혹은 어떤 양이 변하는 속도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는 것, 그리고 적분은 그러한 변화의 크기를 계산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적분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함수의 개념을 알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함수라 하면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대해 좌절하기 시작하는 포인트이기도 한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집합 단계에서 교환법칙, 분배법칙 따위를 식으로 풀어놓는 교과서의 페이지들만 봐도 머리가 아프고 왜 해야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손을 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한 계산은 할 수 없더라도 함수가 어떤 개념과 정의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 하겠다.

 

 

 

 

 

 

17세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대부분 움직이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변화하는 힘에 대한 작용은 물리학자들이 가장 고민했던 문제였다. 그런 과정에서 발명된 것이 미적분이었다. 즉 미적분은 물리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명되었으며, 이것이 더 기초적인 학문인 수학까지 아우르며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이상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마침 EBS에서 예전에 방영되었던 문명과 수학이라는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었는데, 이 책의 내용과 맞물리는 미적분 관련 내용이 나와서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미적분은 독일의 라이프니츠와 영국의 뉴턴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는 뉴턴이 발명한 것으로 판정되었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라이프니츠가 만든 미적분의 기호나 명칭이 이해하고 활용하기에 더 적합하여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가장 큰 의미는 수학적 지식을 쌓는 것보다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논리적 사고 방법의 습득, 즉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에 있다. 세상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다 아름다운 이론이나 정교한 공식처럼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대처했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쌓이는 경험의 질이 현저하게 높아지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수학 공부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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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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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감정과 이성,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다고 했다. 그가 인간 존재의 핵심이 정신적인 것에 기울어 있다는 믿음을 우리는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밀접한 관계가 인간의 마음이나 심리에 대해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책은 인간 존재와 마음의 근원을 탐구하는 철학적 활동이 근대의 정신분석을 거쳐 현대의 인지심리학, 그리고 신경과학과 만나면서 탄생한 마음의 생물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의 정신과 심리, 마음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학문 간의 융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형태의 학문 간 연결을 통해 새로운 학문 분과가 생기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고학과 유전학이 결합해 생긴 고고유전학같은 사례를 얘기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우리가 요즘 자주 접하는 정신질환이나 뇌질환 관련 용어들, 예를 들어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장애, 자폐증, 알츠하이머, 서번트 신드롬, 파킨슨병, 중독, 젠더 정체성 등을 다루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이런 질환들이 어떻게 뇌의 상태를 통해 확인이 되는지 다양한 자료들과 연구 성과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뇌 관련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데에는 단연 유전학과 뇌 영상 촬영 기술의 발달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확인되는 증상이나 축적되는 진료나 상담 기록, 학문적 직관성 등으로는 아무리 체계적이라도 객관적인 설명이 어려웠는데, 유전적인 요인을 통해 정신 질환이 일반적인 신체 질환과 동일 선상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뇌 영상 촬영을 통해 특정 부분이 손상되었을 때 우리의 정신 기능 중 어떤 곳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의식이나 무의식의 영역 같이 아무리 과학적인 방법이 탁월하다 해도 여전히 신비감에 싸여 있고 의문투성이인 연구 대상도 많다. 이 책에서 다루는 각종 질환도 궁극적으로는 명백하게 그 원인이나 본질을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고장난 부분을 통해 해당 부분의 기능이나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하나씩 밝혀나가는 단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신과 육체의 관계성이 밝혀졌다. 확실한 것은 정신과 육체는 따로 노는 것,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신질환이 의학적 질환이며, 정신의학이 의학의 한 분야라고 주장된 것이 불과 1790년 프랑스 의사 필리프 피넬에 의해서라고 한다. 그후 오랜 기간 발전이 없다가 20세기 초에 독일의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이 현대적인 정신의학을 정립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의 영향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가 중요한 이유는, 동시대의 프로이트와 달리 정신질환을 생물학적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의 관점으로 말하면 유전적인 이유를 지니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 절차와 검증을 거쳐 정신 질환의 분류 체계를 정립했으며, 오늘날에도 이 체계가 쓰이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흉악하고, 인간이라면 결코 저지를 수 없을 것 같은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고, 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들이 결국, 그 근본 원인을 추적해가면 뇌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또 더 나아가 생물의 유전자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인 것 같다. 여기에는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신체와 정신 뿐만 아니라, 외부세계도 보이지 않는 연결선으로 네트워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최근 양자역학 같은 분야에서 물질과 정신의 연결성을 추론하게 하는 현상도 이야기되고 있는데, 앞으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어디까지 밝혀내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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