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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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감정과 이성,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다고 했다. 그가 인간 존재의 핵심이 정신적인 것에 기울어 있다는 믿음을 우리는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육체와 정신의 밀접한 관계가 인간의 마음이나 심리에 대해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책은 인간 존재와 마음의 근원을 탐구하는 철학적 활동이 근대의 정신분석을 거쳐 현대의 인지심리학, 그리고 신경과학과 만나면서 탄생한 마음의 생물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의 정신과 심리, 마음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학문 간의 융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형태의 학문 간 연결을 통해 새로운 학문 분과가 생기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고학과 유전학이 결합해 생긴 고고유전학같은 사례를 얘기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우리가 요즘 자주 접하는 정신질환이나 뇌질환 관련 용어들, 예를 들어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장애, 자폐증, 알츠하이머, 서번트 신드롬, 파킨슨병, 중독, 젠더 정체성 등을 다루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이런 질환들이 어떻게 뇌의 상태를 통해 확인이 되는지 다양한 자료들과 연구 성과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뇌 관련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데에는 단연 유전학과 뇌 영상 촬영 기술의 발달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확인되는 증상이나 축적되는 진료나 상담 기록, 학문적 직관성 등으로는 아무리 체계적이라도 객관적인 설명이 어려웠는데, 유전적인 요인을 통해 정신 질환이 일반적인 신체 질환과 동일 선상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뇌 영상 촬영을 통해 특정 부분이 손상되었을 때 우리의 정신 기능 중 어떤 곳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의식이나 무의식의 영역 같이 아무리 과학적인 방법이 탁월하다 해도 여전히 신비감에 싸여 있고 의문투성이인 연구 대상도 많다. 이 책에서 다루는 각종 질환도 궁극적으로는 명백하게 그 원인이나 본질을 밝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고장난 부분을 통해 해당 부분의 기능이나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하나씩 밝혀나가는 단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신과 육체의 관계성이 밝혀졌다. 확실한 것은 정신과 육체는 따로 노는 것,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신질환이 의학적 질환이며, 정신의학이 의학의 한 분야라고 주장된 것이 불과 1790년 프랑스 의사 필리프 피넬에 의해서라고 한다. 그후 오랜 기간 발전이 없다가 20세기 초에 독일의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이 현대적인 정신의학을 정립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의 영향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가 중요한 이유는, 동시대의 프로이트와 달리 정신질환을 생물학적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의 관점으로 말하면 유전적인 이유를 지니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 절차와 검증을 거쳐 정신 질환의 분류 체계를 정립했으며, 오늘날에도 이 체계가 쓰이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흉악하고, 인간이라면 결코 저지를 수 없을 것 같은 범죄들이 많이 일어나고, 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들이 결국, 그 근본 원인을 추적해가면 뇌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또 더 나아가 생물의 유전자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인 것 같다. 여기에는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신체와 정신 뿐만 아니라, 외부세계도 보이지 않는 연결선으로 네트워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최근 양자역학 같은 분야에서 물질과 정신의 연결성을 추론하게 하는 현상도 이야기되고 있는데, 앞으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어디까지 밝혀내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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