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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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류의 초기 역사에 나타난 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인류의 술 발견이 처음에는 좋은 쪽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처음 취했을 때의 그 기분 좋음은 남용할 경우 이내 사람들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모든 술은 알코올 발효에서부터 만들어진다. 발효를 통한 주조로 나온 술이 양조주이며,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 증류주와 혼합주라고 한다. 이렇게 술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형태를 가진다.

 

취한 상태는 신과의 합일, 또 다른 차원으로의 진입 등의 의미를 가지며 권력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취기를 독점하려 한 기득권들의 통제로 상당 기간 술은 통치 도구로 기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발효된 형태의 음용 가능한 물질로 발견된 것이 술의 시초인 이상, 오래도록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 되기는 힘든 성질을 갖고 있었다.

 

 

 

 

 

 

벌꿀로 만드는 봉밀주의 기원이 알타미라 벽화에서 확인되는 꿀 채취 모습의 발견을 참고하면 1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인류의 술 역사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와인은 그 특유의 빛깔로 인해 고대 사람들에게 피와 생명, 불사의 이미지로 인식되어 신의 피로 여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 양조법의 역사도 가장 오래된 흔적이 이란 북부 자그로즈 산맥 유적에서 출토된 와인 잔재를 통해 7,4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 사육에 쓰일 사료 때문에 인간이 먹을 것보다 소가 먹을 곡물 재배에 더 많은 땅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와인의 경우도 로마 시대에 그 수요가 늘어나면서 포도워너 때문에 곡물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폐해 때문에 서기 91년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 우리가 화물 수송에 쓰는 단위인 이 와인 한 통의 무게에서 그 기원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빈 통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문명에도 다양한 기원이 있듯, 그 지역의 주 곡물에 따라 술의 종류도 다양하게 발전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보리나 쌀, 옥수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중 가장 빨리 술로 만들어진 재료는 보리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곡물보다 술로 만들기 쉬운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원전 17세기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 법전에 맥주 외상값이나 대금에 관한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당시부터 맥주는 상당히 보편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특히 범죄자르 숨긴 경우 여주인을 사형한다는 항목이 있는데, 굳이 여주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봐서는 주로 여자들이 술집을 운영했던 모양이다.

 

 

 

 

 

 

잉카 제국의 옥수수술 치차는 젊은 여성들이 옥수수를 씹어서 뱉으느 타액으로 발효시킨 술이라고 한다. 이 방법을 읽다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여주인공이 마을의 무녀로서 행사의 일환으로 곡물을 입으로 씹어서 뱉어낸 쿠치카미자케가 떠올랐다. 이미 일본은 16세기에 유럽보다 앞서 가열 처리를 통해 술의 부패를 지연시킨 기록이 있다고 한다.

 

증류주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 전파는 몽골 제국의 세계 정복 과정을 따라 이루어졌다고 한다. 역사 이래 수천 년 동안 교류가 없었던 유럽과 아시아가 징키즈칸이라는 위대한 통치자의 세력 확장 속에서 많은 문화적 교류가 일어나게 되었을 때, 술의 문화 역시 세계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보드카도 이런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즐거움이나 약으로, 심리적 위안의 방편으로, 통치나 주술적 행위의 도구로 사용되어온 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악으로 여겨지며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잘못된 방법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던 술의 역사. 이 책은 술이 단순히 기호 식품이 아닌, 인류의 동반자이자 운명의 방향을 정하기도 했던 역사를 이루는 중요한 핵심 요소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한 잔의 술에도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냥 털어넣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술도 적당히,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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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1945 -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 전 11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크리스 월리스.미치 와이스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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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공포의 균형으로 관리 가능한 위기를 품은 채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국지적으로 잔인한 비극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과거보다 안전해진 세계가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온 세상이 아슬아슬하지만 서로 함부로 공격할 수 없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핵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위험천만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무서운 무기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선을 지키게 만드는 억지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저렇게 충동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혹시 즉흥적으로 핵발사를 승인하는 단추를 누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럴 리 없다고 믿을 수 있었던 근거는 핵무기의 위험성이 그만큼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멋대로 날뛰는 지도자라도 핵무기가 사용되었을 때의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가질 수 있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할 원자폭탄의 폭발에 의해서였다. 카운트다운 1945는 맨허튼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세계의 전쟁과 평화 문제를 이끌어가던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망하게 되면서 부통령이었던 트루먼이 갑작스럽게 세계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트루먼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 미국에서 비밀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몰랐던 장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철통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역사상 손꼽히는 대규모 프로젝트였고 그에 참여한 사람만도 수십만에 달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이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건이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이 거의 끝나가려는 무렵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야망을 포기하지 않고 만행을 일삼았던 일본을 항복시키기 위해 미국이 내린 결정은 지금껏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일본 본토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과학자나, 실질적으로 개발과 제작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도, 결정권자들도 이것이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지니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맨허튼 프로젝트는 엄청난 도박이었다.

 

 

 

 

 

 

폭탄 투하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실존적 문제, 즉 도덕성과 관련하여 깊은 고민을 안을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폭탄을 터뜨리지 않고 오래 시간을 끌면서 지리멸렬하고 잔혹한 공방전을 계속했을 경우 생겼을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원폭 투하는 필요악이었다. 그렇다고 폭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겁을 주는 것만으로 항복할 일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수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는 왜 사태가 이렇게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폭탄이 떨어지고, 그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고뇌,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참여했을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들 문제 같은 것보다, 다시 말하지만 왜 인류가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을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강력한 교훈이라 여기며 지금 세계가 벌이고 있는 군비 경쟁의 흐름을 저지할 수 있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한 핵물질 피해가 아닌, 인위적인 사용으로 입을 핵무기 피해에 대한 공포심이 막연한 것으로 변하기 전에, 이런 책들을 통해 평화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더 깊이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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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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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인간 없는 세상이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인간 중심의 가치관이 과연 정당한가? 라는 물음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인간 발생 이전과 이후로 구분지어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과학만능주의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지구의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라는 것을 깨뜨린 사건인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인간이 이 지구상의 생명 체계를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에 보편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의미 부여가 아직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 중심의 윤리, 세계관이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은 요즘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으로 인간이 지구에서 특별한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과 자연에 대한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몇몇 철학과 종교를 통해 그런 거듭난 존재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파괴적 번영으로 누려도 된다는 착각에 빠졌고, 그것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복수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보자. 성경에서 묘사하는 창조의 시간에 인간은 맨 마지막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신은 인간에게 앞서 만들어진 바다와 땅, 땅위의 모든 식물과 동물들에 대해 이름을 짓고 잘 관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관리자라고 할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자신이 만든 세상을 아름답게 잘 관리하여 자신에게 영광을 돌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간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신의 메시지를 이후 어떻게 해석하였나? 자연을 마구 개척하고 약탈하고 자원을 소비하여 경제적 풍요를 누리라는 의미로만 맹렬히 실천했다. 자연에 대한 파괴적이고 약탈적인 태도는 곧 인간과 인간의 투쟁 상태로 반영되었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간의 본능적인 파괴 본능이 자연 세계로 번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갈등을 심화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연에 대한 난폭한 약탈이 환경오염과 이상기후, 생물다양성 감소와 멸종이라는 재앙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선을 지키지 않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전염병의 세례 속에서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 양식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읽는 인간 없는 세상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류가 총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이 현상이 지구의 자정 능력에 의해서인 것은 아닐까? 인간이 없어도 충분히 지구가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그 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자연 환경과 생명체들의 생존과 순환을 보장할 것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그려내는 미래상은, 인간에게 회개와 겸손을 요구한다. 종교적 차원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생명 현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대가를 치르기 전에, 어서 조금이라도 탐욕과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줄이라고 호소한다.

 

 

 

 

 

 

인간이 없어도 천년만년 그 자리에 서 있을 것만 같은 거대한 강철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실은 하루라도 인간의 관리에서 벗어나면 엄청나게 위험해질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진 피조물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견고한 도시 시스템이 약간의 방치와 균열만으로도 붕괴의 위험을 떠안고 있는 날선 칼 위의 두부나 다름 없는 처지라는 것이 불안감을 일으킨다. ‘인간만이 사라졌을 때 남아 있는 동물들 중 침팬지 같은 지능이 뛰어난 종들이, 그들이 가진 인간과 유사한 공격성과 권력 투쟁의 행동양식을 가지고 인간과 같은 지위에 올라 새로운 재앙을 불러올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흥미로웠다. 역사상 대부분의 생물 종 멸종이 인간과 관계되어 있을 것이라는 전격전 이론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각종 분쟁과 그에 따른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생긴 중립지대가 희귀 동식물의 재생과 번영의 터전이 된다는 아이러니 역시 이 책이 보여주는 놀라운 현실 중 하나다. 미세 플라스틱이나 핵 방사능의 영향이 자연적으로 해소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은, 그런 것들을 만들어낸 인간의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고 악질적인 재능에 기인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 없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위기나 이상 기후 문제, 전염병 위기, 인구 폭발에 의한 식량 위기 등 인류의 모든 문제에 대해 인간 중심 윤리에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 위의 모든 개체들을 존중하고 아우르는 생명 중심 윤리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또 하나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경고는 경고 내용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피해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라는 생명 현상에 대해 겸손과 존중의 태도를 계속 거부한다면, 지구 역시 인간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권리라는 것을 실현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더 이상 상상의 영역에 방치해두어서는 안된다. 이미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그 권리 행사의 영향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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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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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으로 약 337, 넷플릭스는 약 252조다. 애플과 아마존이 2,000조 전후이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VD를 우편으로 대여하는 사업을 하다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 중심의 동영상 서비스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때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 구조뿐만이 아니라, 사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이뤄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만큼 언급되고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실감할 수 있다.

 

 

 

 

 

 

파워풀은 넷플릭스의 자체 기업문화 매뉴얼인 자유와 책임의 문화 가이드(넷플릭스 컬처 데크)’의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직원들 스스로 힘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직원들을 고용하여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고의 지원이라는 것, 직원들 스스로가 진짜 주인 의식이나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자유와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 실제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난 이 시도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 내부 구성원들의 소통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솔직함근거’,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비판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이것은 기업의 투명성이 최선의 가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솔직한 소통이 기업 내부 구성원 간의 신뢰를 높인다는 것, 비판이 질 낮은 비난이나 험담으로 흐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게 하는 수준 높은 소통 혹은 건설적인 피드백 문화로 자리잡아 갔다는 것,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하나의 실천사항으로 만들었다는 것 등도 눈에 띄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데이터의 가치가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구성요소로서 사용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 데이터를 올바로 읽는 능력만큼이나 그것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직관도 중요하다는 것, 활발한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직원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실질적으로 배우게 하고 판단력을 키우고 전략적으로 사고하게 하고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러한 문화가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딱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행복은 급여나 복지가 아니라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다는 것 등도 넷플릭스가 지금의 자리에 있도록 만든 요인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유와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 가운데 말단 직원까지도 회사가 하는 일과 현재 직면한 과제는 무엇이며, 회사의 실적 및 손익 정보에 대한 부분까지 알려주어야, 즉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팀의 일원으로서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솔직함을 모델화한 사례로서 시작해라, 그만해라, 계속해라 운동이 흥미로웠다. 솔직함을 습관화하기 위하여 팀회의에서 반드시 동료에게 시작해야 할 것 한 가지, 그만해야 할 것 한 가지, 잘하고 있고 계속해야 할 것 한 가지씩을 말하게 했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비판이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천되었다고 하는데, 직급에 관계없이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이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목소리를 내어 말하게 하는 것, 구체적인 의견과 입장을 취하게 함으로써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역량을 모두 끌어내려는 넷플릭스의 노력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제법 어필하고 있는 모양이다. 책 후반부 옮긴이의 글에서 넷플릭스에 관한 국내 기업인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벗어나 플랫폼 경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넷플릭스가 보여준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서 모든 불필요한 절차나 과정, 구조를 최대한 배제하고, 필수적이고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넷플릭스의 행보는, 비단 사업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요즘 같은 시대에 무엇이 진정으로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게 하는지에 대한 통찰과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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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센티 인문학 - 매일 1cm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 수업
조이엘 지음 / 언폴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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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있으면서도 쉬운 인문학 지식 전달을 컨셉으로 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최근 읽었던 것 중에서는 인문학 리스타트라는 책이 있었는데, 경제 행위와 정치 행위적 주체로서의 인류사라는 관점으로 인문학의 의미를 짚어내고 역사와 연결하여 설명하는 방식이 크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 이거 정말 딱 와닿네, 하는 느낌. 경제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문학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실용적인 도구의 관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크게는 세상을 보는 눈, 인간을 이해하는 통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용도까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각양각색이듯 그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인문학의 의미와 가치도 천차만별인 것 같다. 막연하게 인문학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행동은 없으면서 입만 살아 뻐끔거리며 인문학을 들먹이는 자들도 있다. 말은 어눌하지만 삶 자체로 인문학의 가치와 의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들도 있다.

 

 

 

 

 

 

1센티 인문학은 인문학의 스펙트럼 중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유머와 가볍게 하기로 풀어낸다. 조선시대의 제도나 정치적 이슈를 오늘날의 언어와 용어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서울에 목매다는, 아니 목매달 수밖에 없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사회지도층의 금수저 논란으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는데, 조선시대의 위대한 임금인 세종대왕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해할 수 없는 법원의 판결과 법조계의 비도덕적 실태가 인문교양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가 속시원했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용어인 리걸마인드인 것 같은데, 내가 항상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때마다 나보고 네가 몰라서 그렇지 똑똑한 사람들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핀잔을 주던 분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인문교양 부족의 문제가 비상식적인 법조계의 실태에 대한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무조건 내가 무식해서 그런 의문과 불만을 아니라는 일종의 지지를 받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능력, 당연한 것을 의심할 수 있는 능력, 진리라고 떠받들어 온 것이 불완전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삶의 기반이 흔들리더라도 결국 새로운 든든한 정신적 토대를 다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인문학의 미덕이다. 그러나 또한, 인간이 왜 인간인지, 인간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해답을 쥐는 것, 상식이 상식이 되고 인지상정이 법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당연하게 통해야 함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또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의 역사나 국제정치와 지리학적 갈등, 전염병 문제, 법치주의의 역사적 배경, 법과 인문학의 관계 등 인문학이 품는 다양한 주제를 간결하게 다룬 1센티 인문학은 우리에게 유익한 생각의 재료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파벳을 배우고 많은 단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문법과 회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우리가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논리적이고 세련된 사고방식과 판단력을 가질 수 있는 기초재료를 친근한 어조로 제공하는 인문교양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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