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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센티 인문학 - 매일 1cm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 수업
조이엘 지음 / 언폴드 / 2020년 10월
평점 :
최근 재미있으면서도 쉬운 인문학 지식 전달을 컨셉으로 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최근 읽었던 것 중에서는 ‘인문학 리스타트’라는 책이 있었는데, 경제 행위와 정치 행위적 주체로서의 인류사라는 관점으로 인문학의 의미를 짚어내고 역사와 연결하여 설명하는 방식이 크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아, 이거 정말 딱 와닿네, 하는 느낌. 경제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문학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실용적인 도구의 관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크게는 세상을 보는 눈, 인간을 이해하는 통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용도까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각양각색이듯 그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인문학의 의미와 가치도 천차만별인 것 같다. 막연하게 인문학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행동은 없으면서 입만 살아 뻐끔거리며 인문학을 들먹이는 자들도 있다. 말은 어눌하지만 삶 자체로 인문학의 가치와 의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들도 있다.
「1센티 인문학」은 인문학의 스펙트럼 중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유머와 가볍게 하기로 풀어낸다. 조선시대의 제도나 정치적 이슈를 오늘날의 언어와 용어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서울에 목매다는, 아니 목매달 수밖에 없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사회지도층의 금수저 논란으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는데, 조선시대의 위대한 임금인 세종대왕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해할 수 없는 법원의 판결과 법조계의 비도덕적 실태가 인문교양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가 속시원했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용어인 ‘리걸마인드’인 것 같은데, 내가 항상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때마다 나보고 네가 몰라서 그렇지 똑똑한 사람들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핀잔을 주던 분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인문교양 부족의 문제가 비상식적인 법조계의 실태에 대한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무조건 내가 무식해서 그런 의문과 불만을 아니라는 일종의 지지를 받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능력, 당연한 것을 의심할 수 있는 능력, 진리라고 떠받들어 온 것이 불완전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삶의 기반이 흔들리더라도 결국 새로운 든든한 정신적 토대를 다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인문학의 미덕이다. 그러나 또한, 인간이 왜 인간인지, 인간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해답을 쥐는 것, 상식이 상식이 되고 인지상정이 법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당연하게 통해야 함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또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의 역사나 국제정치와 지리학적 갈등, 전염병 문제, 법치주의의 역사적 배경, 법과 인문학의 관계 등 인문학이 품는 다양한 주제를 간결하게 다룬 「1센티 인문학」은 우리에게 유익한 생각의 재료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파벳을 배우고 많은 단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문법과 회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우리가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논리적이고 세련된 사고방식과 판단력을 가질 수 있는 기초재료를 친근한 어조로 제공하는 인문교양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