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
안웅철 지음 / 파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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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니 답답하기만 현실이라고 여기고 있던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야 할,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만, 어디가 바닥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 지금 주어진 이 상황, 만나는 사람들, 기회들을 나중을 위해 견뎌야만 하는 시간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와 여행 - , 그녀 그리고 나 - 다시 보기 -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도시와 여행 파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나머지 장들은 비슷한 분량으로 구성되었다.

 

 

 

 

 

 

도시와 여행’, 에서는 세로 사진에서 가로 사진으로, 도시의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바뀌는 풍경을 통해 작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은 시선의 변화에 대해 얘기한다. 풍경이 변화하듯 마음도 변화한다는 것을. 사진의 모양새를 통해 내면의 변화를 포착하는 작가의 감각이 눈에 띈다. 작가가 여행한 곳 중 책에 소개된 곳은 페루, 몽골, 뉴욕의 코니아일랜드, 인도 판공초 호수, 홍콩, 아이슬란드, 미국 조슈아트리국립공원, 뉴욕의 지하철, 런던과 스코틀랜드 등이다.

 

몽골의 경우, 고비사막이 모래뿐만 아니라 암석지대와 초원지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여름에 큰비가 오고나면 사막이 순식간에 푸른 초원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 광경을 꼭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양과 낙타, 부추꽃으로 뒤덮인 몽골의 광대한 초원과 그것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별빛 가득한 하늘의 묘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도 판공초 여행 중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를 지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30시간이 걸리는 버스로 그곳을 오르면 자연스레 고도에 적응 할 수 있고, 1시간 반만 걸린다는 비행기로 급하게 이동하면 고산병 증세로 며칠을 고생하게 된다는 부분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인도 도시의 숨막히는 더위와 고산지대의 0도에 가까운 차가운 기온의 차이에서 오는 대비가, 문장만으로도 상당히 실감났다. 판공초 호수는 인도영화 세 얼간이로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불합리하고 정리 안 된 풍경으로 정리되는 그곳, 인도가 왜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도 사로잡는 걸까?

 

 

 

 

 

 

아이슬란드 편에서는 그 나라 뮤지션인 시규어 로스비요크의 음악을 알게 되어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볼 수 있었다.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첫 느낌이 약간 괴기스러웠는데,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분위기가, 더 듣고 있자니 그래,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 원작의 애니메이션 몬스터에서 받은 느낌, 딱 그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는 스코틀랜드 여행이 저자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여행이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가라 해도 때로는 순간을 담지 않고 그 순간 안에 포함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나 보다. 사진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사진은 까맣게 잊어버린 기억이나 추억도 선명하게 혹은 강렬하게 떠올리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사진작가에게는 사진의 위대함으로 다가오나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두 번째 파트인 , 그녀 그리고 나에 담겨 있다. 음악 쪽에서 일을 하다 사진을 하게 된 작가의 이력 때문인지,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조동진과 김광석 이야기가 짧지만 짙은 색채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다시 보기에서는 작가 고유의 사진 감성을 갖기 위한 노력과, 사진의 역할을 한층 확대해준 드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러 가지 꽃 사진을 많이 선보이는데, 어머니의 의견을 반영하여 자연 상태로 피어 있는 꽃만 촬영한다는 저자의 꽃 촬영법이 인상적이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중단되었지만 가까운 일상에서 담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 저자의 걷기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저자의 삶에서 여행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지금의 어려움이 극복되어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다니며 세상의 아름다움과 의미 있는 순간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누구나 예상 밖의 오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당혹스럽기는 하겠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빛낼 수 있기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진으로 남겨두어 훗날 지금 이 시간들을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고 의미 있었던 순간들로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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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책 - 읽기만 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김경윤 지음 / 오도스(odo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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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저 언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징을 상기시킨다. 언어의 발달은 인류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좀 더 분명하고 체계적인 의사 표현과 정보 전달 및 공유의 요구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이 언어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이 자기 생각을 스스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오래도록 발전해온 이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서 이것을 가장 최선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책 쓰기로 규정하고 있다. 글쓰기나 책 쓰기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와 책 쓰기를 명확하고 구분하고 있는 점이 우선 눈에 띄었다. 글 쓰는 사람을 작가’, 책 쓰는 사람을 저자로 그 의미를 구분하여 단순히 글을 쓴다는 것과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완성인 책 쓰기의 의미를 알려준다.

 

 

 

 

 

 

책을 쓰기 위한 존재적 근거를 확인한 다음 저자는 책을 쓰는 이유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언어적 존재인 인간이 책을 쓴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능동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신분 제도 혹은 노예 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듣기와 읽기 단계에서 수동적으로만 대응한다면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노예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서의 읽기와 쓰기 능력의 중요성을 논하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위한 방법을 전한다.

 

책의 전반부는 책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알려준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단어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기본인 단어-문장-문단--책의 단계로 나누어 글의 구조와 각 기능을 설명한다. 이중 단어는 의미를, 문장은 문법의 영역이고, 문단과 글과 책은 통일성과 연결성 그리고 완결성을 갖추어야 하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려준다.

 

여기서 저자는 매우 안타까운 통계 정보 하나를 알려주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글을 읽을 줄 아는 비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하지만, 글의 내용을 읽고 그 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능력, 문해력에 있어서는 최악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읽는 대상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횡설수설하거나 쉽게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책 속의 한 단어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나에게도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실이란 말 속에는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자연의 법칙이 담겨 있다는 이 책의 문장을 보고, 평소에 내가 쓰는 단어나 말들이 얼마나 속빈 강정이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성실하다라는 말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습관처럼 쓰던 표현인데, 이런 기본적인 의미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고 있었다니 너무 부끄러웠다.

 

 

 

 

 

 

이어서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의 습관이 중요한데, 저자는 작가는 글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며 항상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강조한다. 메모야말로 작가의 다음을 위한 종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심 있는 주제나 제목으로 폴더를 만들어 해당하는 정보나 자료, 경험 등을 분류한 다음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작가는 책을 한 권만 쓰고 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다음을 준비하거나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자신의 평범한 경험에 고유한 생각을 입혀 특별한 경험으로 축적해놓는 것, 읽고 기록에 남겨놓는 버릇이 작가로서의 기초 활동이라는 것, 평소에 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책 쓰기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볼 때 메모와 정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작가에게는 필수사항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농부의 비유다. 농부가 철에 맞춰 부지런히 심고 가꾸고 거두어들인 다음 또 다음 해 농사를 준비하듯이, 작가도 시기에 맞춰 부지런히 책을 쓰면서 또 책 쓸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농부가 한 해 농사를 망쳤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종자를 준비하듯, 그렇게 작가는 과거와 오늘, 또 내일을 작가로 살기 위해 성실한 농부의 마음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책을 실제로 쓰는 데서부터 출판사를 찾고 계약하는 과정, 그리고 책 출간 이후에 해야할 일 등 실전적인 가르침으로 채워져 있다. 큰 욕심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부터, 기초부터 차근차근, 경험과 훈련을 통해 점점 실력 있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원고쓰기의 단계에서 초고를 가급적 빨리 쓰고, 퇴고는 아무리 오래 많이 해도 좋다는 충고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다. 또 작가는 쓰고 비판받으면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가르침도 마음에 와 닿았다.

 

책 쓰기는 언어적 존재로서의 한 사람의 자기 증명, 혹은 능동적인 생존 방식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내 삶의 주인공이 나, 라는 그 진부한 표현을 가장 치열하고 실존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체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책 쓰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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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건축 - 건축으로 사람과 삶을 보다
최동규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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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뮤지컬이나 오페라, 영화 같은 예술 분야에서 종합예술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한 사람의 시나리오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기술과 예술적 기법,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이 어우러져야 완성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예술 장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책 사유의 건축을 통해 건축이야말로 냉철하고 정확한 계산과 판단을 바탕으로 한 지성과, 그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반영되어야 할 감성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하나의 종합예술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 먼저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사유즉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건축 의뢰가 들어오면 건축주가 요구하는 조건을 구현화하기 위해 맨 먼저 주로 새벽 시간을 활용하여 깊이 있는 사유의 과정을 거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건축주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하나의 이미지를 건져올린다. 예를 들어 99쪽에서부터 소개되고 있는 서울장신대학교 종합관의 경우 도서관과 식당, 강당이 혼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요구되었다. 주변 환경과 대지의 조건, 다른 건물과의 조화, 태양의 위치 등을 고려하는 가운데, 하나의 공간이면서도 세 가지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멀티 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과정 역시 사유하기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런 치열한 사유하기의 끝에 나온 이미지가 개미였다고 한다. 개미의 신체 구조와 각 부분이 지닌 기능과 통일성을 통해, 또 개미의 생존 방식과 특성을 통해 건축주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건축가의 확장된 의미 부여가 성공하는 순간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건축을 통한 인문학적 사색집 혹은 종교적인 고백록으로 읽어볼 수 있다. 또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의뢰받은 사안에 대해 안팎으로 아주 깊이 천착하는 성실한 건축가의 성취와 성장 기록으로서도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어 평소 사유와 실천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운 독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저자가 주로 교회 건축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건축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기 때문에 책에 다뤄진 교회 건축물들에 대한 감상과 평가가 독서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요즘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곱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미리 예상한 듯, 너무 종교적인 부분과 연관시키지 말고 건축을 건축 자체로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건축물과 그 안에서 생활하거나 특정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상호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이 책은 비유와 상징, 내러티브 같은 해석학적 용어들이 자주 사용된다. 왜냐하면 하나의 건물은 건축 재료들로 지어올린 단순한 무기물로서만이 아니라, 설계 의뢰부터 시공 단계 및 완공은 물론이고 완공 이후 하나의 건물로서 기능하는 데 이르기까지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의 수많은 현실적인 이혜관계와 감정, 삶의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및 자연적인 요소들과도 연결되어 더 풍성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이 책은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두 번째 사랑이면서 첫 번째 건축 스승인 그의 건축 철학을 토대로 성장해온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알바 알토의 건축 철학은 인간의 대한 배려, 형태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 직선과 곡선의 자유로운 결합, 한결같은 햇빛 사랑 등으로 요약되는데, 그의 건축 세계와 그 결과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건축을 통해 사회와 인간에게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 건축주의 필요를 채우면서도 사람을 배려한 동선을 만들고, 빛과 창문과 목재를 활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집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등이 건축에 대한 저자의 사명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사유의 숲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하나의 보물을 찾으려는 저자의 근면 성실함을 나도 조금은 본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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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이야기
러셀 셔먼 지음, 김용주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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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악기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피아노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학교 음악실이나 교회, 성당 같은 곳이 아니면 피아노나 피아노 연주자를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음악하면 피아노, 가장 친숙한 악기의 상징으로 피아노를 떠올리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피아노가 가진 특징에 있을 것이다.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가장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로 피아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악을 창작하는 데 있어서도 우리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악기가 피아노와 기타 정도임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렇듯 피아노는 보편적인 이미지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 피아노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다소 전문적인 부분들을 제외하고서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교훈을 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저자는 상관관계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피아노 연주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거나, ‘소리는 오직 상관관계 안에서만 아름다움을 발한다거나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어떤 일과의 상관관계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등의 발언을 통해, 어떤 것이 온전한 의미를 갖거나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그것이 가지는 각 요소간의 상관관계, 상호작용이 올바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소리도 독립적으로는 단순한 울림일 뿐이지만 둘 이상의 음이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지는 무수한 가능성들 가운데서 비로소 아름다움과 패턴,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홀로 살 수 없듯이, 타인과의 공존, 조화, 배려가 생존의 전제조건이듯, 모든 것은 관계에 의해서 그 의미가 형성되고 기능이 작동한다.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도 악기와 연주자뿐만 아니라, 관객도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려주는 문장이 있다. 피아노 연주란 건반과 관객의 영혼을 동시에 누름으로써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며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정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설명이 많다. 예를 들어,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손가락의 역할인데, 이중 엄지와 검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것을 카인과 아벨로 비유한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 카인과 아벨은 대립과 갈등의 상징적인 개념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 대립과 갈등을 협조 혹은 동맹군의 관계로 정의하여, 상반되지만 공존하는 두 개의 발전소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융합과 조화로부터 휼륭한 연주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인상적인 이야기로는 넷째 손가락, 즉 약지에 대한 설명인데, 약지는 기본적으로 연약하고 의존적이고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넷째 손가락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다 실패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쇼팽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런 넷째 손가락에 대한 관점을 바꿔 그것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살려 칸타빌레를 처리하는 데 쓰는 용도로 약지의 기능을 확립한 것이었다. 기존의 문제의식이 가진 문제점을 간파하여 해결책을 제시한 쇼팽의 천재성에 감탄한 대목이었다.

 

 

 

 

 

 

교육적인 차원에서의 피아노 이야기도 배울 것이 많았다. 특히 예술 교육에 있어서 기본기와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방향성을 가지고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그리고 꾸준한 노력과 연습만이 원하는 음악적 성취와 자부심에 이르는 길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신적인 자세 혹은 마음가짐에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저자의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선생님에게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예의와 인내심과 용기를, 겉모습의 무의미함을 배웠다. 인위적이고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자라면서 나는 사람의 마음이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p.108)

 

저자는 야구나 골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골프와의 비교를 통한 설명이 종종 나오고, 의미적인 부분에서는 야구 이야기를 통해 피아노와 음악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이밖에도 저자의 깊이 있고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글들로 채워져 있어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지식과 감성이 균형 있게 보강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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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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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저자 토머스 모어가 라파엘 히틀로다이오라는 사람에게 유토피아라는 곳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기록해놓은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곳의 경제와 문화, 사회, 관습과 제도를 통해 가장 이상적인 국가의 통치 형태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나름의 답이 제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유토피아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에서 온 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는 이상향이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는 이 용어가 실은 없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유토피아라는 이상적인 세계를 통해 현실 세계의 부조리와 폐해를 꼬집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당시 현실에 대한 문제인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 모습이 지금과 너무 유사해 이 책이 16세기 초반에 나왔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는 데 크게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 ‘대다수의 왕들이 평화보다 전쟁을 이기는 일에 더 몰두한다’, ‘나라의 중요한 정책들이 오만함과 불합리함과 완고함 가운데서 결정되고 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남의 것을 훔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먼저 사람들을 내몰고선 그런 후에 절도죄를 범했다고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수컷 벌들처럼 아무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면서 남의 노동에 기대 살아가는 귀족들이 많다’, ‘온 나라의 적지 않은 땅을 자기 유희나 사냥을 위한 구역으로 정해 경작하지도 못하게 만들어 땅을 더 황폐하게 만들어버렸다’, ‘부자들이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다 사들인 후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 정치는 당연하고 각종 사회경제적·종교적 폐단들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토피아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국가란 무엇일까? 정말 단순화해서 생각해보자.

 

시민들은 자신을 지주가 아니라 경작자라고 생각한다지금은 조용하지만 한때 토지공개념에 대한 이슈가 떠올랐던 적이 있다. 조금만 고깝게 보면 바로 공산주의니, 빨갱이 사상이니 하면 몰아칠 게 뻔한 사안이었는데, 16세기의 생각도 그런 식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거저 주어진 천연의 자원과 삶의 터전을 정말 자본주의적 경쟁 시스템으로만 운영해야 할 것인가? 지금 환경과 이상기후 문제와 연결되어 16세기의 문제의식은 더욱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시의 거리는 교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도 바람도 잘 막아줄 수 있도록 편리하고 훌륭하게 설계되어 있다개인적으로 국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는 도시 설계다. 모든 주거지와 상권이 자연을 가까이 하고 사람이든 물류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전 국토적인 개발 계획과 실천이 요구되는데, 오로지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자본 집행으로 특정 지역만 땅값이 치솟고 그렇지 않은 곳은 똥값도 안되고 살기도 불편하게 방치하며 사람들을 거주하는 공간으로 계급의식을 갖게 하는 이런 식의 정부 정책에는 어두운 미래만 전망된다.

농업은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사실 정말 필수적인 분야를 제외하면 없어져야 할 산업이 너무나 많다. 사치스럽고,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고, 자원을 파괴하는 모든 산업을 인류 스스로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오직 경제성장이라는 말초적 탐욕 추구와 자기파괴적 가치만을 붙들고 가는 현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결국 이기심이다. 지금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배만 불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사실 농업과 그에 연결된 산업만이 유일하게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 나라 사람들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활동하기에도 편한 데다가 추위와 더위에도 적합하다. 모두가 입는 이 옷은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입는다패션 산업은 정말 사람들의 허영심과 소비 욕망만 부추기는 쓸모 없는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일차적으로 앗아간 대표적인 산업이 아닐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낭비를 극대화하는 패션 산업.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 지금의 패션 산업이다.

‘6시간만 일한다이것은 노동시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노동 시간은 비단 노동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가를 창조적이고 의미 있게 보내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고 지구의 자원과 환경, 지속적이고 보존적이며 안정적인 경제성장까지 가능하게 하도록 도모하는 것이다.

새 부지에 새 집을 짓는 일은 극히 드물다이 앞에 국가가 철저한 계획 아래 집을 공급하기 때문에, 라는 단서가 붙어서 불편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부동산 때문에 나라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다. 멀쩡한 건물도 때려부수고 짓고 또 짓는 것으로 경제를 돌리는 것은 있는 사람들 배나 더 불리기 위한 수작이지 건강한 경제 구조라고 볼 수 없다. 생산과 소비가 아닌, 기존의 것을 유지·보수하는 것 중심으로 경제 체제를 개편할 수는 없을까?

 

 

 

 

 

 

각각의 도시는 6,000가구로 이루어져 있다우리나라는 집중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 전 국토가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 예산이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인구가 분산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듯이 인구과밀화지역은 한 번 타격을 받으면 위험의 급격한 확산을 막지 못한다.

그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 쓸모가 없는 금이 사람보다 더 소중히 여겨지고, 사람을 금보다 가치 없는 존재려 여기는 일을 이상하게 생각한다돈으로 가치를 매기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지만, 정말 진보하는 인류 문명이라면 이것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인간성까지 포기하면서 돈에 매달리게 하는 지금 이 시대가 정말 우리가 바라는 세상인가?

 

이처럼 유토피아16세기의 지적 산물이지만 바로 오늘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혁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16세기라 함은 르네상스 혁명과 종교개혁 등, 인류의 사상적 지평이 획기적으로 확장된 시기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물적 자원과 지적·기술적 자원 및 시민의식의 발전과 성숙이라는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토피아적 상상력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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