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이야기
러셀 셔먼 지음, 김용주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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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악기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피아노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학교 음악실이나 교회, 성당 같은 곳이 아니면 피아노나 피아노 연주자를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음악하면 피아노, 가장 친숙한 악기의 상징으로 피아노를 떠올리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피아노가 가진 특징에 있을 것이다.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가장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로 피아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악을 창작하는 데 있어서도 우리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악기가 피아노와 기타 정도임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렇듯 피아노는 보편적인 이미지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 피아노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다소 전문적인 부분들을 제외하고서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교훈을 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저자는 상관관계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피아노 연주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거나, ‘소리는 오직 상관관계 안에서만 아름다움을 발한다거나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어떤 일과의 상관관계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등의 발언을 통해, 어떤 것이 온전한 의미를 갖거나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그것이 가지는 각 요소간의 상관관계, 상호작용이 올바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소리도 독립적으로는 단순한 울림일 뿐이지만 둘 이상의 음이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지는 무수한 가능성들 가운데서 비로소 아름다움과 패턴,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홀로 살 수 없듯이, 타인과의 공존, 조화, 배려가 생존의 전제조건이듯, 모든 것은 관계에 의해서 그 의미가 형성되고 기능이 작동한다.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도 악기와 연주자뿐만 아니라, 관객도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려주는 문장이 있다. 피아노 연주란 건반과 관객의 영혼을 동시에 누름으로써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며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정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설명이 많다. 예를 들어, 피아노 연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손가락의 역할인데, 이중 엄지와 검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것을 카인과 아벨로 비유한 것이 특히 흥미로웠다. 카인과 아벨은 대립과 갈등의 상징적인 개념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 대립과 갈등을 협조 혹은 동맹군의 관계로 정의하여, 상반되지만 공존하는 두 개의 발전소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융합과 조화로부터 휼륭한 연주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인상적인 이야기로는 넷째 손가락, 즉 약지에 대한 설명인데, 약지는 기본적으로 연약하고 의존적이고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넷째 손가락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다 실패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쇼팽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런 넷째 손가락에 대한 관점을 바꿔 그것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살려 칸타빌레를 처리하는 데 쓰는 용도로 약지의 기능을 확립한 것이었다. 기존의 문제의식이 가진 문제점을 간파하여 해결책을 제시한 쇼팽의 천재성에 감탄한 대목이었다.

 

 

 

 

 

 

교육적인 차원에서의 피아노 이야기도 배울 것이 많았다. 특히 예술 교육에 있어서 기본기와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각자의 개성을 살려주는 방향성을 가지고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그리고 꾸준한 노력과 연습만이 원하는 음악적 성취와 자부심에 이르는 길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신적인 자세 혹은 마음가짐에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저자의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선생님에게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예의와 인내심과 용기를, 겉모습의 무의미함을 배웠다. 인위적이고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자라면서 나는 사람의 마음이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p.108)

 

저자는 야구나 골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기교적인 부분에서는 골프와의 비교를 통한 설명이 종종 나오고, 의미적인 부분에서는 야구 이야기를 통해 피아노와 음악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이밖에도 저자의 깊이 있고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글들로 채워져 있어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지식과 감성이 균형 있게 보강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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