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앤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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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은자신이 인간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스스로 일깨우고자기 감성의 자유로움을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그런 자유의 귀함과 필연성을 위해서 나는 자주 내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정리해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만 하겠지요.

- p.18~19

 

시를 쓰는 사람은문학을 하는 사람은 성실해야 한다성실함은 살아남아야 하는 모든 동물에게 요구되는 능력이겠지만인간의 성실함은 자기 성찰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이를 통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인생의 소중함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마종기 시인은 바로 이런 점에서 매우 모범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특히 다음과 같은 진술은 내가 생각하는 문학하는 사람의 바람직한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 고등학교 상급생 시절 대학 선택을 문과로 하려다가 갑자기 의과로 바꾼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 당시 문인들의 생활태도였다고 말했습니다어떤 이는 문인이 무슨 큰 훈장인 양부도덕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절제되지 못한 생활을 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어떤 이는 자기애가 너무 심해서 주위 문인들을 시기하고 욕하고 천재인 척하면서 정말 별종같이 사는 이가 많았지요그래서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문과를 택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 p.40~41

 

나는 대개 흩어진 것보다는 정리된 것을 좋아하고 질서를 좋아하고 쉽게 계산되는 사물의 정확하고 정당한 이해를 더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 29

 

문학에 대한 어떤 입장이 처음으로 나왔던 때를 돌아보는 내용이다그리고 의사로서시인으로서 한창 활동하고 있을 때의 태도도 나온다저자는 매우 건강하고 건전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나는 문학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관리가 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일정한 노동 시간과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들도 단지 노동자일 뿐이기 때문이다예술이 무슨 특별한 영역에 있는 것처럼 여기거나 다루어질 때타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가끔 예술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말재주나 말장난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거나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다그리고 한때 빛나는 재능을 믿고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인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을 자랑거리나 개성 같이 여기는 괴이한 모습도 볼 수 있다이런 자들에게서 나오는 생산물이나 겨우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는 인스턴트 식품과도 같은 것인데이것은 함량 미달의 예술 창작-공급자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수준이 한참 후퇴했다는 절망적인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 시는 사랑의 한 표현 방법이고 체온의 나눔이고 생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기도 합니다…… 시의 목표가 사랑이 아니라면 그런 시는 내게 필요 없는 것이겠지요왜냐면 보기보다 잔인하고 외롭고 힘들기 때문입니다시는 삭막한 세상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36


예술의 존재 이유는 사랑의 표현이요실천이다타인에 대한 공감배려위로다전쟁과도 같은 삶에서 예술은 하나의 숨통이 되어야 한다시를 무슨 언어유희의 도구쯤으로 여기는 한심한 사람들은 읽어보면서 반성해봐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자신을 소유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시를 읽는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 38

 

마종기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피난살이 중에도 학교 공부만큼 예술과 교양에 관한 소양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셨기 때문이었다이를 통해 다시 한 번 가정 환경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과 죽음다시 말해 허황된 말재주와 말장난이 아니라 말 그대로 피부에 와닿는 삶과 죽음에 대한 경험과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의사로서 훈련받고 있던 과정은 그의 문학의 방향좋은 시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과 결합하여 자기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자기가 우선시되고 중심이 되는 서양 철학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의미를 찾는 레비나스의 철학을 소개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저자의 직업 분야인 의학은 철학이나 인문학에 속한 학문이었다고 한다의학이 다루는 상대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17세기 산업혁명 이후 의학도 과학에 속하게 되고 감성의 인간은 의사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저자는 이런 잘못된 관계를 바로 잡으려면 의사에게 인문학과 예술을 가르쳐 인간의 복잡한 감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 후반부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와의 인연이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가와바타 야스나리 씨가 젊은 날 저자의 아버지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만나러 온 장면이었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이 참 투명하고 순수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의학과 문학의 길을 정식으로 걷는 독특한 이력은 독자로 하여금 동경을 갖게 한다아름다움그 숨은 숨결은 코로나 시대에 자신의 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겸손한 마음이 잘 전해지는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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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크래시 - 팬데믹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장석준 옮김 / 책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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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대로만 된다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천국과 같다하지만 인간을 나태하게 하고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며 결국 참혹한 독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역사가 증명했다더 이상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지 못한 이유로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자본주의가 최적의 도구임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런데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자본제 사회의 현실은 그 부작용으로 인해 또 하나의 비극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음을 마찬가지로 확인하고 있다자본주이 역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처럼 이론대로만 된다면 천국과 같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자본주의의 미덕은 열심히 땀흘려 일한 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현실에서 우리는 그런 평등과 공정정의로 채색된 자본주의의 모습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간파하지 못한 것처럼자본주의 역시 인간의 탐욕이라는 속성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간파하지 못했거나외면하고 있는 까닭이다.





 

 

코로나 크래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야기된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잘못된 대응 방법 때문에 안정화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상태에서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닥친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더욱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가장 큰 문제는 실물 경제와 적절한 보조를 맞추지 못한 비대해진 금융화 기반의 경제 시스템이다자본주의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빚이다일반인 입장에서는 빚 내서 물건 사고 소득이 생기면 갚고 빚 내서 물건 사고 소득이 생기면 갚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문제는 여기서 기업이 돈을 벌면 이것을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분배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그리고 더 큰 이익을 위해 생산량을 더 늘리는 것이다이때 충분히 소비할 만한 돈이 없는 노동자들은 돈을 빌려서 기존의 생활 방식을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그마저도 힘들어지면 결국 기업이 물건을 다 팔지 못해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데여기서 너무 커진 기업을 그대로 죽일 수 없어 국가가 공공재정을 투입해 이들을 살려내는 코미디가 발생한다괘씸한 것은 그들이 잘한 것도 아니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오너들은 막대한 연봉을 챙긴다는 사실이다그리고 국가는정확히는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자금을 더 공급받기 위해 기업의 개 노릇을 주저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 방식이 토지와 집이라는 고정 자산에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하지만 앞서 말한 자본주의 원리와 같이 부동산도 값이 올라야 수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거래가 계속 일어나려면 가격이 계속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하지만 이것은 비상식적이다무한정 가격이 오를 수 없는 것이다그리고 그렇게 고공행진하는 가격의 집을 사려면 빚을 내야 하는데용케 빚을 낸다 해도 그 과정에서 생긴 금융위기로 인해 직장을 잃고 돈이 나올 구멍이 사라져 순식간에 하우스푸어가 되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자본주의의 폐악은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북반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기업 자본이 자국 내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들에게 문명화와 산업화라는 미끼를 던져 투자를 받아들이게끔 한 후실제로는 그 나라에서 생긴 수익은 모두 자기들 나라로 빼돌리고가난한 나라들이 거의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빛덩이에 올라앉게 만든다는 것이다그래놓고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질서에 순응하라는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는 개망나니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새로운 자본주의적 제국시대라고 표현하고 있다정확한 표현이다과거 열강들이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수탈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지금은 기업과 국가가 결탁하여 조금 더 세련되어 보이는 방법을 통해 취하고 있을 뿐이다이런 경제적 식민지 개척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여기에 더욱 더 큰 문제는 지나친 화석 연료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를 넘어 이상기후기후이변으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일으킬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이 지경이 되고도 자본주의의 악마적인 수탈자들은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자기들의 배를 채울 수 있을까 궁리만 하고 있다.







저자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반구의 빚을 전면적으로 탕감해주고전 지구적 그린 뉴딜의 체제로 들어가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즉 더 이상 정상적인 기능이 힘든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대적인 수술이 들어가야 하고산업의 중심도 더 이상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서 나는 비정상적으로 부를 독점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대주주들로부터 그들이 쥐고 있는 부의 비율이 정당하지 않은 것임을 천명하고 회수해야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당장은 새로 생기는 수익들부터 형평성에 맞게 분배되는 것부터 시작해야 될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이나 대자본들이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국가의 도움을 받아 생존을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내용을 보며이것 이상의 코미디가 있을 수 없다고 느꼈다그렇다면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지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찍소리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고 순응해야 한다왜냐하면 그들 논리대로라면 그들도 거지 같이 국가에 빌붙어 살아남은 비루한 존재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복지 정책을 반대하고 시장 자유를 운운하는 것일까애초에 시장에서 사라져 길바닥에 나앉아 비참한 거지꼴로 내쳐져야 될 것들이 말이다모두가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비전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다그것은 매우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지구 살림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최적의최선의 방법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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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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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문제의식은 왜 세계가 과거의 영광으로 회귀하려는 욕망을 보이는가에 있다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영광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어떤 체제나 이념도 항상 희생자를 바닥에 깔고 있었기 마련이고오히려 통계적으로는 지금 시대가 더 나아졌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미지의 세계와 실재 세계의 혼돈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즉 우리는 실질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누리기보다는아이러니하게도 그 풍요를 가능하게 한 자본주의에 내재된 끊임없는 욕망과 소비의 재생산이라는 속성이 만들어낸 가상현실에서의 새로운 풍요 추구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실체와 가상을 구분하지 못한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통찰이다.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광기는 어떤 나라에서는 민주주의와 효율적으로 결합하여 그나마 살 만한 세상이 되었는가 하면국가자본주의로 변신을 꾀한 중국 같은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공산당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이렇게 온전하지 못한 세계사의 격변 속에서 트럼프와 같은 일견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지도자가 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바탕으로 한 정치와 외교는각 나라로 하여금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브렉시트는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이 책에서 볼 수 있듯이 단일 유럽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각자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거나개방성보다 폐쇄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는 유럽연합의 현주소를 보면지금의 정치체제나 경제체제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세계 경제 재편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가상 현실 기반의 모든 산업이나 문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그래서 저자는 신실재론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내가 이해하기로는 이 신실재론은 지금의 민주주의나 신자유주의 자본제 사회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예를 들어 인종 갈등이나 종교 갈등의 경우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매우 비이성적인 판단 기준에 의해 지금까지 악화일로를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관련해서는민주주의는 자기 의견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로 다른 의견들이 결국은 타협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체제즉 생각과 의견의 차이로 인한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극히 현실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수단과 같다는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장은현재 자본주의를 뒤집을 만한 체제의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마르크스의 자본론이 하나의 관찰 도구는 될 수 있으나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고결국 자본주의 자체의 내적 성질을 수정하는 정도가 최선이라 할 수 있는데여기서 저자는 윤리자본주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수학의 쓸모로 인해 여러 기업이 수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처럼이제 지구 환경이나 빈곤 문제지속가능한 경제의 관점에서 윤리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고이것이 기업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기에 윤리학자들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독특한 주장을 펼친다그래서 기업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윤리 부서의 의견에 따라 정책이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통해 자본주의가 지금껏 보여온 폐해를 보완하고 보다 나은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신실재론이 추구하는 바는 더 나은 인간성으로 발전하는 것이 가능해진 세계라고 이해할 수 있다즉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물질적인 것을 이성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더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존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현재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와 오해를 지적하는 저자의 관점은 매우 흥미로우며지금껏 일편향적인 찬반여론에 새로운 생산적인 토론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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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 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서가명강 시리즈 17
김광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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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예술이라고 하면 나는 보통은 영화를 떠올린다하나의 영화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관계되는 기술이나 분야사람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생각하면 영화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종합예술인 것 같다그러나 비슷한 양상으로, ‘종합적인’ 측면을 띄는 것으로 따지자면 건축’ 역시 만만치 않다하나의 건축물이 세워지기 위해 관여하는 사람들이나 관계되는 기술처리되어야 할 절차사후의 유지 및 관리보수까지 생각하면 건축 역시 매우 다양한 요소들의 종합과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건축모두의 미래를 짓다라는 책 제목에서 추측해볼 수 있듯이건축은 미래를 품고 있다하나의 건축물이 사람들 앞에 공개되는 순간 가지게 되는 감정생각영향을 받게 될 행동은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진다이 패턴은 과거에 지어진 건축물을 처음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과거 그 건축물이 처음 지어진 시점부터 경험이 시작된 사람들은 현재 그 미래를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그래서 건축은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품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물질화된 문화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건축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목적의의를 소개한다건축은 공동체에 질서를 주기 위해 짓는 공간이며또 사회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이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하게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또한 건축에는 사람들의 욕망이 담겨 있다여기서 저자는 건축에 반영되는 요구와 욕구욕망원하고 바라는 것 등 건축이 실제로 설계되고 시공되기 위해 개입되는 다양한 사회적 필요의 종류들을 세심하게 분류해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건축과 도시교통의 관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건물들이 모여 있는 도시는 정주와 이동의 특성을 가진다저자는 도시는 교통하는 정주’, 건축은 정주하는 교통이라는 표현으로 그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근대 이후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있다근대 이후의 도시는 마을 공동체라는 정주 사회와는 달리 땅이 아닌 상업교역매매를 전제로 한 공업 중심의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여기에서는 사람들 간 관계의 속성도 공동체적인 사회적 미덕에서 탈공동체적인 시장-화폐-익명 관계적 특징으로 변화했다건축이 이런 자본제 사회에서의 관계의 속성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또 대안을 제시했는지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묘미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또한 장소와 공간의 개념 차이를 밝혀준다장소는 돌아와 머무는 곳공간은 확장하고 떠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따라서 정주하는 욕망하는 내향하는 장소를경계를 넘으려는 욕망은 공간을 찾는다고 한다다시 말해 사람은 장소에 대해서는 애착을공간에 대해서는 동경을 품는다는 것이다고유한 가치를 전하는 공간은 개방적이고 무한한 감각성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장소보다 추상적이라고 한다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건축이라는 것을 다시 바라보면 좀 더 깊이 있고 넓은 이해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또한 건축의 사회적 성격을 탐구한다건축의 사회적 성격에서 먼저 볼 것은건축 단계에서 설계는 공간을 열고 닫으며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이것은 곧 이어지는 과정에서 건축의 공공성과도 연결되는데건축이 개인적인 작업이 아니라 온갖 자본과 공공행정과 엮여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따라서 모든 것이 상품화된 자본제 사회에서 건축물마저특히 주거지로서의 건축물마저 거래의 대상이 된 현 시점에서또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공공건물이 획일화되고 본연의 기능을 살리지 못하는 기준으로 시대적 대안과 비전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전통적 공동체에서 개인주의개인의 고립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대안으로서의 사회적 개인이라는 해법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논증하는 과정이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맥락이며 독서 포인트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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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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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데 필요한 특별한 원칙이나 방법이 강요될 이유는 없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유익하고 의미있고 풍성한 감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지식이 유용하다신간 내가 사랑한 화가들의 저자 정우철 씨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과 친해지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먼저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을 언급한다예술작품의 경우 창작자의 생각이나 삶의 경험이 반영될 여지가 매우 높으므로 그것은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작품 접근법이 될 수 있다말과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생각이나 사상을 표현하하는 회화 미술의 특징은 삶이라는 주해를 통해 보조적인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 책은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먼저 연이은 세계대전을 비롯한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모두 겪은 마르크 샤갈이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넘치는 작품으로 그의 예술 세계를 채우며유한한 삶에서 유일한 영원성을 지닌 사랑을 추구한 이야기노동자들에게 평화와 고요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그림을 그리기 원했으며 작품적으로는 그림에서 색을 해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야수파의 대표 작가 앙리 마티스가 소개된다특히 마티스는 초기 정물화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추상성을 띄는 작풍의 변화가 흥미롭다모딜리아니는 탁월한 외모가 먼저 눈에 띄지만 그의 삶은 평탄치는 않았다태어날 때 하필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는 바람에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문화예술적 소양을 기르며 성장할 수 있었다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여러 질병으로 괴로움 가운데 있으면서도 화가의 꿈을 놓치 않았다고 한다모딜리아니 특유의 긴 얼굴과 아몬드 모양의 얼굴 초상화는 아프리카 예술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여성화가 하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프리다 칼로는 1907년 멕시코에서 태어났다집안의 가난과 어머니의 우울증여섯 살에 닥친 척추성 소아마비 등 자유라는 의미의 그녀의 이름과는 반대되는 삶이었다고 한다하지만 올곧은 성품과 그림이 취미인 아버지 덕분에 똑똑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고사실적이고 세밀한 초상화의 작풍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한다비상식적인 결혼 생활과 신체의 질병이 투영된 듯 그녀의 주요 작품들은 강렬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주지만 말년에 이르러 나온 안정된 느낌의 정물화는 삶을 초월한 그녀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툴루즈 로트렉은 EBS 강연을 통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화가였는데사회에서 천대받는 계급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쳤고 기성 화단과는 결을 달리한 독특한 인물이다특히 그가 남긴 포스터 작품들은 1880년대 파리의 대중문화를 깊이 알 수 있는 자료로 유명하다나는 풍성하고 밝은 색채의 르누아르의 작품도 좋아하지만현실의 어두운 면을 가감없이 그림에 담아낸 로트렉의 작품도 무척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화가나 문인들 중 삶이 평탄치 않거나 의도적으로 비상식적인 길을 걷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운명으로 인한 고통의 길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거기서 비롯되는 파괴적 삶의 양상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그런 길을 걷지 않아도 되는데도 굳이 이해할 수 없는 예술론을 들먹이며 자기파괴적인 행보를 보인 예술가들은 좀 받아들이기 어렵다그런 점에서 나는 작품은 둘째 치고 생활 습관이나 작업 원칙태도에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존경하는 편이다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나의 이런 편견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서왜 그런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지 인과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화가의 삶을 차분히 바라보게 해줌으로써 예술에 대한 조금 더 넓은 관점을 가지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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