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의 문제의식은 왜 세계가 과거의 영광으로 회귀하려는 욕망을 보이는가에 있다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영광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어떤 체제나 이념도 항상 희생자를 바닥에 깔고 있었기 마련이고오히려 통계적으로는 지금 시대가 더 나아졌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미지의 세계와 실재 세계의 혼돈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즉 우리는 실질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누리기보다는아이러니하게도 그 풍요를 가능하게 한 자본주의에 내재된 끊임없는 욕망과 소비의 재생산이라는 속성이 만들어낸 가상현실에서의 새로운 풍요 추구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실체와 가상을 구분하지 못한 주체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통찰이다.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광기는 어떤 나라에서는 민주주의와 효율적으로 결합하여 그나마 살 만한 세상이 되었는가 하면국가자본주의로 변신을 꾀한 중국 같은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공산당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이렇게 온전하지 못한 세계사의 격변 속에서 트럼프와 같은 일견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지도자가 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바탕으로 한 정치와 외교는각 나라로 하여금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브렉시트는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이 책에서 볼 수 있듯이 단일 유럽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각자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동분서주하거나개방성보다 폐쇄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는 유럽연합의 현주소를 보면지금의 정치체제나 경제체제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세계 경제 재편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가상 현실 기반의 모든 산업이나 문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그래서 저자는 신실재론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내가 이해하기로는 이 신실재론은 지금의 민주주의나 신자유주의 자본제 사회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예를 들어 인종 갈등이나 종교 갈등의 경우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매우 비이성적인 판단 기준에 의해 지금까지 악화일로를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관련해서는민주주의는 자기 의견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로 다른 의견들이 결국은 타협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체제즉 생각과 의견의 차이로 인한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극히 현실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수단과 같다는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장은현재 자본주의를 뒤집을 만한 체제의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마르크스의 자본론이 하나의 관찰 도구는 될 수 있으나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고결국 자본주의 자체의 내적 성질을 수정하는 정도가 최선이라 할 수 있는데여기서 저자는 윤리자본주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수학의 쓸모로 인해 여러 기업이 수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처럼이제 지구 환경이나 빈곤 문제지속가능한 경제의 관점에서 윤리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고이것이 기업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기에 윤리학자들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독특한 주장을 펼친다그래서 기업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윤리 부서의 의견에 따라 정책이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통해 자본주의가 지금껏 보여온 폐해를 보완하고 보다 나은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신실재론이 추구하는 바는 더 나은 인간성으로 발전하는 것이 가능해진 세계라고 이해할 수 있다즉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물질적인 것을 이성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더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존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현재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와 오해를 지적하는 저자의 관점은 매우 흥미로우며지금껏 일편향적인 찬반여론에 새로운 생산적인 토론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