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 - 700만 년의 역사가 알려주는 궁극의 식사
NHK 스페셜 <식의 기원> 취재팀 지음, 조윤주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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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에 KBS의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식사할 때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이 나오는 비디오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그 비디오를 틀어놓은 채 화면 앞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장면은 그 당시에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비디오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유행하지는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혼밥, 혼술 같은 문화는 우리나라에 아직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인터넷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되고, 나아가 더욱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은 유튜브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그 이전에도 'UCC'라는 이름으로 사용자가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문화가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영상을 올릴 수 있게 해준 유튜브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혁명 그 자체였다.




그 혁명의 중심에서 어느샌가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이 바로 ‘먹방’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공중파 방송에서 한 어린 아이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먹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올리기 시작한 것 같은데,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몰라도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먹는 모습, 음식을 만드는 모습 등이 주요 관심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로 매우 많은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했다. 그저 맛있게 먹는 모습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었던 현상은 그 양상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심지어 사람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음식이나 보통의 사람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음식을 혼자 먹는 것으로 사람들의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는 기묘한 현상까지 일으켰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먹방’ 문화가 자리 잡게 된 배경을 길게 돌아본 이유는, 이번에 출간된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식’의 역사적, 문화적 기원을 탐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별히 인류 진화의 역사를 돌아보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식사’란 무엇인가를 되짚어본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 인류가 처해 있는 식문화가 상당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일본의 한 음식 다큐멘터리 5부작을 책으로 재구성한 것인데, 특별히 다이어트를 위한 ‘저탄소화물 식단’의 유행이 불러온 사회 문제에서 시작하여 인류가 이제껏 진화해온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음식’과 ‘식문화의 진화론적 혁명’에 있다는 사실을 통찰하는 더 깊고 풍성한 내용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5장은 이 책의 중심 질문인 이상적인 식사에 대한 결론을 다루고 있고, 앞의 네 장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인류의 폭발적 진화를 도운 네 가지 영양소를 집중 탐구한다. 탄수화물, 나트륨, 지방, 알코올이 그 주인공들이며, 이 영양소들이 처음에는 인류 진화를 이끄는 원동력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섭취의 불균형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로 변질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것을 어떻게 제자리로 돌릴 것인지 차근차근 따져보고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을 만든다’라는 어느 미식가의 유명한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 우리가 지금 먹는 음식의 구성을 과거 우리 조상들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바로 그 식단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한 마디로 균형 잡힌 식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는데, 그 근거가 초기 인류가 살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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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습관 -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세계 엘리트들의 공통된 9가지 습관
오카다 아키토 지음, 이정미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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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포인트는 특정한 공부법이나 학습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라는 행위가 더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나 습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하는 9가지 배움의 틀 가운데 5번째인 ‘기록하기’ 같은 경우는 학습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기초적 지식과 실천의 방법으로서 ‘배움의 틀’이 기본이기 때문에 적용의 범위는 보다 넓다.

이 책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배움의 본래 모습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배움이란 한정적인 개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을 테스트를 통해 얼마나 많이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수치화하는 것이다.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더 좋은 학교나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배움이란 “인생의 모든 일에서 기초”가 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다루는 배우는 습관의 핵심으로 얻을 수 있고 얻어야 하는 것은, 공부뿐만 아니라 일과 취미 등 인생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배움을 “인풋과 아웃풋이 한 묶음”으로 정의한다. 학습에 있어서 인풋과 아웃풋의 중요성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강조된 바 있다. 그리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저자는 여기서 조금 더 실존적인 의미로 이 묶음을 비유한다. 바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존 활동 중 하나인 ‘들숨과 날숨’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배움을 단순한 지식 습득이나 활용의 차원을 넘어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 나아가 더 발전할 수 있고 계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배움의 틀을 자신의 오감을 활용하여 익힐 것을 적극 권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재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머리의 좋고 나쁨은 배움의 틀을 익히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엘리트들의 공통 요소로 뽑아낸 배움의 틀이라고는 하나, 이것을 적용하여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실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관찰과 경청, 생각, 모방, 기록, 의견제시, 질문, 비판, 퍼포먼스라는 방법론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배운 것을 다시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풋과 아웃풋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더라도 더 중요한 비중은 아웃풋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처음부터 인풋을 제대로 하면 더없이 좋겠으나, 결국 그것은 결과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웃풋의 과정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인풋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결론은 내 식으로 정리하자면 ‘능동적인 아웃풋의 실천’이다. 이것을 가장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일기’라고 생각한다. 그날의 모든 경험과 정보가 표출될 수 있는 일종의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5번째 파트인 기록하기에서 소개하고 있는 ‘4행 일기’라는 것이 9가지 배움의 틀 중에서 가장 부담없이, 그러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트레이닝 항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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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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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서, 인간들이 서로 증오하고 싸우면서 벌어진 내전으로 비롯된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그 시나리오는 누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인간들이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고 우위에 서려고 하는 특유의 욕망이 자연스럽게 그런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 것이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뜻밖의 종이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다. 그것은 바로 쥐다. 쥐는 평소에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나 숲속에 거주하는 생명체다. 하지만 인간들이 가장 싫어하면서도, 또 한편에선 인간을 위한 실험 수단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온갖 고통과 죽음의 위기를 넘기면서 인간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친, 인류에게 장차 위협이 될 쥐 ‘티무르’의 등장은 어떤 형태로든 인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뉴욕 도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방주의 역할이라고도 할 수 이는 ‘프리덤 타워’ 내 부족들 간의 반목과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은, 작가의 전작인 ‘파피용’에서 보여주었던, 지구를 탈출한 우주선 ‘파피용’ 내부의 구성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갈등을 일으키고 종국엔 전쟁을 일으켜 공동체의 자멸을 일으키는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고양이 바스테트는 깨달은, 여왕보다 더 가치 있는 ‘예언가’라는 소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도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아브라함, 모세, 차라투스트라, 부처, 예수의 뒤를 잇게 될까? 그들에 걸맞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추구해야 될 가치가 무엇이고, 이것을 가르쳐줌으로써 동물과 인류를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 종간 대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쥐들의 최후 공격에 대비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의 자존심이나 경쟁심 같은 터무니없는 이유들로 “쥐들의 공격을 받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한” 상황, 다시 말해 큰 위기를 겪어낸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서조차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갈등이 급격하게 전개되는 것은 조화와 협력으로 지금의 거대한 문명을 이룩한 인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위기의 순간에 해결책을 찾기보다 먼저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고 희생양을 만들어 자기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인간의 작동 방식 등은 고양이 바스테트에게 인간은 소통이 아닌 소음만을 생산하는 매우 비상식적이고 어리석은 생명체로 비치게 만든다.

이 소설의 결말에 다다르면서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쥐들의 반란으로 인간에 대한 신의 최후의 심판이 대신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판이 이루어진 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바스테트 일행이 쥐들의 위협을 물리치고 모든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안정적인 세계로 돌아간다면, 바스테트의 소망대로 모두가 소통하며 배려하는 가운데 인간, 동식물, 곤충, 조류 등 종의 구분을 의식적으로 짓지 않고 지구라는 행성 단위로 생명체를 인식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직도 바스테트의 모험은 아직 한참 남은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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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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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욕망이 자기파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 결국 인류의 문명은 궤멸된 수준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최신 과학기술의 세례를 받은 고양이와 쥐는 서로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된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종간 소통이 자유롭고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그 시대의 지도자, 즉 여왕이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쥐 티무르는 고통스러운 과거의 삶의 원인을 제공한 인간에 대한 증오로 인류를 전멸시키고 지구라는 행성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 인간 없는 세상의 통치자가 되려 한다.

전편에서 쥐들의 공격으로부터 천신만고 끝에 벗어나 새로운 대륙에서 삶을 도모하며 희망호라는 배에 올라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다다른 일행은 오히려 더 큰 적군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혼란과 공포에 빠진다. 전작에서는 유럽, 프랑스가 무대가 되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 뉴욕이라는 21세기 인류 문명의 상징적인 장소가 배경이 되었다. 이 책의 제1막 5번째 챕터에서 전편의 대강의 줄거리를 요약해주고 있어 읽는 데 무리가 없다.




『행성』 1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립 구도는 바스테트 일행이 미국 대륙에서 새롭게 만난 아메리카의 쥐떼 군단과 그 수장인 알 카포네, 그리고 바스테트 일행을 좇아 대군을 이끌고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입성한 프랑스 쥐떼 군단과 그 수장인 티무르라는 두 집단의 만남이다. 두 집단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각각 오늘날의 유럽과 미국의 특성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 쥐떼들의 왕, 티무르. 아메리카 쥐떼들의 왕 알 카포네, 이 둘은 대결할까? 아니면 연합하여 인간들을 전멸시키는 데 힘을 합칠까?

고양이 바스테트의 목표는 종간 소통, 그리고 쥐들의 세계정복을 저지하는 것이다. 바스테트는 이집트 여신의 이름이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세상 모든 존재가 자신을 여왕으로 떠받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 자신만만하고 이기적이고 뻔뻔하면서도 모험심 강한 고양이다. 하지만 모험의 과정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인간과 동물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가운데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평적인 파리와 수직적인 뉴욕을 비교하는 듯한 뉘앙스도 눈길을 끈다. 나아가 고층빌딩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인류 문명 자체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는 심각한 재앙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와 이념에 따라 각자의 부족 문화, 부족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고집스런 모습도 볼 수 있다.

쥐에 정복된 세상에서 인간들은 대규모로 페스트에 감염되어 죽어간다. 욕망에 이끌린 자기파괴적인 내전 후 쥐떼에 점령당한 지구, 아니 인류 문명. 행성 1권에서의 전환점은 인터넷의 복구다. 복구된 인터넷을 통해 쿠바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미국 부대 제5 기갑 여단과 연락이 이뤄지고, 미국 임시 혹은 과도정부의 수장인 힐러리 클린턴은 건재한 병력으로 뉴욕 시를 쥐떼로부터 해방하라는 작전 명령을 내린다. 복수의 시간은 성공할 것인가? 문명은 재건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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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
사지 하루오 지음, 홍성민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공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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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개신교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존 칼빈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기독교 강요』 첫 장에서 ‘신을 바로 아는 것이 곧 인간을 바로 아는 것’ 혹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면 신을 알 수 있다’는 취지의 문장을 남긴 바 있다. 기초적인 교양과학을 다루는 책을 두고서 뜬금없이 왜 기독교 신학자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마치 존 칼빈이 말한 것처럼, 『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의 저자 사지 하루오 박사는 우주를 이해하면 우주뿐만 아니라 곧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임을 책 전반에 걸쳐 친절하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우주와 천체물리학에 대해 아주 매력적인 입문서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빅뱅에서 인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책의 특성상 세부적인 부분을 다룰 수 없을지라도 이 책만큼 우주의 탄생과 곧이어 생성된 원소들의 파노라마, 결합과 분열을 통해 태양이 만들어지고 행성이 만들어지고, 지구와 생명체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흥미롭고 시적이고 친절하게 이해시키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느낄 정도니까 말이다.




우주의 탄생, 빅뱅의 순간을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변화한 순간’이라고 설명하면서, 변화를 느끼는 것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인간의 특성과 연결하여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는 발상과 표현이 감탄스러웠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밤이 어두운 것은 우주가 유한하다는 증거’라는 설명과, ‘전파는 우주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라는 비유, 아주 작은 빛의 흔들림에서 우주 탄생의 실마리를 보는 것처럼, 인생도 그러니까 산다는 것도 하나의 흔들림 같은 것으로 연결해서 설명하는 것 등은 이 책이 과학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시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겸비한 매우 멋진 책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느 곳이나 중심이 될 수 있는 우주의 성질, 그것은 보는 관찰자의 위치, 관점, 대상의 상황에 따라 같은 것이 다양한 모습,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사람은 하나이지만 다양한 면모를 가지게 되는인간적 특성이 우주적 유래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블랙홀은 직접 관측이 어려운 천체다. 주변의 상태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도 어떤 사람을 파악할 때 직접적으로 알 수 없다면, 주변 사람들의 평판이나 인간관계 등을 통해 알게 되는 원리와 비슷한 것 같다.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 시각정보와 청각정보를 비교해 다룬 부분들을 생각해보면, 인간이 말하는 식스센스, 즉 오감을 넘어서는 초자연적 감각이라는 개념도 면밀히 따져보면 초자연적이거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충분히 과학적 관점에서 구별하고 입증가능한 현상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그 6번째 감각이라는 것이 먼 옛날 인류들은 잘 활용하고 있었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퇴화한 능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바로 그것이 종교인들이 말하는 영적 세계의 실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점까지 생각의 꼬리가 점점 길어진다.

이 책은 단순히 교양과학 입문서의 면모를 넘어 인간과 우주를 아울러 바라보는 다채롭고 깊고 넓은 시각을 갖게 해주는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설명 방식이 초보자, 입문자들에게 너무나도 적당하게 표현되어 있어 과학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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