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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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서, 인간들이 서로 증오하고 싸우면서 벌어진 내전으로 비롯된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그 시나리오는 누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인간들이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고 우위에 서려고 하는 특유의 욕망이 자연스럽게 그런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 것이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뜻밖의 종이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다. 그것은 바로 쥐다. 쥐는 평소에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나 숲속에 거주하는 생명체다. 하지만 인간들이 가장 싫어하면서도, 또 한편에선 인간을 위한 실험 수단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온갖 고통과 죽음의 위기를 넘기면서 인간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친, 인류에게 장차 위협이 될 쥐 ‘티무르’의 등장은 어떤 형태로든 인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뉴욕 도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방주의 역할이라고도 할 수 이는 ‘프리덤 타워’ 내 부족들 간의 반목과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은, 작가의 전작인 ‘파피용’에서 보여주었던, 지구를 탈출한 우주선 ‘파피용’ 내부의 구성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갈등을 일으키고 종국엔 전쟁을 일으켜 공동체의 자멸을 일으키는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고양이 바스테트는 깨달은, 여왕보다 더 가치 있는 ‘예언가’라는 소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도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고양이 바스테트는 아브라함, 모세, 차라투스트라, 부처, 예수의 뒤를 잇게 될까? 그들에 걸맞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추구해야 될 가치가 무엇이고, 이것을 가르쳐줌으로써 동물과 인류를 비롯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 종간 대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쥐들의 최후 공격에 대비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의 자존심이나 경쟁심 같은 터무니없는 이유들로 “쥐들의 공격을 받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한” 상황, 다시 말해 큰 위기를 겪어낸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서조차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갈등이 급격하게 전개되는 것은 조화와 협력으로 지금의 거대한 문명을 이룩한 인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위기의 순간에 해결책을 찾기보다 먼저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고 희생양을 만들어 자기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인간의 작동 방식 등은 고양이 바스테트에게 인간은 소통이 아닌 소음만을 생산하는 매우 비상식적이고 어리석은 생명체로 비치게 만든다.

이 소설의 결말에 다다르면서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쥐들의 반란으로 인간에 대한 신의 최후의 심판이 대신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판이 이루어진 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바스테트 일행이 쥐들의 위협을 물리치고 모든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안정적인 세계로 돌아간다면, 바스테트의 소망대로 모두가 소통하며 배려하는 가운데 인간, 동식물, 곤충, 조류 등 종의 구분을 의식적으로 짓지 않고 지구라는 행성 단위로 생명체를 인식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직도 바스테트의 모험은 아직 한참 남은 듯한 느낌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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