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중심에 항상 인간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의 생존 전략, 협력, 무리, 사회화, 문명 등 항상 인간이 주도하는 관점에서 서술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색다른 관점의 접근 방법이 나타났으니, 그것은 특정 사건이나 사물, 상황을 중심에 두고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형식이었다. 예로써 설탕이나 의자, 물, 무기, 소금, 향신료, 전염병 등을 주제로 한 여러 문화사, 사회사 같은 것들을 들 수 있겠다.
이 책이 독특한 점으로는 인간이 무엇을 했다기보다는 인간이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며, 그 중심에 잡초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할의 역전이 가능한 것은 잡초, 다시 말해 식물 역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식물은 인간을 정착하게 했다. 잡초를 제거하려면 그 자리에 오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산이라는 관점에서는, 이동하는 인간 덕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책은 잡초와 인간의 상호작용의 역사, 그 길고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생명체가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후, 식물들은 애초에 자신들의 생존 본능을 따라 환경에 적응하여 지금까지 진화해왔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심지어 인간들보다 선배다. 그런데 인류가 등장하면서 식물들은 겉으로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