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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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중심에 항상 인간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의 생존 전략, 협력, 무리, 사회화, 문명 등 항상 인간이 주도하는 관점에서 서술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색다른 관점의 접근 방법이 나타났으니, 그것은 특정 사건이나 사물, 상황을 중심에 두고 인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형식이었다. 예로써 설탕이나 의자, 물, 무기, 소금, 향신료, 전염병 등을 주제로 한 여러 문화사, 사회사 같은 것들을 들 수 있겠다.

이 책이 독특한 점으로는 인간이 무엇을 했다기보다는 인간이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며, 그 중심에 잡초가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할의 역전이 가능한 것은 잡초, 다시 말해 식물 역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식물은 인간을 정착하게 했다. 잡초를 제거하려면 그 자리에 오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산이라는 관점에서는, 이동하는 인간 덕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책은 잡초와 인간의 상호작용의 역사, 그 길고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생명체가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후, 식물들은 애초에 자신들의 생존 본능을 따라 환경에 적응하여 지금까지 진화해왔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심지어 인간들보다 선배다. 그런데 인류가 등장하면서 식물들은 겉으로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이 특정 식물을 ‘잡초화(化)’하는 여덟 가지 방식을 대표하는 잡초들을 소개한다. 그 주인공들은 민들레를 시작으로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 이렇게 총 여덟 종이다. 익숙한 이름도 있고 낯선 것들도 있다. 민들레는 워낙 대중적인 식물이라 친숙하지만 나머지 식물들은 이름은 친숙한데 모습이 낯설다든지, 이름은 낯설지만 모습이 주변 들판이나 가까운 밭에서 본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경작의 의미를 소개한다.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심고 돌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잡초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경작의 목적은 작물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잡초를 없애는 것, 이것이 인간 편에서의 경작의 의미다. 하지만 경작이라는 행위는 자연의 거대한 질서를 기준으로 볼 때 거기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일종의 거역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미덕인 식물의 입장에서 미움 받는 식물, 즉 잡초가 된다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모든 잡초화에는 인간의 행동과 뒤얽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잡초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취하게 되었는지 소개하는 양상도 다양하다. 사회문화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 역사적 측면, 우연에 이르기까지, 잡초와 인간 모두 서로에게 저항해온 역사의 모습은 매우 다채롭다. 식물은 인간의 가치 기준에 따라 잡초가 된다. 인간의 가치 기준이란 경제적 이익,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사회규범 등을 의미한다. 이것을 제외하면 잡초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 내용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잡초를 제거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강하게 진화한 잡초가 나타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인간의 온갖 방제와 제거 시도를 견뎌내는, 인간의 행동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식물의 진화 양상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잡초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인간들로 하여금 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하는 것만 같다. 바로 공존이다. 인위적인 제거와 통제의 시도가 계속 실패하고, 오히려 인간의 삶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가 축적되고 있는 지금의 인간-식물 관계의 지도는 새로운 가치관 속에서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인류세의 궁극적 방향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감춰진 해법일지도 모른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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