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쟁탈의 세계사
히라누마 히카루 지음, 구수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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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원이라고 하면 보통 석유를 떠올린다. 하지만 자원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물도 자원이고 땅도 자원이고 땅속 광물도 자원이다. 땅이라고 하니 디지털 기기에 필수로 쓰인다는 희토류 같은 것도 떠오른다. 하다못해 사람도 인적 자원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어딘가에 쓸모가 있고 그것이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소용이 있거나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 다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향신료를 “최초의 국제적인 자원쟁탈의 사례”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어떤 것이 적합할 것 같은데 저자는 관점을 달리하고 있다. 향신료는 조미료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귀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의 향신료 중심 산지인 몰루카 제도를 두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네덜란드 그리고 뒤이어 영국까지 국제적인 쟁탈전이 계속 이어진다. 조선과 항해 기술의 발달이 여기에 박차를 가한다. 프랑스가 이식 재배에 성공하면서 이 싸움은 막을 내린다.

석탄이나 석유가 사용되기 전에 인류가 주로 사용하던 재료 및 에너지 자원은 나무였다. 나무가 많은 곳은 숲, 다시 말해 삼림자원이 가장 핵심 자원이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 조선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량의 목재가 사용되었고, 이는 곧 삼림자원의 부족 사태를 일으켰다. 철을 생산하는 데도 목재가 필요했기 때문에 삼림자원의 감소세는 더 심했다. 기존에도 석탄은 있었으나 이것으로 철을 제련하면 유황 성분 때문에 철이 물러진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한 다비 가문의 기술 즉 ‘코크스 제철법’ 덕분에 석탄이 중심 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더 효과적인 채굴을 위해 증기기관이 발명되었고, 제임스 와트의 개선으로 교통수단에까지 응용된다.

높은 생산성과 쾌적한 삶을 가능하게 한 에너지원으로서, 근대화의 문을 연 것이 바로 석탄이다. 흥미로운 것은 석탄을 주고는 자원쟁탈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보면 20세기 중반까지 석탄과 철강이 가장 중요한 핵심 자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석유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레이크라는 사람의 아이디어로 도입된 석유 채굴 기술이 단기간에 많은 양의 석유를 채굴할 수 있게 되면서, 이것을 저장하는 일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때 배럴이라고 불리는 위스키 통에 저장하면서 오늘날 석유의 단위인 배럴의 기원이 되었다는 한다. 1배럴은 159리터다. 한편 2차 대전의 대결 구도가 석유를 가진 나라와 석유를 가지지 못한 나라의 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20세기 중반까지 석탄과 석유의 위상은 비슷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어보면 세계는 거시적으로 화석 에너지에서 청정-재생 에너지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너지 소비대국으로서의 우리나라가 유독 정권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병행하되 점점 그린 에너지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급격한 정책 전환은 미래의 에너지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점점 좁히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해양온도차 발전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따뜻한 해수면과 차가운 심해의 온도차를 이용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 생산과 공급이 가능한 기술로 설명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지열, 재생/순환 에너지 정도만 미래 에너지로 인식하고 있던 나에게는 새로운 정보였다.

마지막으로 21세기의 디지털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 역시 하나의 어엿한 자원으로 인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원의 개념이 물질적인 차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가 쓴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에너지 주도권에서 밀린 일본의 현실을 지적하며 차세대 에너지 쟁탈전에서 어떻게 하면 일본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관된 맥락을 엿볼 수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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