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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딧세이
진회숙 지음 / 청아출판사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클래식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 들면서 KBS 위성에서 방송하는 '클래식 오딧세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이 책을 고르면서 그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곡의 형식, 구조를 설명하는 등의 곡목해설을 하려고 쓰여진 책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단지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 '붓 가는 대로 쓴' 수필이라고 밝히면서 말이다.
특정한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집은 많이 나왔지만 그에 비해 음악에 대한 감상집은 '명반 소개'라는 명목으로 나온 두꺼운 책이거나 단순한 곡에 대한 해설들 뿐이었다. 미술과 달리 추상예술인 음악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무척 고통스러웠다는 저자의 말처럼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책의 한 꼭지를 지나 두 꼭지를 읽을 때쯤 확신했다. 이 책은 곡의 악장이나 악상기호 따위를 친절히 소개하고 있는 책들보다도 훨씬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전해줄수 있음을..
오히려 음악을 들었을때 받은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주고자 애썼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꼭 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냥 지나치기는 아까운 저자의 글솜씨와 서양고전음악의 뿌리가 되는 유럽문화의 다양한 경험,,음악적 경험등이 예사롭지 않아서 책을 읽다가 앞부분의 저자약력을 보니 글쎄 위에서 말한 프로그램 '클래식 오딧세이'의 구성을 맡고 있었다.
저자는 서양고전음악을 일컫는 소위 말하는 클래식 음악의 모든것을 소개하려고 욕심내지 않는다. 음악을 전공했고 그 전공분야에서 일하면서 들어보았을 수많은 음악들중 특별히 마음에 담았던 음악들을 작곡가의 일화, 곡과 같은 배경을 같은 영화, 아름다운 시, 풍광, 역사 등과 함께 풀어내는데 이 요소들의 박자가 잘 들어맞는다.
한 번 들어봤던 곡들도 다시 듣게 되고 못들어 봤던 곡들도 들어보고 싶게 한다. 소개된 여러 곡들중 클라멘티의 소나타를 패러디(?)한 에릭 사티의 '관료적인 소나티네'라는 다소 생소한 제목의 곡을 호기심에 찾아서 들어보기도 했다. 나는 간만에 코드가 통하는 책을 만나서 단숨에 읽어갔지만 여유를 갖고 이 책에서 소개된 음악들을 들으면서 나름의 느낌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