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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과학
전방욱 지음 / 풀빛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과학이 수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학창시절, 과학의 세계는 너무나 어렵고도 멀게 느껴졌고, 문과를 택하여 인문 사회계열의 공부만 주로 하다보니 과학은 더더욱 멀어져갔다. 실험실에서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연구의 결과로 구성된다고 알고 있는 과학이 수상하다니, 작금의 황우석 사태만 아니었어도 결코 수긍할 수 없는 말이었을 것이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황우석 연구진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은 나와 같이 과학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신성시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주었다. 과학 분야에서의 연구 결과를 이제는 일단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인식을 남겼으니, 이것은 어찌 보면 과학, 더 나아가 학문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사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자’의 문제인데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 또한 수상한 ‘과학’이라기보다. 수상한 ‘과학자’를 소개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생명과학 연구에 종사하는 현직 교수가 쓴 생명공학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생명공학은 인간의 생명과 관계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공학의 분야임에 틀림없고, 그렇기에 과학 이외의 그 어떤 요소도 개입해서는 안 되는 과학의 분야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과학이 아닌 다른 요소들이 생명공학 연구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경제적인 이권일 수도 있고, 학계에서의 명성이나 공명심일 수도 있다.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 막연하게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와 같은 보통의 소비자에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연구 사례들은 더욱 강한 불신과 의혹을 던져준다. 명색이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잘못된 출발점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때로는 조작하며, 올바른 연구를 공격하다니...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저널이라고 하는 네이처 지의 스폰서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 과학계 전반에 대한 불신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황우석 사태가 밝혀지기 전에 출간된 책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저자는 동종업계에 종사하기에 일종의 ‘내부 고발자’이면서, 과학계에서 연구 검증 기제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동료 검증자’라는 점에서 저자의 시도는 용기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읽었던 <지식의 사기꾼>,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불량의학>과 비슷한 맥락이면서도, 우리의 과학 연구자에 의해 과학계의 현실이 고발된 보기 드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