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펭귄의 여행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1
샌드라 마클 지음, 앨런 마크스 그림,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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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극에 겨울이 시작되는 오월 중순의 어느 날.
붉게 무든 저녁 노을을 받으며 젊은 엄마황제펭귄이 힘껏 알을 밀어 냅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엄마펭귄의 여행.
무려 1,500킬로미터에 달하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자연그림책들이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보니 점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이야기가 이렇게 궁금할 줄이야. 그리고 어쩜 이렇게 생생할 수가! 


엄마펭귄의 여행이 무사하게 마무리될 것인지, 아기펭귄은 잘 자라고 있는지, 이제 아빠 펭귄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함께 궁금하고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 엄마펭귄과 아빠펭귄의 사랑과 희생에 적잖이 감동하게 된다.

생태 지식뿐 아니라 뭉클한 감동을 남기는 그림책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알뜰하게 읽었던 자연그림책은 몇 안되는 것 같다.
마지막에 나오는 <지은이의 말>까지, 아이와 꼼꼼하게 읽고 감탄 또 감탄했다.
한 편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이자, 살아 숨쉬는 자연생태 보고서라는 느낌.
새롭게 만난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자연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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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풀빛 청소년 문학 4
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김라합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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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제목을 힐끗 보았을 때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한 수필 또는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죽기 전에 해야 할 44가지라든가, 100가지라든가... 그러나 이 책은 ‘소설’이며, 청소년 성장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부모의 이혼 통고를 받은 후 갑자기 ‘해야 할’ 목록에 집착하기 시작한 열네 살의 소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인칭 시점인 이 책에서 화자인 주인공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언니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 목적이란 바로 ‘해야 할’(사실은 ‘하고 싶은’) 목록 중에서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 주인공이 지목한 남자 친구 후보를 위해 거짓 숙제를 만들어내고, 할아버지에게 비디오를 빌리고, 드디어는 아버지 이름으로 비행기표를 결제하고... 그 놀라운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청천벽력 같은 부모의 이혼 소식인가, 아니면 사춘기 시절에 품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인가. 


  돌이켜보면 나에게도 엄청나게 중요한 ‘해야 할’ 일들이 있지 않았던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감옥처럼 느껴지던 답답한 학교에서 탈출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시에는 절대 올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이루어졌지만 그 때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은 ‘자유’였다. 내가 무엇이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 소망이 실현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소설을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자주 웃음이 났다. 특히 남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면서 주인공의 소원 여러 개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대목. 게다가 전화로 건네 듣는 할아버지의 충고! 적나라할 정도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아니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화자의 얼굴과 행동에도 슬쩍 나의 어린 날이 오버랩 되는 걸 보니, 그렇게 소소한 거짓말과 환상의 세계 속에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남자 친구에게 엄청나게 집착하는 여자 주인공과 우리 문화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할아버지의 충고 때문에 딸 아이에게 선뜻 이 책을 건네주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실은 궁금하다. 우리 아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인지. 그 옛날 내가 품었던 소망과 혹시 같은 것도 있지 않을지. 지금 아이의 관심사라고 생각되는 남자 친구와 예쁜 옷이, 아마도 엄마의 그 옛날 목록 속에 들어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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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 - 같이 읽는 동화 책도령 이야기
김율희 지음, 이윤희 그림 / 예림당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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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하루 온종일 책만 읽는 도령이 있다. 다른 일은 전폐하고 오로지 책만 읽고 또 읽는 도령. 장가갈 생각도 안하고 직업을 가질 생각도 안한다. 아들이 너무나도 걱정된 어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혼자 살아 갈 아들을 위해 이런 저런 준비를 해두는데,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똑같은 생활.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도령도 저세상에 가는데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


  이런 사람이 어디 있나 싶을 정도로 도령의 증상은 심하다. 아무리 ‘책도령’이라 한들 이 정도로 책에만 목을 매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러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극단적인 구석이 있어야 또 무리 없이 돌아가는 법, 거기다가 책도령은 책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이 세상에 내려오게 된다.


  외모만 가꿀 줄 알았던 소녀, 돈만 떠받들던 어른, 친구들과 싸우기만 하던 소년을 만나 단 이틀만에 이들을 완전히 변신하게 만든 책도령! 단순히 책에 흥미를 가지게 한 것이 아니라, 행동을 바꿔버리니 조금은 황당하게 생각되기도 하다. 그만큼 책의 힘은 강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 거기다 책도령이 보여준 마지막 행동. 천당으로 보내지게 된 책도령은 굳이 지옥에 남겠다고 하는데...

  어른 눈에는 다소 작위적인 구석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는 딱 맞을 것 같은 느낌. 이야기 자체가 옛이야기마냥 재미가 있고, 책도령이 만난 사람들의 변화, 그리고 책도령의 변화도 의미심장하게 생각될 것 같다. 책을 멀리 하는 아이에게는 책에 흥미를 붙여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책을 많이 읽는 아이에게는 자신의 독서 습관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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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엄마와 함께 보는 글로연 박물관 시리즈
박물관이야기 지음 / 글로연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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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좋은 세상이다. 내가 어렸을 때 가본 몇 안 되는 박물관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복잡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경우가 많았으니 제대로 볼 수나 있었나. 박물관 활동지라는 것도 본 적이 없고, 해설을 듣기도 어려웠다. 요즘은 매우 다양한 테마 박물관이 많이 등장했고, 박물관에서 실시하는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다양하며, 활동지도 쉽게 입수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그 변화를 과연 실감할 수 있으려나.

  이 책은 ‘경제’를 테마로 한 박물관 여섯 군데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 지금까지 가 본 곳은 딱 한군데, 서울역사박물관 뿐이다. 농업 박물관과 한국은행의 화폐금융박물관은 알고 있었는데 나머지 박물관은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광화문에 가니, 그 중심가에 위치한 신한은행 한국금융사 박물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은행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 관람이다. 이 책에 소개된 박물관을 모두 아이들과 한번은 가 볼 생각이다.

  이 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들이 박물관 체험학습을 이끄는 엄마들이다 보니 정보의 폭과 깊이가 만만치 않다. 특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련 정보들은 그 자체로도 유익하다. 주로 화폐와 금융을 다른 박물관들이어서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저마다 고유한 특징도 발견할 수 있다. 농업을 알아보려면 농업박물관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겠고, 조선시대 시장의 풍경은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상업의 역사는 신세계 한국상업사박물관으로, 진귀한 저금통을 구경하려면 저금통 갤러리가 있는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으로 가야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본문 편집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사진이 풍부한 반면 좀 작은 편이어서 지금보다 좀더 큼직하게 배치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대전에 있어서 빠진 것 같지만, 한국조폐공사에서 운영하는 화폐박물관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약간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이 책에 실려 있는 박물관 중에 다섯 군데가 서울의 도심에 위치하여 맘먹고 가기에는 좋을 듯. 책의 말미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현장 활동지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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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 전10권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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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맥을 처음 본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약간 조숙하였다고 자부했던(?) 여고 문예반 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당시 출간된지 얼마 안된 태백산맥을 읽었다. 당시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도 별로 없었고, 해방 후 좌우 이념의 대립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하여 생각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는, 고백하자면 김범우와 소화의 사랑 이야기...  고등학생으로는 무척 난이도가 높았던 노골적인 묘사들로 인해 책장을 넘기기가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10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나서는, 다양한 인물 군상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을 뿐이다.


  그로부터 15년 정도가 흘렀나? 지난 겨울, 이 책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열흘 넘게 눈내리는 지리산 속에서 살았다.


  비로소 작가가 하려던 이야기가 '인간'이었음을 깨달았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한 이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랄까, 역사적 조건이랄까,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인간과 역사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은 말하고 있었다.


  또한 그동안 일방적으로 보아왔던 관점에 대한 반기, 즉 그동안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좌측 진영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는 점도 선구적인 시도였다고 본다. 균형된 시각을 갖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한쪽에서만 역사를 바라보았다는 점은 반성의 계기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쪽이 옳으냐를 떠나서 말이다.     

 

  흔히들 이 책을 비판하는 보수 진영에서, 이 책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 있다고 비판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이 책이 이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고 믿는다. 빨치산들이 총을 들었던 이유는 과연 이념이었을까, 먹고 사는 절박한 문제였을까. 그리고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이 아닌가. 


  이 책의 저자가 쓴 아리랑, 한강을 모두 읽어보았다. 아리랑은 후반부로 가서 약간 기대에 못미쳤고, 한강은 다소 이야기 구조가 단조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태백산맥에 깊은 감흥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조정래 작가의 이야기 풀어나가는 솜씨는 일품이며, 한국인의 한과 정서를 잘 표현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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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12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태백산맥!
지난번 배경지 탐방하느라 3권까지 읽고 다시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정래 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죠.
고3때 읽으셨다니 상당하셨네요. 저는 전라도 말이 입에 안 붙어서 1권만 두번째 읽다가 놓고 10여년이 흘러 보았는데, 아직도 다 못 읽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