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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구한 사서 - 이라크의 알리아 이야기 ㅣ 인문 그림책 6
마크 앨런 스태머티 지음, 강은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책 제목과 표지 그림이 매우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다. 도서관을 구한 사서? 이라크의 알리아? 아이와 함께 책표지를 보고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사서가 어떻게 도서관을 구했을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숄 안에, 가방 속에 책을 가득 들고 있는 여인. 설마 했는데, 아이의 짐작은 맞았다!
어른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그러나 아이는 그런 전쟁이 있었는지 알 리가 없다. 세계지도에서 함께 본 기억이 나건만, 이라크가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지도 사실 잘 떠오르지 않는 듯. 이번에 큰 사건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곳이라고 하니 아이가 놀란다. 분위기를 짐작하는 것. 9.11 테러를 떠올리니 아이의 눈이 더 휘둥그레진다. 게다가 책을 넘기자마자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라는 글귀가 주는 긴장감.
이 책은 이라크 바스라의 도서관장 알리아 이야기이다. 전쟁의 위기가 엄습해오자 알리아는 도서관의 책들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 옛날 몽골군의 침입으로 유서깊은 바그다드의 도서관이 소실되었고, 그 귀중한 책들이 모두 사라졌던 것을 떠올리며. 알리아가 떠올린 그 사건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이면서 이야기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든다. 알리아가 왜 그렇게 도서관의 책을 지키고자 노력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책은 소중한 것이라는 원칙이 아니라.
이 책의 그림은 단색 계열로 만화풍이다. 도서관에 불이 난 장면에서 빨간 색이라도 썼으면, 했더니 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단색 계열의 그림이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다. 책의 말미에 실려 있는 이라크와 아라비아 도서관의 역사에 관한 글도 도움이 되었는데, 여기에서 잠깐 언급한 바스라 도서관의 뒷 이야기를 좀더 상세하게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 듯. 바스라의 현재에 대해 궁금한 아이에게 들려주기에 좋은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 실려 있는 전쟁과 후세인에 관한 언급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후세인이 잔혹한 독재자였고, 대부분의 이라크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미워했으며, 미국과 영국이 그를 몰아내려고 전쟁을 벌였다는 설명은 배제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전쟁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열어두었어야 한다. 전쟁이 발발하는 긴박한 상황만 잘 표현했어도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담을 수 있었을텐데. 이 책의 메시지와 강한 인상만큼은 오래 기억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