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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 ㅣ 굿 페어런츠 시리즈 5
강성일.이광서.이준호 지음 / 살림 / 2007년 6월
평점 :
내 아이가 미술 놀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조금만 안내를 해주면 뭔가를 만들고 꾸미는 것을 매우 즐거워 한다는 사실. 그런데 ‘그림 그리기’는 무척 어려워하고 자신 없어 한다. 흔히들 미술학원에 보내면 정형화된 기법만 배운다고 하여 보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자신감을 기른다는 차원에서 학원에 보내야 하나, 미술에 소질이 없는 엄마가 어떻게 미술 놀이를 안내해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아주 특별한 영재들의 놀이터].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영재’라는 말에 약간은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거 시류에 편승하려는 제목 아닌가. 책을 읽어보니 ‘아주 특별한 영재’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놀이터’이다. 적절한 안내와 도움을 제공한다면, 아이들은 누구나 그 공간에서 무궁무진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므로. 미술로 놀면서 사고력과 창의력이 키워지고, 놀라운 결과물도 얻어내는 사례들을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미술 놀이 스타일에는 엄마의 양육 태도와 말투가 묻어난다고 한다. 사실 미술 외에 그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부모의 얼굴이 연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잘 그려라, 예쁘게 그려라, 같은 획일적이고 지시적인 말만 했던 것은 아닌지, 자신감을 불어준답시고 이 정도면 잘 그리는 거야, 라고 의미없는 격려만 했던가. 아이의 자신감을 진정으로 회복하는 데에는 실질적인 미술의 기법 교육보다는 미술에 대한 태도나 평가에 훨씬 좌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몇 가지 팁도 얻었다는 점이 유용하다. 우리 아이도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머리는 크고 몸은 작게, 원과 삼각형, 사각형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린다.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을 세밀히 관찰해보고 그걸 보면서 그리게 하면 놀랄 만큼 실제에 가까운 그림을 그려낸다고. 당장 아이와 함께 해봐야겠다. 종이를 반으로 접어 가위로 오리는 놀이는 멀리 가는 차 속에서 해보았다. 좌우대칭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보면서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것도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즐겁다.
미술대학 동기들의 다빈치 프로젝트.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그들의 새로운 도전만큼 그 뒷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의욕 없는 고등학생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변화 과정, 그리고 대입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청소년이 아닌 어린이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에필로그가 흥미로웠다. 좀더 높은 차원으로 가르쳐주길 기대하는 영재교육 차원이 아니라, 미술, 아니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예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안내하는 것, 매력적이고 멋진 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