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구입하지도 않는데 이 책은 주제가

주제인지라 오랜만에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구입해서 읽어봤는데 역시 실망이었다.

도서마케팅과 독서여론이 조작된다고 하는데 사실인 모양이다. 이 책은 겉만 번지르르 하고

속 내용은 한마디로 별볼일 없는 지루하고 따분한 책이다. 저자인 셸리 케이건이

죽음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은 한마디로 지루함 그자체다. 주제는 다르지만

비슷한 명강의 시리즈인 샌델교수의 "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을때와 같은 흡인력이 없다.

 

 철학책 좀 읽은 분들은 이 책에서 얻을게 별로 없을 것이다.. 저자는 다음 책을 쓰기전에

출판사나 주위로부터  중언부언하는 자신의 글 버릇에 지적을 받을 필요가 있다.

 

 역시나 데카르트의 실체이원론을 초반부터 들먹이며 지루한 설명을 이어가는 글을

따라 읽는 것은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었고 한 장을 다 읽기 전에 지독하게 잠이 쏟아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한 책이다. 몇 몇 장은 독특하고 재치있는 성찰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그냥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박탈이론이라는 것이 꽤 유명한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유치한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자신을 물리주의자라고 선언하였는데 요즘 영미 분석철학의 물리주의는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읽는데 참고해야 할 것이다.

분석철학관련 책을 몇 권 접해보았는데 내게 실천적 함의를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 

 

 중세철학이 신학의 시녀였다고 하는데 현대 철학도 물리학의 시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차라리 하이데거 관련 책을 읽는게 더 나겠다는 생각인데 하이데거의 죽음론이

내겐 더 큰 철학적, 실천적 깨달음을 주었다.

 

 이 책과 거의 비슷한 구성과 내용으로 된 예전에 읽은 국내서 하나가 떠오른다.

<떠남, 혹은 없어짐 죽음의 철학적 의미>, 유호종지음, 책세상.

이 얇은 문고판 책이 내겐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내용도 별로 차이 없는데 마치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이 문고판의 책내용을 뻥튀기한 것 같다. 물론 개인적 느낌이지만...

이 책도 이제 책장에 쳐박혀 오랫동안 먼지로 뒤덮힐 것이다. 앞으로 명강의 시리즈는

안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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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2013-01-2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문득 들었던 생각인데, 미국 철학자 김재권은 일원론자, 혹은 물리주의자는 결국 환원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 같은데 그 말을 인정한다면 이제 우리는 물질 혹은 자연에 도덕이나 윤리가 내재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될 것이다. 김재권은 우리의 의식에서 감각질이라는 심성적 찌꺼기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했는데 나는 철학을 한다는 사람이 왜 굳이 의식을 심성적 찌꺼기라고 표현 할 수 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이 못마땅하다. 의식을 두뇌로 환원할 수 있다면 의식의 기능을 모두 정확히 정의해야 되고 이 기능을 수행하는 실체를 찾아내야 하는데 과연 우리는 의식의 특정 기능들을 추려내서 정의할 수 있을까? 즐거움이라는 감정에 대한 환원 실체를 찾아낼 수 있을까? 모든 의식을 오로지 두뇌의 상태로만 환원하는 것은 정당한가?

물질에서 도덕과 윤리를 꾸준히 박탈해온 과정이 바로 근대화였는데 이제 이런 존재론이 인간에게 이로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자연에 도덕과 윤리가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그리고 자연주의의 오류라는 말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르고 중용의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를 자연주의적 오류로 몰아붙여 비웃는 짓도 어리석게 될지 모른다. 유물론 혹은 물리주의는 물질에서 도덕과 윤리를 설명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제 물질과 정신이라는 실체이원론적 발상의 용처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한계가 바로 이것이다.데카르트식 실체이원론에 오염된 존재론을 정화하고 새로운 존재론을 세워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