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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철학에의 초대
한자경 지음 / 서광사 / 2006년 6월
평점 :
한자경 교수가 쓴 칸트철학 소개서 <칸트철학에의 초대>를 읽고 있다.
한자경 교수는 독일에서 칸트를 전공하신 분인데 쉬운 우리말로 어렵고 딱딱한 칸트철학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제목만 들어도 겁에 질리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같은 칸트철학을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는 분도 없을 것이다.
한자경 교수는 독일에서 칸트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해서 다시 동국대에서 불교철학(유식불교)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다. 배움의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다. 나는 한자경 교수의 <일심의 철학>을 읽고 한자경 교수의 팬이 되어버렸다. 그 책에서 다룬 물리주의 비판글은 정말 대단했다.
그러고 보니 학부시절에 한자경 교수의 철학수업 하나 들어보지 못했던 것은 불운이다.
그 불운은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나는 철학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한자경 교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지가 오래다. 좋은것은 늘 지나간 뒤에
알게 되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칸트철학이라 하면, 막연히 어렵고 관념론적인 것이라 쉽게 다가갈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칸트라는 사람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철학을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초월적 관념론, 초월적 자아라는 것은 지금까지 많이 오해되었다는 느낌.. 도올이 그의 저서에서 자주 언급하는 칸트 철학.. 시공의 외재성, 절대성을 부정하고 인간 자체의 근거로 다시 태어난 시공과 절대적 자아라는 주제들은 매우 흥미롭다. 이것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는 것인데 칸트가 살았던 당시의 유럽 과학지식을 뛰어넘는 칸트의 철학적 통찰력은 정말로 대단하다.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이 따라 절대적, 객관적 실체로 존재한다고 여기지만 20세기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임을 증명했고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 객체가 아닌 말 그대로 "시공"(space time)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 시공은 나의 인식(혹은 정신)과 어떤 관계인가?
시공은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실체인가? 아니면 그것은 그저 우리의 감각 인식의 작용이 만들어낸 허구인가?
칸트가 말하는 "선험"은 범심론적 세계관 같다. 서양문명을 흔히 물질문명이라고 하는데 서구적 전통에서 칸트에서 헤겔로 이어지는 관념론적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어찌됐든 칸트와 헤겔의 이해는 앞으로 내 독서의 주요한 주제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철학관련 책들만 자꾸 읽다 보니까 소설이 재미없어졌다. 사실, 소설은 이미 오래전에 흥미를 잃어버렸는데 시시한 소설보다 이런 철학책들이 더 재미있다니.. 내가 이제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주제를 꾸준히 소화해 나가는 과정에 절대적 도움을 주는 책이 바로 국내 철학자들이 쓴 이런 이해하기 쉬운 좋은 책들이다. 한자경 교수의 <칸트 철학에의 초대>같은 책은 가까운 책장에 꽂아두고 원전을 읽을 때 헷갈리는 개념이나 용어가 나오면 다시 찾아볼 좋은 참고서다.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원전 번역서보다 이런 책이 칸트철학을 이해하는데 훨씬 더 유용하다. 칸트를 이해한답시고 아무런 준비없이 순수이성비판 원전에 달려드는 것은 아주 무모한 짓이다.
그런데 칸트와 헤겔이라는는 훌륭한 철학을 배출한 독일이라는 나라는 어쩌다가 파시즘의 광풍에 휩싸여 그런 어마어마한 죄악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이데거도 한 때 나치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고하는데 아무튼 독일은 대단하면서도 끔찍하다. 일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