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의 고뇌의 원근법을 읽고 있다. 이런 책을 무던히 읽을 수 있는 내 자신의 교양수준을 보며 감탄한다. 기실 이러한 감탄은 자기만족에 불과하지만 이런 소소한 만족이 무던한 삶을 운치있게 만들어 준다.
신입사원이라서 휴가를 3일 가게 됐다. 타인들은 6일이나 5일 이지만 난 3일이다. 그 3일동안 무얼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 날짜를 내 마음대로 택할 수 없음을 알고 짧은 행복마저 사치라 여기며 고개를 떨군다. 연인이 없으니 휴가가 로맨틱할리 없고 친구가 적잖이 떨어져 나갔으니 풍성할 리도 없다. 또 책읽고 음악듣고 영화보며 소일하자니 언제까지 그따위로 살거냐는 마음속의 외침이 울린다. 아직 한달이 넘게 남았으니 그저 두고볼 일이다.
요즘 내게 부쩍 잘해주는 직속 선배를 보며 그의 살가움이 고맙고 정겹지만 한편으론 불안하다. 나의 모자람이 언젠가 그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까하는 부족한 자존감 탓일 테다. 그래도 여유 속에 믿음이 싹트고 스스로를 아낄 수 있는 힘이 자라나는 법이니 그 도타운 정 또한 내 것이라 여기며 다스워지련다. 오늘 서울의 바람은 따뜻했지만 거세기도 했다. 간만에 학교 뒷동산을 달려야겠다. 숨이 턱밑까지 차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