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은 지승호와의 인터뷰에서 제 아비를 원망한다. 왜 그럴까. 공지영의 아비는 탈권위적이고 자상했다. 지성인이었고 자식의 의견을 존중했다. 허나 공지영은 말한다. 그런 아비의 보살핌이 대학 초년생 시절 자신을 힘들게 했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는 그녀의 가정과 달랐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이고 군대 같은 분위기를 일찍이 그녀는 경험한 적이 없다. 사회생활에 대한 면역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거친 말이 난무하고 서열에 의해 사람을 재단하는 사회는 그녀를 길들여지지 않은 낙오자 취급을 했다. 자유로운 영혼이 아닌 낙오자 말이다. 
 


 

 

 

 

 

 

 

 

 

 

 

 나 또한 공지영과 비슷한 아비를 두었다. 내 아비는 언제나 자상했고 내게 손찌검이나 욕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친구 같았고 편했다. 불의를 혐오하고 세상의 그릇됨을 종종 탓하곤 했다. 

 그렇기에 권위주의적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게 그건 ‘다름’이 아닌 ‘그름’의 가치를 지닌 사람이었다. 종종 그 그름을 역설하기 보단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던 세월이 내 삶이었다. 헌데 그런 회피만으론 나를 지킬 수 없는 시절이 찾아왔다. 내가 생각하는 그름을 긍정하고 나의 옳음을 부정해야하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 한다. 

 사회생활을 일주일 정도 하다 보니 나또한 공지영처럼 사회에 대한 면역력이 현격히 낮은 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아비를 원망하진 않지만 아비가 심어준 ‘아비투스’가 종종 나를 고민에 빠트릴 듯하다. 워낙 정신없는 일주일이라 그런 고민 또한 사치였지만 생각이란 실타래의 매듭을 지어주지 않으면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게 아니라 살아가는 대로 생각할 것 같기’에 이런 고민은 나름 유의미하다. 

 술을 많이 마셔 다크써클이 팬더처럼 내려온 눈두덩을 살핀다. 단순히 술 때문만은 아닐 테다. 자지레한 언어폭력과 억압기제에 대해 적응하려는 애씀과 나를 지키려는 저항의 몸부림이 핍진한 육신을 만들었다. 어쩔 수 없다. 조금은 무뎌지기로 한다. 내 가치관을 지킴이 내 몸을 지킴보다 더 아름다운 시절은 이미 사위어 든 듯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잗다란 충돌 때마다 마음을 눅이려 애쓰는 건 또 다른 자아부정이다. 다들 그렇게 변해간다 하지만 그 절박함은 제 생의 의지와 바투 이어진 신실한 것이다. 김훈이 말했듯 밥벌이는 지겹고 그 던적스러움이 이겨내는 일이야 말로 제 자신의 가치관으로 오롯이 서는 일보다 더 훌륭한 법이다.   

 

 

 

 

 

 

 

 

 

 

 

 

 

 

  물론 내 무뎌짐이 ‘타협’이 아니라는 비겁한 언사를 늘여놓을 생각은 없다. 단지 미당을 긍정하진 않지만 이해하려 애쓰던 그런 마음처럼 내 노력은 가여운 것이다. 자기연민처럼 가난한 게 없다지만 그런 돌아봄만큼 도타운 일도 없다. 그런 가여움으로 나는 삶을 꾸리고 그네들을 사랑하련다. 글로 마음을 엿살피다보니 나를 옥죄던 기분이 조금은 헐거워진 듯하다. 

 

 ‘별이 바람에 스치우던 일’에도 가슴아파하던 윤동주의 고결함이 나약함과 닿아있다는 걸 지난 일주일은 말해준다. 아니 고결하지 못하고 나약함을 긍정하려는 나를 다독이려 부러 동주를 폄하한 듯하다. 일주일을 더 보내면 생각은 절로 명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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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2-0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생활 일주일! 요즘 알라딘을 멀리했더니 바밤바님의 취업소식을 이제야 봤네요. 축하해요 축하해!! ^^
어떤 사회생활을 하실지 무척 기대도 되고 궁금하네요. 얼핏이나마 바밤바님의 성정을 볼 때 당연히 저보단 잘 해내실 수 있을거라 봅니다. ㅎㅎ 힘내세요!

바밤바 2010-02-12 19: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성정이 다소 간사하여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사회 생활~ 생각보다 재미있네요~ㅎㅎ

비로그인 2010-02-0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을 더 보내면 아마 배가 고프다거나, 좀 쉬고 싶다거나, 잠을 더 자고 싶다거나 하는 본능에 가까운 것들이 생각나지 않으실까..^^ 하하 웃자고 한 소리고요~

몸 상하지 않게, 건강히 하루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D

바밤바 2010-02-12 19:40   좋아요 0 | URL
몸은 나날이 상해가는 듯 한데 그런 망가짐이 생각보다 즐겁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