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무엇보다 편집이 좋다. 시구(詩句)가 소제목 위에 달려있다. 시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간다. 다가옴이 시(詩)처럼 근사하다.

 애도(哀悼)에 관한 이야기다. 애도란 프레임으로 모든 이야기가 파헤쳐지고 분석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고갱이다.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또 하나의 골조를 이룬다. 다만 문학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은 이 모든 사례가 다소 와 닿지 않을 듯하다. 그래도 상관없다. 꾸준히 ‘좋은 이별’을 해야만 상처가 덧나지 않고 오롯이 제 삶을 살아갈 수 있단 말을 한다. 레시피로 나오는 자잘한 이야기는 다소 사족의 느낌이 강하다. 애도에 관한 좋은 사례로도 충분히 마음을 보살필 수 있기에 그렇다.

 스스로에게 이 책을 적용시켜 보았다. 나또한 책 속 등장인물처럼 스스로를 억제한 적이 있었다. 아비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죽음도 쿨하게 맞이하기 위해, 아니 눈물은 스스로의 나약함을 증명하는 거라 여기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보냄을 납득하려 애쓰고 다른 이들을 다독였다. 나를 다독이는 손길은 사치라 여기고 내 마음을 애써 눅였다. 이런 것들이 책에 의하면 내게 상처가 됐을 테다. 물론 이런 억압기제가 나를 어떻게 눌렀는지는 모른다. 헌데 이 책을 읽고 지극히 공감했기에 내게도 ‘좋은 이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작가의 전작 ‘천개의 공감’이 내게 무수한 공감으로 다가왔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이번 책은 전작과 다르게 커다란 하나의 공감으로 다가온다. 마음에 울림을 주고 좀 더 스스로를 드러내며 살아야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다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리비도’는 다소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많은 사례가 저자의 치밀한 분석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저자의 말처럼 이러한 ‘고백’의 글이 범람했으면 한다. 나를 돌아봄이 가장 중요하단 걸 이 책은 기나긴 말로 사근사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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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0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호하지 않는 작가와 장르인데 당신의 리뷰는 솔깃하네요 ^^
꾸준히 리뷰가 올라오니 생각의 호흡을 같이 하는듯해요.

바밤바 2009-12-04 13:25   좋아요 0 | URL
ㅎ 하루에 책 한권씩 읽으려다 보니 일상이 너무 번잡해지는 듯 하네요~
다소 느적느적 살아야겠음~^^;;

Forgettable. 2009-12-0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를 어렸을 때 인상적으로 읽어서 좋은 작가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천개의 공감]은 그저 그렇더라구요 ㅎㅎ
요즘 리뷰 정말 열심히 쓰시는군용 ^^ 전 책 권태기에요 ㅠㅠ

바밤바 2009-12-06 19:57   좋아요 0 | URL
오~ 뽀님 오랜만~ ㅎ 저도 책 권태기로 빠지려공~ 책을 너무 보면 내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을 읊조릴 때가 많아서리~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