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가격에 개의치 않고 음반을 사곤 했다. 3개월 동안 30만원어치 이상의 상품을 구매해야 적용되는 프리미엄 회원을 몇 년간 했으니 꽤 많이 사 모았더랬다. 헌데 올 해 마마가 금융사기를 당하고 나 또한 맨 땅에 헤딩하고 있는 터라 몸과 마음이 핍진하다. 덕분에 프리미엄 회원 자격은 올해 초에 끊겼고 올 해 산 음반은 손에 꼽을 정도다.
헌데 사고픈 음반이 나왔다. 그 음반을 사야 할 절박한 이유는 없었으나 예전 같으면 사고도 남았을 음반이라 다시금 사 질렀다. 며칠 뒤면 들을 수 있을 테다. 필립 헤레베헤의 레퀴엠과 윌리엄 크리스티의 메시아가 기대된다. 우석훈의 말마따나 지갑이 비었다고 마음까지 비워둘 필요는 없다. 이러한 음악의 자양분이 차곡차곡 쌓이면 빛나진 않아도 단단한 인생을 살 수는 있을 터. 남들보다 에둘러 가고 뜻대로 일이 행해지지 않는다 하여 조급하면 쉬이 일을 그르치는 법이다. 종교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눅여야겠다. 오늘 아침은 햇살이 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