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짧다 보니 배워야 할 게 많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책을 읽고 글로 정리했다. 팩트 부분은 대부분 남에게서 취한 것이고 주장은 대부분 내 고민에서 나온거다. 최근에 순한글 어휘를 주재료로 글을 써왔으나 딱딱한 글의 성격을 고려해 본즉, 사맛디 아니할까 저어하여 상징어를 최대한 동원했다. 말의 리듬을 중시하고 쉽게 읽히는 글을 지향하였으나 공부가 부족하여 말은 엉키고 구성은 난삽했다. 남경태씨가 쓴 '역사'라는 책에서 많은 걸 취해왔으니 내 글이라 할 수도 없겠다.
바람이 털을 곤두세우는 것이 소슬한 가을을 느끼게 한다. 신종플루다 취업난이다 하여 제 수상한 요즘이다. 다들 얼어죽지 않기위해 개미를 보며 제 게으름을 책망한다. 베짱이로 살아 온 친환경적 인사들은 마음이 사위어갈 요즘이다. 베짱이는 가을부터 몸을 떨었을 테다. 그는 추위에 얼어 죽은게 아니라 공포에 빠져 죽은게 아닐까. 가을부터 몸서리치게 겨울을 무서워했다면 가슴에 고인 잗다란 걱정이 제 몸을 상하게 한 1순위 였을 것이다. 살갗에 닿는 차가운 공기는 그 걱정이 잗다란게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 정도만 했을 테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걱정은 제 마음 속 망상을 실재화 시키는 듯하다.
주제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도시'를 빌렸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알게됐다며 어쭙잖은 지식인 행세를 할 지, 내 눈은 멀지 않았음을 알고 일상에 감사하자는 소시민적 자위를 할지, 또 다른 관점으로 보려하는 일종의 '구별짓기'를 시도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책은 매우 재미있을 듯하다. 여름이 가을에게 제 자리를 내줄 시기엔 이런 무딘 책에도 가슴이 베일지 모른다. 옷을 두텁게 입고 책을 봐야겠다. 구접스럽더라도 덜 아픈게 낫다. 가을은 바람을 노래하고 마음은 달빛에 그늘진다. 슬픈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