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신이 쑤신다.
(그런데 삭신이 쑤시는 이 마당에 갑자기 '삭신' 이라는 단어가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본다. 몸의 근육과 뼈마디-라고 나온다. 음, 근육. 지방덩어리들이 이사를 오기 전 한 때 나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추억의 이름... 어쨌거나 쑤신다.)
간만의 등산은 과히 무리였다.
(휴양림이라고 이름붙여진, 귀여운 통나무집들이 들어앉아 있는 그런 곳들의 산은 초딩시절 뻔질나게 오르내렸던 학교 뒷산 정도려니- 하고 생각한 내가 모자랐다. 나는 코스를 다 돌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지며 경기를 일으켰다.)
솔직히 많이 창피하였다.
(으허허-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말이야. 이 정도 산은 동네마실 다니듯 한 바퀴 휭 돌 수 있는데 말이야, 허허- 하며 어색한 웃음으로 대충 얼버무렸지만 사실 속으로는 본인의 심각한 기초체력저하를 뼈아프게 감지하고 있었다. 내 옆으로 휙휙- 소리를 내며 마치 경보를 하는 사람처럼 날렵하고 멋지고 여유롭게 스쳐지나가는 할아버지할머니아저씨아주머니들을 보면서 혼자 곧 죽을 것처럼 널부러져서 헤엑헤엑 거리는 내가...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랴. 으흑)
그래도 좋았다.
(하도 안 써서 천년같은 긴 잠에 고이 빠져있던 내 근육들이 갑자기 다가온 강도높은 몸부림에 놀라서 지금까지도 시위를 하고 있지만, 그런 것쯤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숲과 계곡, 그 사이로 불어와서 내 이마를 때리는 바람과 그 차가운 바위들과 계곡물, 그리고 어깨에 내려앉는 잠자리떼... 나는 정말 좋았더랬다.)
p.s.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어디어디 휴양림에 가서 널부러져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서재 생각이 하나도 안 날만큼 좋았냐고 누가 물으신다면, 서재 생각이 계속 날 만큼 좋았다고 대답하렵니다.)
저는 게으름뱅이입니다.
(제가 서재에 글을 자주 남기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않으시길 바래서 드리는 말씀이야요. 이제는 별로 아프지 않거든요. 게으름은 삶을 느리게 진행시키지만 지금은 느리게 흘러가는 그 속에서 홀로 팔딱거리는 이 곳이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좋아요. 웬지 나날이 제가 진해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 놀라서 떠들어대는 근육들 사이로 묵직하게 위장이 소리를 내지르네요. 밥 내놔라!
(저 녀석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죠.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