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님의 "[알라딘 단독] 레이먼드 카버 특별전! 덧글을 남겨주시면 100분을 추첨하여 '카버 머그컵'을 드립니다!"

 

알라딘에서 주문한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을

읽고 또 읽는다.

그러다 오늘 아침엔 햇빛 아래 앉아

애처럼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호퍼와 카버.

나를 울린 두 명의 몹쓸 남자들.

성철스님 표현을 빌면,

나를 단숨에 남대문으로 끌고가서,

 땅바닥으로 패대기쳐버린 인간들.

..어쩌자고 다 미국놈인거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584 2010-05-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며칠 전,아직 신림 사거리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신림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인인 구씨 아저씨는 폐점이 어찌나 분하셨던지 서점 밖에 커다란 플랭카드를  걸어 두셨다고 한다. 서점을 운영하시는 동안  단 한번도 업종 변경을 생각하지 않으셨다는 것, 서점 운영이 순탄치 않을 때도 구청 이동도서관 등에 책을 기증해오신 데 대한 자부심, 이렇게 폐점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한탄, 다시 서점을 열고 싶다는 결의 등을. 나도 울고싶은 심정이었다.

 신림서점은 아마 내가 초딩이었을 때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오빠와 같이 '새소년', '어깨동무' 사러 다니던 시절부터 서른살까지 내  단골서점이었다. 각종 만화책과 동화책을 거쳐, 검은 표지에 삽화가 멋진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와 루팡 시리즈같은 추리소설과 SF소설을 가볍게 찍고,  주옥같은  문고 시리즈에 알알이 침 바르고, 고딩 때부터 서가에서 한두 시간씩 책을 뒤져 만난 릴케와 쿤데라까지, 도대체 나라는 사람에게서 신림 서점을 빼고는 제대로 건질 만한 알맹이가 하나도 없을 지경이다.

 그랬다. 서른살까지도,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계산대에 놓여있는 무가지나 한길 리브로 같은 출판사에서 발행하던 책정보지라도 집어가려고 들르곤 했다. 나는 지금도  교보나 영풍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책을 잘 고르지 못한다. 도대체 사람 많고 소리가 웅웅거리는 곳에서는 아무리 분야별로 책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심리학에 마케팅 공부한 전문가들이 책을 진열해놓아도 책 한 권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다. 교보에서는 책 구경, 사는 건 신림서점.그건 어린 시절부터 늘 낯익게 인사하고 다니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에 대한 의리 때문이기도 했다.

중딩 무렵부터 내가  작가가 되리란 믿음에 나중에 인터뷰 하면 신림서점이 나를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고 꼭 한 마디 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으시던 주인 아저씨와  친구들 모르게 책값 깍아주기도 하고 오래된 책 덤으로 얹어 주시기도 하던 아주머니. 내 동생, 오빠, 친구들까지 줄줄 꿰고 계셔서 내가 산 줄 모르고 오빠가 책을 사려고 하면 동생이 사갔으니 빌려 읽으라고 하실 정도였고 서점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 길이 엇갈려 헤맬 때 찾아주시기도 했다. 주인집 큰 딸은 내 중학교 2년 선배로 학교에서 조금 놀던 그 언니는 학교에서 만나도 아는 체 하며 잘(?) 봐주었던 기억이 선하다.내 독서취향까지 꿰고 있는 아저씨는 잘 팔리지 않는 책이라도 나같은 손님을 위해 일부러 들여놓고 알려 주시곤 했다.하긴 이 서점엔 아마  나 정도 단골 아닌 손님은 없었을 것이다.

 신림서점은 세들어 있는 건물 증개축 등의 사정으로 자리를 몇번 옮겼지만, 내 마음의 신림서점은 20대 때 신림 본동 맞은 편 코너건물에 있었던 시절의 모습으로 남아있다.지금은 홍상수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만 볼 수 있는 신림극장 라인을 따라나오면 넒은 평수에 천장까지 가득 책이 차있는 신림서점이 있었다.  친구들과 수다 떨며 틀어 박혀고른 책을 읽곤 했던  시집 골목. 반대편에 서가에 몸을 기대고 서면 바로 내 눈높이에 문지 시선 그 아래 세계사 시인선  옆에는 민음사 시인선 그 아래는 청하 시인선. 목을 빼고 기다려도 20대 때는 완역되지 않았던 '티보 가의 사람들',  김현,파울 첼란,마르께스, 쿤데라, 네루다 같은 이들을 나는 이 서점의 서가를 뒤지다 만났다.  지금은 여러 친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쿤데라의 '참-존-가'의 하드커버본.그의 책을  발견하고 첫 장의 첫 줄을 읽었을 때의 전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고딩 시절 어느 하교길에 릴케 시집을 발견하고 내가 읽은 그의 첫 시는 '가을날'이었다. 요즘처럼 인터넷서점이 있어서 책정보가 쏟아지던 시절도 아니고 때 되면 읽을 책을 권해주는 길잡이도 없었던 내게 신림서점은 눈치 안 보고 젖동냥할 수 있는 인심 후한 동네 아줌마였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한 때나마 단골서점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에 대해, 그 서점에 빚진 것이 아주 많다는 것에 대해, 그 신림서점 시집골목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있는  십대와 이십대의 내 모습에 대한 아련한 자기연민이랄까  향수랄까, IMF 때도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내 단골서점이 당시  시공사 부도로 몇년 간 흉하게 녹슨 골조로만 서있었던 복합쇼핑몰 지하의 대형서점 때문에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하고 슬프다는 말을 하고 싶은가 보다.

 아니다. 저게 다가 아니다. 신림서점이 문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내 안의 무엇인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자기 앞의 생'을 발견한 날 누런 종이봉투에 담긴 책을 안고 신림교 칼바람을 맞으며 귀가하던 열여덟살부터 내려앉은 더께같은 것에 갑갑증이 도진다.

 무슨 변비 환자처럼, 닿을 듯 말듯한 절정 앞에서 기분 더러워지는 지루환자처럼.

 기분 한번 뭐 같다.

 

.......영화 'You've got mail'처럼 되려면 주인집  큰 언니가 대형서점 아들과 연애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 언니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결혼해서 지금 학부형이다. 

 뷁.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5-10-2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신림서점이...아쉬운 것들이 이렇게 늘어가네요.

2005-10-25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0-27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갑네요.. 2009-12-10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림서점 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하셨었는데.. ㅎㅎ 인터넷 검색하다가 어찌어찌와서 보고가요 ㅎㅎ 굉장히 단골이셨나봐요.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알고 계시는 듯해서 기쁩니다 ㅎ 더군다나 저희 어머니 후배라고 하시니까 더더욱 반가운 것 같아요 ㅋ 제 어린시절도 항상 서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지낸 기억 밖에 없는 것 같아서 더 생각나네요 ㅎㅎ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제가 듣기론 36년간 하셨다고 들었었는데, 그땐 제가 어려서 아쉬워하시는 줄 몰랐었다는.. 비록 4년이 지난 후지만 지금 이 글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철이 없었는 가를 한 번 더 깨닫게 된 것 같고 서점에서 항상 책보며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새삼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ㅎ
 

알라딘 접속 넉 달 만?

그런데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즐겨찾으시는 분들이 8분으로 늘었다.

음...

 

그런데 뭘 투표로 질문하겠다는 거지?

적응 안 됨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태우스 2005-08-02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하나 쓰면 꼭 투표로 질문할 거냐고 물어봅니다. 혹시 투표하실 일 있으면 그렇다고 하시고 보기를 몇개 쓰시면 됩니다. 즐거운 알라딘 생활이 되시길.
 

그리하야..
 무릇 '투덜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회자되던 원조 투덜이를 따라가지는 못할 망정 투덜거리기에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는 오늘도 친구들과 만든 친목까페에 들어가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는 것, 늘 정확한 일기예보를 하는 터에 기상청보다 낫다는 칭송을 듣는 나의 수술자국이  심히 가렵더라는 것,이러다가는  기상청에서 나를 납치해다가 일기예보를 하게 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찍게 될지 모르니 조심해야겠다는 것, 도청이 판치는 험한 세상에서 나의 초능력을 외부에 발설치 말라는 것, 며칠 전  읽기를 마친 10권짜리 고우영의 삼국지 독후감 등.

 어릴 때 읽었던 고우영 삼국지에서 생각나는 장면이라고는 하후돈이 자기 눈알 먹어치우는 장면 뿐이었는데 다시 보니 그리 끔찍한 장면도 아니었건만 그 때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진저리를 쳤다.
 
 무삭제 완전판이라는 고우영 삼국지를 다 읽고 난 나의 소감은, 역시 나라는 캐릭터는 '자기가 조조인 줄 아는 장비'라는 것.여기까지 일단 투덜거렸는데, 투덜거리고나서  보니 뒤틀림이 절묘했다.이게 바로 나다. 자기가 조조인 줄 아는 장비.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어지간히 요란한 캐릭터.  대차게 잔정 끊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나중에 보면 술 푸고 징징거리면서 주사 부리는 유형.

 즉시 놀이에 돌입했다. 그 결과 여러가지 유형의 캐릭터가 조합되었는데, 마치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의 등장인물  칼 스트라이베르트가 강의할 때 쓰는 그리스 비극 가계도를 변주하는 기분이었다. 제일 정이 가는 유형, 제일 밥맛 없는 유형 등 순위까지 매기고 주위 사람을 총동원하여 누구는 이런 유형 누구는 저런 유형 해가며 혼자서  낄낄거리다가, 자기가 조조인 줄 아는 장비가 다시 한번 그다운 짓을하고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숨이 넘어가게 웃고 말았다.

 내가 이제까지 한 것 중 최고의 커밍아웃,
나는 자기가 조조라는 착각에 빠진 장비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5-10-2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고양이..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선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고양이 타마이다. 유교수가 타마와 친해지는 과정을 그린 에피소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화장실에서 가뿐하게 한 편 읽으면 장운동 촉진에는 이만한 게 없다.사실 요구르트 마시면서 이렇게 배를 잡고 웃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 다음으로는 역시 만화 '닥터 스쿠르'에 나오는 고양이 나비. 그 집 구성원 중 가장 강하다는 수탉 병순이를 제일 좋아하지만 나비도 구성원 중 가장 막강한 콧대를 자랑하는지라 나는 나비도 존경한다.-'구성원 중 가장 강하다'는 이 문구가 소설과 만화를 통틀어 나를 가장 웃긴 문구라는 게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잠시 우리집에 기거하다 사라진 도둑고양이.냉장고와 벽 틈에 들어가서 1주일을 버티기도 하던 엽기적인 성격으로 당시 개 이외의 동물과 의사소통경험이 전무하던 나를 놀라게 했다. 고양이 혀에 바늘이 돋아 있다는 것을 내게 처음 알려준 고마운 존재.  혀로 손을 핥을 때의 그 까슬까슬한 느낌.

나는 워낙 개를 좋아한다. 개는 오라고 하지 않아도 오고 고양이는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는 --개의 그  무작정 덤벼드는 천방지축의 정이 헤픈 성격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면 닮는다던가? 나는 그 동안 약간 개 같은 인간이 아니었던가.
심오한 반성과 성찰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요즘 내 연구 대상은 고양이다.
일단 '에라,이 고양이 같은 인간아!'라는 욕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는 객적은 이유 외에도  내 아이가 아무래도 개같은 성격보다는 고양이같은 성격을 지닌 듯한 징후를 이래저래 포착했기 때문이고 생각이 흐르고 흘러
어쩌면 고양이같은 인간이 세상 살기 휠씬 수월하지 않은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도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아주 극단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 은혜도 모르는 순싸가지라는 견해와 도도한 성품에 매료되어 기꺼이 종이 되겠다는 충성파로 나뉜다.나는 쭉 전자였으나 (지금도,'에라 이 개같은 인간아!'보다는 '에라 이 고양이같은 인간아'가 훨씬 마음에 와닿는 욕이건만) 나도 좀 고양이같은 족속으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유혹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봉착하는 이 문제. 고양이같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자질이 달린다는 것. 그 엄청난 능력을 어찌 구비할 수 있을 것인가.
연구를 위해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책을 주문했다.
저런 제목을뽑은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내 아이가 고양이라서 다행이야..해야 하나?
개같은 아이가 되어도 좋았을 것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07-03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mila 2004-07-2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들은 아무래도 개같은 아이인 것 같습니다^^...근데 아주 싸나운 개.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