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선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고양이 타마이다. 유교수가 타마와 친해지는 과정을 그린 에피소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화장실에서 가뿐하게 한 편 읽으면 장운동 촉진에는 이만한 게 없다.사실 요구르트 마시면서 이렇게 배를 잡고 웃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 다음으로는 역시 만화 '닥터 스쿠르'에 나오는 고양이 나비. 그 집 구성원 중 가장 강하다는 수탉 병순이를 제일 좋아하지만 나비도 구성원 중 가장 막강한 콧대를 자랑하는지라 나는 나비도 존경한다.-'구성원 중 가장 강하다'는 이 문구가 소설과 만화를 통틀어 나를 가장 웃긴 문구라는 게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잠시 우리집에 기거하다 사라진 도둑고양이.냉장고와 벽 틈에 들어가서 1주일을 버티기도 하던 엽기적인 성격으로 당시 개 이외의 동물과 의사소통경험이 전무하던 나를 놀라게 했다. 고양이 혀에 바늘이 돋아 있다는 것을 내게 처음 알려준 고마운 존재. 혀로 손을 핥을 때의 그 까슬까슬한 느낌.
나는 워낙 개를 좋아한다. 개는 오라고 하지 않아도 오고 고양이는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는 --개의 그 무작정 덤벼드는 천방지축의 정이 헤픈 성격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면 닮는다던가? 나는 그 동안 약간 개 같은 인간이 아니었던가.
심오한 반성과 성찰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요즘 내 연구 대상은 고양이다.
일단 '에라,이 고양이 같은 인간아!'라는 욕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는 객적은 이유 외에도 내 아이가 아무래도 개같은 성격보다는 고양이같은 성격을 지닌 듯한 징후를 이래저래 포착했기 때문이고 생각이 흐르고 흘러
어쩌면 고양이같은 인간이 세상 살기 휠씬 수월하지 않은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도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아주 극단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 은혜도 모르는 순싸가지라는 견해와 도도한 성품에 매료되어 기꺼이 종이 되겠다는 충성파로 나뉜다.나는 쭉 전자였으나 (지금도,'에라 이 개같은 인간아!'보다는 '에라 이 고양이같은 인간아'가 훨씬 마음에 와닿는 욕이건만) 나도 좀 고양이같은 족속으로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유혹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나 봉착하는 이 문제. 고양이같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자질이 달린다는 것. 그 엄청난 능력을 어찌 구비할 수 있을 것인가.
연구를 위해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책을 주문했다.
저런 제목을뽑은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내 아이가 고양이라서 다행이야..해야 하나?
개같은 아이가 되어도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