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per 의 1951년 作.
이 작품 앞에 서면 거울 앞에 선 것 같다.
화면 위를 방황하는 내 시선의 궤적에는 고스란히 이즈음의 내가 있다.
나는 병적으로 서랍장에 가린 소파의 저쪽을 기웃거린다. 그리고 다시 바다를.
그리고 다시 소파 저 쪽을. 또 바다를. 바다로 통하는 문에 들어 온 햇살을.
다시 서랍장 너머를.
바다를 오래 응시하지 못하는 건 왜일까. 소파 저쪽을 끊임없이 기웃거리는 이유는 뭘까.
덜컥 겁이 난 내가 시선 둘 곳을 몰라 헤매는 사이
소파 저쪽에 앉아 있던 내가 걸어나와서 바다로 통하는 문을 조용히 닫고 돌아간다.
그 걸음걸이는 공포영화를 본 후 전등을 끄러 갈 때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