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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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오스틴의 <설득>

 영국인이 세익스피어 다음으로 좋아하는 소설가, 심리 묘사가 뛰어난 고전 등의 소개로 잠시 망설이다 책을 펼쳐 들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설득이라는 제목 때문에, 누가 누구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좀 자세히 알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를 설득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설득할 수 없는 자기 고집과 자기 세계를 가진 사람들만 나올 뿐이다.

 게다가 8년전 사랑을 만난 두 남년의 알 수 없는 눈빛교환이라니... 정말 내가 둔하긴 둔한 모양이다. 이런 섬세하고 야릇한 눈빛교환과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교환에는 영 촉도 안 서고 재미도 못 느낀다.

 고전이라는, 남들이 다 좋다고 한다는 나름의 압박으로 언젠가 아주 기막힌 설득 장면을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로 끝까지 읽었으나 끝까지 아리까리 할 뿐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제인 오스틴을 다시 읽기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제목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만과 편견, 감성과 이성. 내가 알고 싶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인데.... 아마도 한참 뒤에는 다시 압박과 기대로 만나게 되겠지. 조금은 처연한 듯 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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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5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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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문날의 삽화

핏줄이 뭘까? 박완서의 글에서 반복되는 이야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특히나 가족앞에서는. 그런 내가 두려운. 그래서, 가끔은 내 마음 속을 들킨 듯 하다. 그녀를 느낄 수 있다.

 

2. 저문날의 삽화

1980년대 후반. 젊은 대학생들 가운데 운동권이 아니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떠돌던 그 때. 어떤 식으로도 작가는 운동권과 인연을 맺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제자의 남편처럼 철저하게 이중적이고, 비열한 운동권도 있었을 테지. 운동권 안에는 실제로 이념보다는 권력에 집중하는 사람도 많으니...

 

3. 저문날의 삽화

계급이 사라진지 어언 오래라지만 사람들 사이에 여전히 계급이 존재한다. 가진자가 주인이고, 가지지 못한 자는 알아서 기는 그런 사회다. 우정과 배려와 동정과 선심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늘아래 사람이라면 모두가 똑같이 평등하다는 그 천명을 왜 자꾸 잊게 되는거지?

 

4. 저문날의 삽화

자동차를 운전하는 남편. 이 글을 썼던 시기가 작가의 아들의 교통 사고 다음인지, 그 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이라면 앞날을 예지했던가, 뒤라면 아픔을 글로 승화했던가, 그 두 경우 다, 감탄스럽다. 

 

5. 저문날의 삽화

새로 지은 집 이야기. 그리고 전화. 교통사고.

 

6.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지금이 딱 그렇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진실이 어지러운 거짓들 사이에서 고사하는..... 모두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닫는. 아!

 

7. 가.

예전엔 그랬지. 집 한채 가지고 있으면 몇대가 살았지. 우리 어머니 때에만 해도 그랬지. 터잡고 벽돌 쌓아 올려 집 만들고, 늘려가고, 세 주고, 하숙 치고, 그러면서. 집이 곧 목숨이었지.

 

8. 우황청심환.

손님과 생선은 3일만 지나면 냄새가 난다고 그랬다지. 어느날 찾아온 중국 친척. 그리고 은퇴. 작가가 계속 묻는 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 듯.

 

9. 여덟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죽어가는, 죽기전 남편의 모습을 잔잔하고도 아프게 담아 내고 있다. 이렇게 차분히 써 내려 갈 수만 있다면 슬픔도, 분노도, 회한도 다 녹아 내릴 듯 하다.

 

10. 오동의 숨은 소리여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시아버지. 가족 안에서 진실이 가장 드러나기 어려울 때가 있다.

 

11. 티타임의 모녀

위장 취업한 운동권 남자와 결혼한 여자와 그 엄마. 엄마는 파출부. 그들이 살아가는 답답한, 참으로 답답한 현실. 돈, 명예, 지위 같은 것들로 치장한 한심한 인간들... 중요한 게 뭐냐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12.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13. 가는 비 이슬 비

이 역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세심하고 적나라한 고찰이다. 사랑하여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결혼했지만 결국 아내가 처녀가 아니라는 막연한 의심 때문에 파국으로 이른 결혼. 결혼을 해도, 혼자 살아도 스스로 당당하지 않으면, 불행일 수 밖에 없는.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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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해후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4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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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산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원가족, 친척들과의 만남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어떤 인간적 교류도 없고, 다만 일상의 삶에 현실적 이득이 되거나 소용이 닿을 때 가끔 연락하는 그런 사이거나 아님 누군가 몹시 잘나간다면 가끔 대외 과시용으로 써먹는.... 이산가족이라고 해도 다를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래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한들, 그 만남이 현실적으로 소용이 닿지 않을 때 다시 헤어지는 것도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 왜 그런가. 소용을 따지기에 그러하겠지. 소용이란 무엇인가. 이득이란 무엇인가. 물질적 이득을 중심으로 한 삶이 그렇게 만드는 거겠지. 마음을 잃고 사는 거겠지. 마음을 챙기면 나도, 가족도 챙겨지는 거겠지....

 

울음소리

칠년전 삼주일 산 아기를 낳고, 툭하면 아랫도리를 다 벗고 돌아다니는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 그의 귓가에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 끝에 남편을 만난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움딸

세상 모든 아이는 다 좋아해도, 남편의 아들은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그 여자의 심정, 그리고 그 아버지의 친구의 딸에 대한 질투....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진실로 진실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욕망을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되 타인의 욕망을 어떤 기준으로 비난하고 평가할 때, 자신의 욕망의 순수성은 오염된다.

 

해산바가지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정성껏 손주들을 돌보아 주었던 시어머니가 망령이 났다. 그 예전의 기억을 잃고 며느리는 노추한 육체, 망가진 정신을 미워하고, 천대한다. 그러다, 그 예전 기억을 떠올려준 바가지를 보고, 회심을 한다. 위선 떨지 않은체 시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보살피는 며느리가 된다. 망령이 나 정신이 망가져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인가... 여전히?

 

초대

뭘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사업을 하는 남편이 주최하는 식사모임에서 아내는 영 겉돈다. 있는 자들이 무턱대고 자기 과시를 늘어 놓는 그 자리에서 아내는 냉면을 보고 수채구멍을 막고 있던 머리카락을 떠올리고 토악질을 한다. 사람이 자신의 심연의 정신을 놓고, 계속 겉돌기만 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으랴. 편안함, 자기다움, 진실함, 그냥 나 다움, 그런걸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데 내가 나 다울 때 가장 편안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러고 살고 있는걸까? 나 말이야.

 

애 보기가 쉽다고?

덜컥 애를 보겠다고 나섰던 맹범씨, 아무리 경력 화려하고, 재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더러는 그렇게 땡전한푼없이 더러운 몰골로 어딘가를 헤멜때가 있으니 그게 바로 애 볼때? 블랙코메디 같다. 맹범씨는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을 행색으로 판단해선 안된다? 아니면, 애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의 일기

이 단편선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박완서 특유의 도덕적 결벽증이 가느다란 현악기의 줄이 울려 소리가 나듯 작가 내면의 갈등과 회심이 작고 가늘고 여리게 울리며 내 마음의 현을 함께 울리게 해 준다. 결국 작가가 자신에게 들이댔던 것은 진실함, 비교우위에 따른 행복이 아니라, 진실로 진실로 참되게 기도하고 기꺼워하지 못한 자신의 위선에 대한 심판같은 것이다.  병원 안에서는 나보다 심한 사정의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얻으며 그 것이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기뻐했으나 병원 밖에서는 계속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신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도를 올려야 하는 걸까? 신의 마음으로?

 

저물녘의 황혼

꾀병. 두 아들을 외국에 보내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주인공. 주인공은 자신이 심각하게 여겼던 병이 결국 꾀병으로 밝혀지자 자신의 두 할머니를 떠올린다.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 옆에서 똑같이 쓰러져 똥오줌 싸며 중풍환자 노릇을 했던 첩할머니, 정말 타고난 재능이던가 아니면 집념일 것이다. 맨정신에 기저귀에 똥싸는 거, 아무나 못할 노릇이다. 뭔가.... 고독, 늙은이의 고독, 직시하고 껴안아야 할 노릇이다.

 

비애의 장

개와 이산가족 그리고 교수. 진실이 사라진 관계에 대한 일갈. 이산가족도 지도교수도 그러하다. 그저 관계 때문에 체면 때문에 엮어지고 그 안에서 진실할 수 없는 것에 갈등하던 주인공이 개의 순수한 눈빛을 마주하고나서 비애에 북받쳐 통곡을 한다. 진실할 수 없는 자신을 위한 통곡이리라. 어떻게 하면 스스로 진실할 수 있을까. 자신의 본연의 마음에 충실하면? 그게 뭘까? 걷어내고, 걷어내면 만날 수 있을까? 나의 모든 욕망과 불안과 의심과 거짓을 걷어내고, 걷어내면, 그 안에 빛난는 순수가 있을까?

 

꽃을 찾아서.

장면환씨네에 세들어사는 지요코. 아주 간단한 부탁인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여 매몰차게 부탁하는...사람 사이의 정, 그리고 정의와 안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안정과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며 산다. 그것이 결국 굴욕의 삶이 됨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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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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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놓친 화합

의심이란 왜 생기는 걸까? 포장마차에서 한 남자는 끊임없는 의심으로 화합의 현장에서 구경꾼이 된다. 그게 변두리에 남게 된 이유는? 의심, 혹은 깔봄. 말 그대로 진정성의 결여다. 진정성은 어디서 생기는가? 화합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처음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생기는가? 그들의 화합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황혼

자신의 욕망 뿐 아니라 타인의 욕망, 특히 늙은 사람의 욕망을 마주 한다는 건 참 곤혹스런 일이다. 늙으면 욕망도 사라지는가. 늙었음에 욕망만 살아 있다면, 그것이 과연 추한 것인가? 나의 늙음이 멀지 않은 일인데, 난 여전히 그것을 남의 일처럼만, 나이들어 가지는 나의 욕망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생각은 않는다.

 

추적자

그 자를 추적하는 것이 삼형제에게 각각 다른 의미였지만, 무엇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강력하게 끌려가는 것도, 혹은 스스로 그를 추적하는 것도 쉽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허무한 일인 듯 싶다. 쫓는 자나, 쫓기는 자나 쫓는 다는 거, 그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는 건 허망하고 허망할 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여자의 삶, 그것을 박완서는 음모라고 했다. 그렇다면 음모를 꾀하는 자는 누구인가? 여자와 남자. 모두 이다. 음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음모를 만천하에 밝히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모르지. 나 역시 그 음모의 피해자일 수 있으니. 칼을 벼리고 사는 일이 어렵다. 그저 파란 약을 먹고, 모른체 살아가는 수 밖에.

 

육복

남자의 해외 근무가 계속 반복되는 걸 보니 가까이 그런 경험이 있었던 듯 싶다. 그 때 그랬지. 남자들이 외화를 벌겠다고 외국에서 일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벌어준 외화를 알뜰살뜰 모으거나, 혹은 흥청망청 쓰거나, 그랬지. 행복이란 뭘까? 남자도, 여자도, 행복하고는 거리가 먼데, 여자가 이쁜 양옥에 살면서 남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마음은 어떻게 해서 생긴 걸까?

 

침묵과 실어

그는 끊임없이 의미를 묻게 한다. 늙음, 병듦, 그리고 가족, 살아 있음, 혹은 죽어감. 명예, 돈,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참 많은 걸 겪어내고, 많은 게 필요하다. 화자에게 필요했던 건 뭘까? 나름의 인정, 명예. 화자가 윤상하를 보면서 느꼈던 건 뭘까? 그게 편집회의에서 자신이 했던 그 비릿한 행위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천변풍경

늙어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퇴직한 노교수. 백수회라는 지난 세월의 명예와 물질을 배경으로 큰 소리치며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어울리지 못하지도 못하는 배교수.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허망하고 참담하다.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가 중요한 이유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허망하고 참담한 이유는 외롭기 때문일 것이다. 외로움, 외로움을 떨치는,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쥬디 할머니

자식 다섯을 너무나 잘키워 동네의 부러움과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쥬디 할머니. 그 할머니가 알고보니 누군가의 세컨드였다는 것. 할머니는 다시 이사를 꿈꾸고, 그의 사랑을 온전히 받던 쥬디의 앨범이 방바닥에 뒹구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그렇다. 모든 사랑은 그렇듯 이기적이다. 자기에게 소용 닿는 한, 의미가 있을 뿐!

 

꽃지고 잎 피고

심심답답증! 아무것도 열정을 가지고 덤빌 일이 없는 심심답답증의 주부의 이야기다. 훈이 엄마가 남편의 친구의 부인에게 느꼈던 건 뭘까? 자신을 찾고, 스스로 당당하며,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사는 것이 그저 부러울 뿐.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를 찾아서, 스스로 당당하게 살라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실을 보는 빨간약이다.

 

로열박스

모든 게 다 갖추어져도 마음과 마음이 닿지 않으면, 한없이 슬프고 처량한 게 우리 인생이다. 황금으로 발라진 집에 산다고 해도, 그 곳에서 혼자 살아간다면 무슨 낙이 있겠는가. 마음과 마음이 닿는 것의 중요함!

 

무중

고급 맨션 1층에 사는 나. 어느날 안개를 보던 옆집 남자를 보고, 알 수 없는 쫓김에 늘 쫓기던 여자는 옆집 남자를 쫓는다. 쫓기는 자였던 그는 여자의 쫓음에 견딜 수 없어 자수를 했고, 여자! 사람은 늘 쫓고, 쫓기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무엇에 쫓기는 건가? 왜 편안할 수 없는 건가? 무엇때문에 불안한가? 내가 쫓는 건 무엇인가? 무중이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광고 회사에 다니던 그. 우연한 성공으로 승승장구. 아파트를 마련해 아내와 단란히 살고 있다. 그의 아파트에 어머니가 나타났다. 어머니는 곧 아파트의 안락함에 길들어지고, 아내는 집을 나간다. 그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래 줄 것은 무엇인가?

 

아저씨의 훈장

아저씨는 자기 자식 대신 집안의 장손을 데리고 피난을 간다. 그리고 자기 자식 대신 조카를 돌보며 살았다. 조카는 성공했고 아저씨는 내쳐졌다. 그리고 쓸쓸히 죽어간다. 그 아저씨의 마지막 말은 자식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아저씨의 의무감은 어디서 나온 걸까? 자식을 찾는 건, 본능, 조카를 살린 건 교육받은 건가?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후회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걸까?

 

무서운 아이들

학교 교사인 나. 반 아이들은 을희라는 아이를 따돌린다. 세상에 차갑게 마음을 닫고 있었던 나, 을희를 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뭔가 움트는 마음으로 을희를 보듬는다. 상처를 사랑으로 씻을 수 있는 건가? 장발장이 코제트를 맡으면서 느꼈던 그 사랑으로,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처럼.

 

소묘

갓 결혼한 새댁. 완벽한 시어머니 밑에서 완벽한 시집살이를 한다. 그 시어머니는 오로지 보이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이다. 보여지는 것이 왜 중요한가? 실제는 그러하지 않은데, 보여지는 것 때문에 불행하고, 쓸쓸한데..... 나보다 남이 주인이 삶을 사느라 기를 쓰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주로 79년부터 83년까지의 작품들이다. 경제개발의 광풍이 지나가고 난 뒤의 허망함, 쓸쓸함, 노쇠함들이 다루어진다. 전작에서 주로 살만한 집, 혹은 살려고 노력하는 집의 주부들의 이야기가 다수였다면 이 작품집에서는 좀 더 다양한 화자들이 나온다. 독신녀, 은퇴남, 시어머니, 혹은 갓 취업한 취업남, 새댁, 그리고 늙은이들. 며느리에 얹혀 사는, 혹은 누군가의 세컨드로 살았기에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신경쓰는, 그리고 또 누군가의 젊은 세컨드. 그들은 모두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묻고 있다. 이대로 살기에는 너무나 쓸쓸하고 외롭고 허망하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열정과 열망으로 달아오를 수 있는 그런 삶이 중요한 게 아니냐고,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 하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하다. 아니,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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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의 유령 일공일삼 43
마거릿 마이 글,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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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뭐랄까? 앞부분에서 조금 많이 늘어지는 느낌. 전체적으로 긴장이 확 떨어지지는 않으나 뭔가 나올 듯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펼쳐지는 이야기에서는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바너비 할아버지의 실체가 밝혀지고 나는 오히려 마법사가 된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고 마법의 힘을 가지는 것에 대한 내면의 갈등, 마법의 힘때문에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들 이런 것이 좀 더 다이나믹하게 전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법의 힘이 두려운 이유는 뭘까? 마법의 힘을 잘 쓴다는 것. 마법의 힘을 가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 잃을 수 있는 것, 좀 더 강력한 주제의식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끌어 갔으면.... 캐릭터의 묘사와 분위기 조성에 너무 힘을 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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