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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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문고판으로 읽었던 셜록홈즈 전집. 그때만해도 내 이상형은 홈즈처럼 지적이고 샤프하면서 예술가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나 또한 사립탐정을 꿈꾸기도 했었다. 홈즈 전집이 다시 나왔단 얘길 들었을 때, 꼭 한 번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생일선물로 전집을 다 받았고 지난해 추운 겨울밤은 홈즈와 보내는 시간으로 지루한 줄 몰랐다.

초등학교 때 보던 책들을 지금 다시 보았을 때 그만한 감동을 다시 주는 책은 참 드물다고 생각한다. 홈즈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늙지도 변하지도 않고 거기 있었다. 다만 세상의 때가 타고 좀 더 영악해진 내가 이쪽에 서 있었을 뿐. 귀곁에나마 포스트모더니티에 대한 풍월을 알고나서 읽은 터라, 모더니티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가득찬 코넌도일의 글은 자기 시대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혀서 무척 보기 좋았다. 나도 내 시대에 대해 이렇게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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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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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화를 안 낼 수 있을까? 아니, 화가 나더라도 어떻게 하면 나를 화나게 한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궁금증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호흡하고, 의식적으로 걷고, 의식적으로 먹어라-는 다소 모호한 충고들은(워낙 실리적인 것이 대접받는 세상이니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화가 내 신체의 일부이므로 아주 없애서 제거한다는 생각보다 감싸안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플럼빌리지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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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전집 4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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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너무 어려운 철학강좌를 어설프게 들었다가 지난 몇년간 철학에 대한 지독한 선입견에 시달려왔다. 까뮈는 자신의 글을 '철학'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그의 글이 누구보다도 철학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선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살.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은 자살을 꿈꾼다. 나는 과연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야 할 것인가, 까뮈는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음직한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나 또한 그 해답이 무척 일리있다고 생각한다. 삶과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까뮈의 글에서 바로 원하던 감동을 받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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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티의 회화론 사계절 Art Library 4
알베르티 지음, 노성두 옮김 / 사계절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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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르네상스가 일어났던 시기에 살고 작품 활동을 하고 예술과들과 사귀었던 화가이자 인문학자 알베르티가 쓴 세 권의 회화론을 옮긴 책이다. 미학과 미술에 관한 상식적인 수준의 이론들을 접하기 어렵지 않은 요즘에야 이 이론이 별달리 새롭다거나 체계적이란 느낌을 받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14세기, 우리가 알고 있는 최고의 문예부흥기 르네상스 시대에 그 시대의 예술가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쓰여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면 익숙한 사실들도 놀랍게 다가올 것이다.

1권은 회화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해 화가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수학적인 원리에 대한 것이다. 특히 알베르티가 강조하는 것은 기하학인데 이는 이 책이 원근법의 창안자로 알려진 브루넬레스키에게 헌정된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눈을 꼭지점으로 한 시각 피라미드 이론과 이상적으로 아름다운 회화에 대한 수학의 기여에 대해 말하고 있다.

2권은 회화의 구성원리들을 다루고 있다. 알베르티는 윤곽선과 구성, 빛을 회화의 구성원리로 개념을 정리하고 쓰임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권은 회화 예술을 완성하는 화가의 자세와 의무에 대한 것이다. 화가라는 직업이 갖는 특수성과 축복에 대해 말하고 후학들이 힘써 공부하고 솜씨를 닦아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기기를 바라는 알베르티의 마음이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세 권이라고는 하지만 각 권은 5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고 그래서 한 권으로 묶어놓아도 부담스러운 양은 전혀 아니다. 더구나 수학에 시옷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 나같은 사람이 읽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이 씌어졌으니 이 책은 화가나 화가 지망생 뿐만 아니라 전통 회화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관람하고픈 모든 사람들에게 분명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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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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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친구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읽어본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그 소설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나와 닮은 것 같다면서.

이야기는 베로니카라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물네 살 아가씨의 자살 기도로 시작되었다.인생에서 무언가 특별한 게 없다면 이쯤에서 끝을 내어도 좋겠다는 생각, 삶에서 권태를 느껴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음직한 생각이다. 베로니카는 이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먹고 수면제 네 병을 삼킨다.

그러나 그녀가 깨어난 곳은 다른 차원의 세상이 아니라 정신병원 ‘빌레트’. 깜짝 놀란 그녀에게 의사는 그녀가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 심장 쇼크로 일주일 남짓한 죽음의 유예기간을 얻은 것뿐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죽기로 결심한 이상, 일주일의 기간도 베로니카에겐 무의미한 날들이었다. 그녀는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기로 하고 빌레트라는 작은 세상 속을 무의미하게 관조하기 시작한다.

베로니카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담장 빌레트 안에서 마음껏 평화를 누리고 사는 여러 환자들을 만나보게 된다. 그들은 모두 세상에서 세상의 잣대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기에 지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우울증, 강박증, 히스테리, 정신분열을 가장하여 모든 것이 허용되고 인정되는 그들만의 작은 세상 빌레트에 안착한 것이다. 그들은 빌레트 안에서의 안락한 생활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는 듯이 보였고, 자기네 영토에 불온한 바람을 몰고 올 베로니카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직 젊고, 자기 의지를 실천할 힘을 가지고 있는 베로니카는 점점 의도치 않게 빌레트 안에서 절대적인 평화를 누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자기네가 누리는 평화와 만족에 대해 의심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심을 행동으로 옮겨내가는 환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베로니카가 실천하고자 하는 죽음에의 의지는 삶에의 의지와 맞닿아있는 것임을 베로니카 본인만 빼고 모든 환자들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더구나 관습, 금기, 거세된 욕망으로 스스로를 묶어오던 베로니카는 자신을 가두고 삶을 거두어가고 있던 것이 외부가 아니라 바로 자기 내부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죽음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것도 깊이 새기게 되었다.

친구는 과연 베로니카와 나의 어떤 구석이 닮았다고 여겼던 것일까. 나는 책을 덮자마자 책상에서 안보이는 곳으로 멀리 치웠다. 책장을 다시 펼치면 베로니카는 마치 거울처럼 물끄러미 서서 너도 어서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겁이 났다. 그리고 읽은 내용, 느낀 것들을 생각할수록 불편해지고 두려워져서 하루빨리 이것들을 잊었으면 싶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바로 빌레트의 환자에 다름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어쩜 젊기도 전에 이미 늙어버린 것이 아닐까. 젊음이란 이름에 주어진 모든 것들이 내게는 과하고 버겁게만 느껴진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험, 열정, 사랑, 꿈 따위, 내가 피튀기며 남의 가슴에 못까지 박아가며 어렵게 얻어낸 일상의 사소한 안정과 평화를 흩뜨릴 순간의 광기같은 것들. 이제 이런 것들은 내 인생에서 저 멀리 떠내려 보내버리고 나는 이제 끝을 기다리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문득 내가 이 모든 것들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사실은 아직 내 속에 이것들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어쩌면 나는 이것들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얼까. 나는 질풍들이 나를 피해가 주기를 바라고만 있나. 그 바람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주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곳엔 새로운 삶이 새로운 죽음과 함께 있지 않을까. 내가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죽을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열정과 모험과 도전정신이 사라지는 것, 젊음이 사그라드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언제부터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가 아니라 이제부터일테니까. 베로니카가 내 가슴속에서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던 말은 바로, 이 말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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