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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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현각스님이 하시는 금강경 강의를 가끔 보는데(월요일 저녁 7시 불교TV) 책으로 읽을 때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던 금강경이 이리도 쉬웠다니! 종종 무릎을 치게 된다. 같은 이유로 아하!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유쾌한 철학자 드 보통의 에세이가 새로 나왔다. 

'실패자'='패배자'라는, 누가 만든 것인지도 모를 공식에 갇혀 불안에 떠는 현대인을 위로하려고 씌어졌다는 점에서 이전에 출간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과 궤를 같이하고 있지만 <불안>은 전작에 비교해 '나'보다 '사회'에 촛점을 맞춘 글이다. 지위란 누가 부여하는 것이며, 가치란 누구에 의해 규정된 것인지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가 돈을 못번다고, 그럴싸한 직장에 못다닌다고, 이름이 없다고 그리 절망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욕망하는-기계, 어쩔 수 없이 사람이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선망하라고 부추기는 세상에 살면서 자신의 진짜 욕망을 잘 걸러내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이 진짜 원하는 것인지, 내가 되고싶은 것이 진짜 되고싶은 것인지- 곰곰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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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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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쓰기란 얼마나 어려운 노릇인지, 논문이든 편지든 어떤 형식의 글이든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닌 다음에야 말로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라 해도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글쓰기와 하등 상관없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오죽하면 스무 권에 달하는 장편을 써낸 백발의 노작가도 글쓸 땐 스스로를 '감금'한다고 하고, 글만 쓰려고 앉으면 그동안 먹고싶지도 않던 음식들과 보고싶지 않았던 사람들이 우후죽순 떠오른달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어릴적에 아주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훌륭한 글쓰기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 (문제는 그것을 계속해오지 못했다는 점이긴 하지만 ^^;) 그때 배워 지금까지 몸에 지니고 있는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 좋은 글은 쉬운 글이란 거다. 그때부터 내 목표는 노인대학에서 난생 처음 한글을 배우신 우리 할머니가 읽어도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치만 또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글을 써서 밥먹고 살게 되면서 글쓰기는 나에게 더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밥'이 되어버렸다.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내가 글을 '판다'는 것에 대한 자책과, PD와 동료작가에게 내 글과 재능이 '밥' 되는 형식에 맞추어 재단되는 것에 대한 반감, 얼마나 오래일지 모를 훈련에 대한 공포 등이 내게 글쓰기를 밀어내게 했다. 아니, 내가 죄도없는 글쓰기를 밀어낸 것이 옳다. 누가 돈주고 시키는 글이 아니면 일기나 편지 이외엔 거의 끄적대지 않았다. 그리곤 이제 글쓰기 자체를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라임색 표지에 필기체로 '써라'하고 굵직하게 박힌 제목은 무언가 모르게 사람을 압도하는 면이 있었다. 그것도 뼛속에까지 내려가서!

저자는 너무도 쉽게 왜 글을 써야하는지, 어떻게하면 지칠 때 힘을 낼 수 있는지 조분조분 설명하고 있는데- 그래서 책장도 수루룩 넘어가는데, 에필로그를 보면 저자 또한 이 책을 쓰면서도 피가 말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 역시 글쓰기는 어려운 노릇이야! 나만 어렵고 도망가고 싶은 게 아니었어!

하지만 글쓰기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이 나의 카르마라면 기왕 쓰는 거, 즐겁게 쓰자,는 것이 이 책에서 얻은 교훈 되시겠다. 이 책은 내가 어릴적 선생님께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 잘 쓰는 것보다는 즐겁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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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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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몇 해 전부터 제목이 눈에 익은 소설.

1977년에 일어난 선박 침몰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인도에 살던 동물원집 아들이 동물들을 싣고 가족들이랑 태평양을 건너다가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 일곱 달 넘는 시간 동안 벵골호랑이 한 마리랑 태평양을 표류하는 이야기.

놀랄 만큼 영특한 열여섯 살 인도 소년이 채식주의자에서 날 거북을 최고로 맛있는 음식으로 여기기까지의 과정이 담담하게 기록되어 때로는 황당한 웃음을 짓게도,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코끝을 찡하게도 한다.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또, 백척간두에 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유일한 힘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하지 않는 것'임을- 너무도 믿기 어려운 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배웠다.

올해 들은 최고의 이야기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없을 듯하다.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영화로 만드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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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간 사자 동화는 내 친구 72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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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파 피어스의 저학년 동화 중 가장 빼어난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덩치 큰 아이가 괴롭혀서 학교에 가기 싫은 작은 여자아이가 만들어낸 '사자'친구 이야기, 도망, 똘똘하지 않은 말 똘똘이가 '나와 닮은' 친구를 찾아가는 이야기, 도둑질하고 싶은 아이들의 심리를 표현한 새끼손가락 이야기, 모두 수작이다. 언젠가 아동문학가 이재복 선생님이 '동화를 잘 쓰는 사람은 셔먼'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필리파 피어스는 진정한 이 시대의 셔먼이다. 돌아가시기 전에 꼭 만나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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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고양이와 풍선 장수 할머니 동화는 내 친구 2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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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이 먹고싶어 가출한 고양이와 고양이를 찾아나선 할머니 이야기. 필리파피어스의 장기인 일상속의 환타지가 빼어난 작품이다. 풍선장수 할머니가 풍선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바다 위 고깃배에 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아름답다. 외로운 할머니와 혼자 사는 어부가 가족을 이루게되는 결말의 혜안이 아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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