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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내 메시지다 - 한 권으로 만나는 간디 사상의 에센스
존 디어 엮음, 이재길 옮김 / 샨티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가끔씩 사람 참 부끄럽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몇년 전, 동화작가 박기범씨 만났을 때 반전 단식하느라 겅중한 키에다 살거죽만 걸친 그 눈빛이 어찌나 맑고 환한지, 그 속에 비친 내가 유난히 작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같이 공부하던 언니가 '사람 참 불편하게 만드시네요'하곤 그 주말에 온가족이 대학로 단식농성장에 눌러앉던 모습도 떠오른다. (난 그때 소심하게 아픈 몸 핑계삼아 살짝 들러 인사만 하고는 따뜻한 거 사먹고 집에 왔다. ㅡ_ㅡ;;)
존 디어 목사가 엮은 간디를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자꾸 났다. 이 세상 최고의 무기는 핵이 아니라 비폭력이라는 것을,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도 않은 꿈만같은 얘기를, 실천해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도 자꾸만 마음이 불편하고 부끄러워지는 이건 뭘까.
얼마전, 이현주 목사님은 세상 어떤 것에도 '반대'하지 않겠다 하셨다. 잘못된 일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협조하지 않는'것이 그것이 참된 비폭력이다. 간디의 '비폭력'을 폭력에 '반대'하는 것으로 읽지 않아야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때로 명작이라 알려진 책들을 접할 때, 아 이 책은 언제쯤 읽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싶은 것들이 있다. 나름대로 평생 꾸준히 독서를 해왔는데도 누군가 '지드는 스무살 전에 모두 읽으라'든가 '대학때 까뮈와 카프카를, 이십대 후반이 되기 전에 간디와 체를 만나라'든가 하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나중에 내 아이에게는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머니가 되고 싶다.
짜다라 간디를 아는 것도 아닌 주제에, 간디를 만나보지 못하고 서른이 되는 모든 젊음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긴, 언제 만나느냐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평생 모르고 살아도 아무 탈 없을 한낱 가난한 나라의 정치가 하나를. 하지만 책 뒤표지에 굵은 글씨로 크게 박힌 존 디어 목사의 말처럼,
"인류가 진보하려 한다면 간디를 피해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