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삶과 길 -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 강의 1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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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강의'라는 제목으로 펴내신 책을 개정해서 낸 책이다. 목사님이 세 딸에게 강의하는 형식으로 씌어진 이 책의 1권 '예수의 삶과 길'은 "예수"라는 인물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무엇하러 왔다가 어떻게 갔는지, 우리가 그분에게서 배우고 따를 것이 무엇인지 쉽고 친절하게 씌어있다. 마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바로 내 곁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해주시는 것만 같은 다정하고 보드라운 기운이 감도는 책이다.

걸음마 시작하면서 교회에 다녔고, 동화책보다 주기도문을 먼저 외웠다는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교회를 그만 뒀다. 교회가 가진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내게 그들이 모신다는 '예수'가 그런 분이실 거라는 오해로까지 번졌고 그렇다면 나는 그런 분에게 구차하게 내 영혼을 구걸하진 않을 생각이었다. 지난 2천여년 간 교회가 그래왔듯이, 어린 나도 예수를 오해해왔던 것이다.

잡지에 광고로 실린 이 책 시리즈를 보면서 '언제 한 번 읽어야겠다' 생각만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선물받게 돼서 즐겁게 아껴읽는 중이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예수에 대한 나의 오해는 자라면서 점점 풀려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수를 오해하는 자들이(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만들어 놓은 건물 속에 들어가 그분을 다시 만나긴 싫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 나는 그들의 제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서 왜곡된 모습의 예수만 전해들어 왔을 뿐 예수가 어떤 인물인지 한 번도 제대로 궁금하게 여겨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야 비로소 '예수'에 대한 호기심이 일고 그의 가르침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불리는 것도 몹시 부담스럽다. 그저 나는 진리를 찾아 헤매는 중이고 스승이 필요하고, 지금 내가 배우기로 택한 스승은 예수다. 이 예수 선생께 얼마나 붙어있을지 아니면 영영 제자가 되어 살지는 더 배워봐야 알겠지만, 내 오랜 오해와 불신과 의심의 끝에 드디어 이분에 대해 제대로 한 번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데서 내 공부가 조금 더 진척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앞으로 이분이 과연 나를 어떻게 가르치실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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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시 콥 - 할일이 너무 많을 때는 잠을 자라?
닐턴 본더 지음, 김우종 옮김 / 정신세계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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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재치'라는 뜻의 책 이름 답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부와 권력을 지닌 민족인 유대인들이 온갖 어려운 조건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달시킨 그들의 지혜에 관한 얘기다. 0.2퍼센트의 인구로 20퍼센트의 노벨상을 차지하고, 세계 몇십 퍼센트의 부를 소유했다는 유대인, 책은 그들이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해내기까지의 방법론을 네 단계로 나누고 탈무드 식의 예화를 곁들여 접근을 시도하였다.

정보, 상징, 직관, 무한한 가능성의 네 차원에서는 각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반응, 문제 뒤에 숨겨진 배경 파악,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키기, 경험과 실수로 배우기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현실에서 가능하게 하고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살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화법은 너무나 모호하다. 과연 이 책이 '유대인의 지혜'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지혜를 나누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씌어진 책이라면 유대인이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하고 쉬운 문장을 택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책은 알쏭달쏭한 탈무드식 화법에 익숙한 유대인들을 위해 씌어진 책이 틀림없다. 하지만 '탈무드식 위기탈출법'이란 광고 문안을 달고 나온 것을 보면 탈무드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분명한데...

며칠에 걸쳐 꼼꼼히 정성들여 읽었지만 내게 이 책은 여전히 뜬구름잡는 소리로 들린다. 유대인의 지혜에 다가가기는커녕, 유대인의 지혜에 다가가는 지도조차 해독을 못한다는 생각에 암담한 기분마저 든다. 급기야 해독되지 않는 책을 놓고 화살은 엉뚱한 데로 날아가 과연 이 놀라운 지혜를 지닌 유대인들은 어째서 무고하고 힘없는 남의 백성을 그리도 못살게 굴고 있는가,에까지 미친다. 유대인들의 지혜는 상을 타게 하고 권력도 얻게 하고 돈도 벌게 하지만 가슴 속의 '사랑'을 키우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발달한 지혜라서 그런걸까? 아무려나 그렇게라도 억지를 부리고 나니, 이 책을 후련하게 이해 못했다는 사실에 작으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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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길벗어린이 문학
미하엘 엔데 지음, 프란츠 요제프 트립 그림, 선우미정 옮김 / 길벗어린이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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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박사의 후예였으나 바구니에 담겨 바다위를 떠돌던 짐크노프 이야기. 뭐요 아주머니네 집으로 잘못 배달된 소포에서 시작해 루카스 아저씨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용에게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악당들을 붙잡았으나 용서를 통해 친구가 되는 진짜 왕자 이야기. 우리 어릴 때 '기관차 대여행'으로 나왔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묶은 것.

가는 펜으로 그려넣은 삽화가 너무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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렝켄의 비밀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유혜자 옮김, 베른하르트 오버디에크 그림 / 보물창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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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짧은 그림동화들을 모아놓은 선집.

마법학교, 끈기짱 거북이 트랑퀼라, 조그만 광대인형,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벌거벗은 코뿔소를 비롯한 환상적이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열두 작품 수록돼있다. 이중 다섯 작품은 예전에 따로 출판된 그림동화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정성껏 그려진 삽화가 각 이야기마다 따로 묶인 그림동화책과 이야기 위주로 묶어놓은 선집의 차이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번역이 열라졸라댑빵캡짱지대 실망스러웠다.

경제학을 전공하신 분이 번역을 하셔서 그런지 상당히 '경제적'으로 번역된 것 같기는 한데, 좀머씨 이야기, 오이대왕 등 좋은 책도 많이 옮긴 분인데... 이 책은 왜 이럴까?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동화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입말'인데 그걸 고려해서 노래하듯 써놓은 원작의 재미를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소설가들이 동화쓰기에 애를 먹듯이 소설을 잘 번역하던 사람 역시 동화 번역엔 애를 먹는 모양이다. 

그리고 삽화도 미하엘 엔데의 환타지를 제대로 이해한 작가의 그림같지가 않다. 초현실주의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쓰게된 미하엘 엔데와 그의 작품이 주는 상상의 세계에 충분히 빠져본 사람이라면 이렇게 어설픈 사실주의적 그림을 보면서 깜짝 놀랄거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상상한 것과 그림이 너무나 다르다! (이래서 많은 그림동화작가들이 글과 그림을 겸업하나보다.) 

좋은 원작을 가져다가 어설픈 번역과 성의없는 일러스트로 원작의 재미를 앗아가는 이런 책들,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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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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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쉽다. 쉬우면서 담백하다. 쉽고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쉽고 담백하고 깊이가 있으면서 유머와 위트가 있다. 쉽고 담백하며 깊이도 있고 유머와 위트를 갖췄으면서도 촌철살인을 잊지않는다.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 뮈사르의 유언 이 세 편의 단편에 이은 에세이 '문학적 건망증'이 수록돼 있다. 특히 이 마지막 에세이는 내 얘기를 옮겨놓은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작가는 자기가 예전에 읽었던 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자기와 똑같이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아놓은 사람이 옛날의 자신이란 걸 발견하고 충격받는다. 나도 친구들이 재미나게 하는 영화 얘기를 한참 듣고 집에와서 다시 보면, 자막이 끝나갈 때쯤 언젠가 내가 보고나서 좋다고 말했던 영화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적 건망증'이랄까.

 사실은 <향수>랑 <좀머씨 이야기>가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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