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의 하나님 -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 강의 3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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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강의 세 번 째 권.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구약의 '출애굽' 이야기와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에 이르는 이야기가 할아버지가 해주시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미나게 씌어 있다. 어릴 때 주일학교에서 들었던 그 이야기들이 단순한 옛이야기 이상으로 깊고 너른 뜻, 또 어려운 질문이 담겨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됐다.

사람에게 '믿음'은 무엇인가. 믿음을 가진 사람이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또 어떻게 그곳까지 닿아야 하는가. 저자는 '믿음이란 떠나야 할 곳을 떠나(Exodus from) 닿아야 할 곳에 닿는(Exodus to) 것이 바로 믿음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이 살면서 이루어야 할 모든 것이 바로 이 '출애굽' 한 마디에 요약돼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서의 출애굽 이야기는 모세라는 사람이 한 민족을 해방시킨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모든 인간이 스스로를 해방시켜 기독교 식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에게로,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해탈, 진리, 道, 우주의 섭리 등으로 가닿는 것이 결국 이 엑소더스라는 것이다. 이현주 목사님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참 쉽고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 학교와 교회에서 느꼈던 다양하고 아리송한 질문들이 명쾌하고 설득력있게 풀이돼있는 이야기를 읽으니까 어릴 적 가졌던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단순 소박하기만 했던 그 믿음이 다시 떠오른다. 정말 좋은 책이다. 기독교뿐 아니라 신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라면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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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를 보자 - 45년간 물만 먹고 살아온 양애란의 삶과 그 뜻
양애란 구술, 박광수 엮음 / 정신세계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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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정신세계사 신간 모니터 요원이 되면서 받은 네 번째 책.
움푹 패인 두 눈에 수척한 얼굴의 여인, 어딘지 계몽의 냄새를 팍팍 풍기는 제목. 공짜라 해도 첫눈에 썩 달가운 느낌은 안들었던 책이다.

사람은 밥을 안먹고 열흘 정도 견딜 수 있으며, 물을 안먹곤 채 한 달을 못버틴다고 한다. 그런데 이분은 물만 먹고 45년을 살았단다. 그것도 곡기를 '끊은' 것이 아니라 어느 날부터 먹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벌써 정신을 놓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온갖 통증과 싸우면서도 그 고통 안에서 '사랑'을 깨달아 스스로 사랑이 되신 분. 고통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른 것만도 대단한데 스스로 다른 사람의 고통마저 대신 감당하겠다고 나서신 분.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 분이 사람이 아니면 관음의 화신 쯤 되시겠다 싶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끝까지 정통하면 진리를 깨치게 된다더니 이분은 고통을 통해 진리를 깨친 분이다. 말씀을 기록한 책을 읽었을 뿐인데 그분의 사랑이 활자로, 기운으로 옹글게 전해져온다. 꼭 한 번 친견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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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수상록 범우문고 176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성규 옮김 / 범우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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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려운 데 긁어주시는 러셀 할아버지 에세이 모음.
'행복은 번영하는 데 있는 것이지 번영한 것에 있지 않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고 또 최근 나에게 가장 필요한 구절은 「자유인의 신앙」이라는 글 속에 있었다.

인간의 일생은 밤새우며 먼 길을 걷는 것과 같은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 둘러싸여 피로와 고통에 괴로워하면서 소수의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누구도 오래 그곳에 머무를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아감에 따라 우리의 동지는 한 사람씩 전능한, 말없는 죽음의 명령에 따라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우리가 동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불과 잠깐 동안이며 그 동안에 그들의 행복 혹은 불행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들의 길 위에 햇빛을 비추어 그들의 슬픔을 동정의 향기로 가볍게 하고, 부단한 애정과 순수한 희열을 주어 쇠진한 용기에 힘을 주고, 절망할 때 신념을 불어넣는 것이 우리의 생애가 되도록 하자.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인색한 표준으로 평가하지 말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슬픔이나, 곤란이나, 맹목적인 것까지 그들의 인생을 비참하게 하는 것들-을 염려해주자. 그들은 우리와 같은 어둠 속에서의 수난자이며, 우리와 더불어 같은 비극에 출연하는 배우임을 잊지말자. 그것으로 그들의 일생은 끝나고 과거의 불멸에 의해서 그들의 선과 악이 영원할 때, 그들이 괴로워하고 그들이 실패한 경우 우리의 어떤 행위도 그 원인은 아니었으며 신성한 불꽃이 그들의 마음에 타올랐을 때는 언제나 기꺼이 격려하고 공명하며, 고매한 용기를 빛나게 하는 용감한 말을 건네주었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의 생애가 되도록 하자.

번역이 살짝 아쉽다는 것을 차치하면, 버트런드 러셀의 글은 언제나 명쾌하고 속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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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천마일 - 한비야를 읽었다면 박문수를 읽어라!
박문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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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계일주를 해보리라, 부풀은 꿈만 안고 가입한 오지여행 클럽의 장이 책을 냈다고 하기에 보니 아프리카 여행기였다. 때마침 아프리카 여행에 관해 알고싶기도 하고, 매번 오지를 여행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을 담은 단체메일을 쏘아대는 클짱의 정체도 궁금하고 하여 책을 사게 됐다.

81년생, 막 군대를 제대한 까까머리 남자아이. 수중엔 백만 원. 이걸로 아프리카에서 일년 버텨보자, 배짱 하나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3년에 걸쳐 동부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여행한 뒤, 새로운 인생을 발견하고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아프리카 정치학을 공부하는 중. 

언젠가 배낭여행 다니던 중에, 세계 곳곳에서 온 용감한 친구들을 만나서 자극받던 일이 기억난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에서 자라 피아노까지 전공했지만 홀홀단신 스코틀랜드로 건너와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자기 인생을 개척해보겠노라던 동갑내기 제니퍼, 페르시아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열린 세계를 동경하던 이란 친구 무함마드, 10년 동안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오토바이 세계일주를 하고 있던 일본 친구 다나카, 해마를 좋아해서 전 세계의 해마를 돕고 싶다던 호주 친구 제니퍼, 국경과 인종을 넘어 사랑하던 케이씨와 마틴- 모두들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까? 그때 만난 겁많고 소심한 한국 소녀를 다들 기억하고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 내 여행이 한국땅에 돌아오는 순간 끝나지 않았더라면, 만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더라면 내 삶이 지금하곤 조금 다른 모습이 돼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세 살이나 적은 작가는, 결국 그 여행을 선택했고 길 위에서 자기 삶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내 삶도 훌륭하지만, 천성적인 방랑벽이 있는 O형 사수자리 내게 길 위의 삶이란 아직까지도 대단한 유혹이니까.

책에서 아프리카의 가난한 현실과 뼈아픈 역사들,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많이도 울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속에서도 아프리카 사람들의 희망을 찾아내고 거기서 자신을 세우는 힘도 얻는다. 참 대견하다. 사람의 배움이란 나이를 가리지 않는 것이기에, 이 친구도 내겐 스승이다. 귀한 배움을 허락해준 책 제목도 너무나 근사하다. 기쁨의 천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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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 음악평론가 김진묵 에세이
김진묵 지음 / 정신세계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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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김진묵 씨의 에세이집이다.
정신세계사에서 이런 책도 만드나 싶게 부드럽고 달콤하고, 그러면서도 쉽게 물리지 않는 아주 담백한 맛의, 읽는 내내 아주 기분 좋은 책이었다.

나는 음악에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고 음악평론가라는 직업도 내겐 생소하기 짝이 없으며 김진묵이란 이름도 이 책 때문에 처음 들어봤지만 이 사람이 소개하는 음악과 그 음악에 얽힌 이야기, 음악 하나만을 따라온 저자의 인생에 감동받았다. 책을 읽는 내내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머릿속에서 음악이 켜져 책을 덮은 이 순간까지도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가 황병기의 '미궁'을 들으면서 소름이 오싹, 이런 소리도 음악이라고 부르는지 갸웃했던 때가 있다. 음악이면 모름지기 아름답고 달긋하고 뭔가 규칙도 좀 있고 그래야 되는것 아닌가 싶은, 학교에서 배운 재미없는 음악 외에 다른 음악은 모르던 내게 '미궁'은 그냥 충격적으로 스쳐간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음악을 기획했던 저자의 생각을 이 책에서 읽으면서 그 '미궁'을 다시 한 번 들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동시에 저자가 만들고 있다는 '까보니즘' 음악에 대해서도 무척 궁금해진다. 서양의 고전 음악에서, 락, 재즈, 트로트, 국악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많은 음악을 다양한 각도에서 편견없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만든 음악이라면, 분명히 어떤 울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껏 정신세계사에서 받은 책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읽기 쉬웠던데다 읽고 나서 가장 행복해지는 책이기도 했다. 책에서 소개된 음악들을 주욱 한 번 들어보고 싶다. 그 음악들이 소위 '매니아'들만 어렵사리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음악들이라는 데 더욱 친근감이 느껴진다. 만나서 괜히 기분 좋아지는, 그런 책, 그런 이야기, 그런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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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묵 2007-07-03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흔들리거나 반짝이는>의 저자 김진묵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예까지 들어왔네요. 과분한 독후감 고맙습니다. 제 카페에도 한번 놀러오세요. 이제 시작이지만 멋지게 꾸밀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cafe.naver.com/carvo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