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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천마일 - 한비야를 읽었다면 박문수를 읽어라!
박문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세계일주를 해보리라, 부풀은 꿈만 안고 가입한 오지여행 클럽의 장이 책을 냈다고 하기에 보니 아프리카 여행기였다. 때마침 아프리카 여행에 관해 알고싶기도 하고, 매번 오지를 여행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을 담은 단체메일을 쏘아대는 클짱의 정체도 궁금하고 하여 책을 사게 됐다.
81년생, 막 군대를 제대한 까까머리 남자아이. 수중엔 백만 원. 이걸로 아프리카에서 일년 버텨보자, 배짱 하나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3년에 걸쳐 동부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여행한 뒤, 새로운 인생을 발견하고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아프리카 정치학을 공부하는 중.
언젠가 배낭여행 다니던 중에, 세계 곳곳에서 온 용감한 친구들을 만나서 자극받던 일이 기억난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에서 자라 피아노까지 전공했지만 홀홀단신 스코틀랜드로 건너와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자기 인생을 개척해보겠노라던 동갑내기 제니퍼, 페르시아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열린 세계를 동경하던 이란 친구 무함마드, 10년 동안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오토바이 세계일주를 하고 있던 일본 친구 다나카, 해마를 좋아해서 전 세계의 해마를 돕고 싶다던 호주 친구 제니퍼, 국경과 인종을 넘어 사랑하던 케이씨와 마틴- 모두들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까? 그때 만난 겁많고 소심한 한국 소녀를 다들 기억하고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 내 여행이 한국땅에 돌아오는 순간 끝나지 않았더라면, 만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더라면 내 삶이 지금하곤 조금 다른 모습이 돼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세 살이나 적은 작가는, 결국 그 여행을 선택했고 길 위에서 자기 삶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내 삶도 훌륭하지만, 천성적인 방랑벽이 있는 O형 사수자리 내게 길 위의 삶이란 아직까지도 대단한 유혹이니까.
책에서 아프리카의 가난한 현실과 뼈아픈 역사들,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많이도 울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속에서도 아프리카 사람들의 희망을 찾아내고 거기서 자신을 세우는 힘도 얻는다. 참 대견하다. 사람의 배움이란 나이를 가리지 않는 것이기에, 이 친구도 내겐 스승이다. 귀한 배움을 허락해준 책 제목도 너무나 근사하다. 기쁨의 천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