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수상록 범우문고 176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성규 옮김 / 범우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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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려운 데 긁어주시는 러셀 할아버지 에세이 모음.
'행복은 번영하는 데 있는 것이지 번영한 것에 있지 않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고 또 최근 나에게 가장 필요한 구절은 「자유인의 신앙」이라는 글 속에 있었다.

인간의 일생은 밤새우며 먼 길을 걷는 것과 같은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 둘러싸여 피로와 고통에 괴로워하면서 소수의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누구도 오래 그곳에 머무를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아감에 따라 우리의 동지는 한 사람씩 전능한, 말없는 죽음의 명령에 따라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우리가 동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불과 잠깐 동안이며 그 동안에 그들의 행복 혹은 불행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들의 길 위에 햇빛을 비추어 그들의 슬픔을 동정의 향기로 가볍게 하고, 부단한 애정과 순수한 희열을 주어 쇠진한 용기에 힘을 주고, 절망할 때 신념을 불어넣는 것이 우리의 생애가 되도록 하자.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인색한 표준으로 평가하지 말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슬픔이나, 곤란이나, 맹목적인 것까지 그들의 인생을 비참하게 하는 것들-을 염려해주자. 그들은 우리와 같은 어둠 속에서의 수난자이며, 우리와 더불어 같은 비극에 출연하는 배우임을 잊지말자. 그것으로 그들의 일생은 끝나고 과거의 불멸에 의해서 그들의 선과 악이 영원할 때, 그들이 괴로워하고 그들이 실패한 경우 우리의 어떤 행위도 그 원인은 아니었으며 신성한 불꽃이 그들의 마음에 타올랐을 때는 언제나 기꺼이 격려하고 공명하며, 고매한 용기를 빛나게 하는 용감한 말을 건네주었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의 생애가 되도록 하자.

번역이 살짝 아쉽다는 것을 차치하면, 버트런드 러셀의 글은 언제나 명쾌하고 속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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