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승객 - Mystery Best 5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심상곤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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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셔 하이스미스는 알랭들롱이 주연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원작 소설인 <재주꾼 리플리씨>로 유명한 작가이다. (DMB에서는 소설의 제목도 <태양은 가득히>로 되어 있다.) 그리고, <낯선 승객>은 패트리셔 하이스미스가 1950년에 발표한 그녀의 처녀작이다. 당시 상당한 주목을 끌었으며 곧바로 히치콕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고 하니 화려한 데뷔작이었음에 틀림없다.

<낯선 승객>은 범행의 시초부터 범인들의 행적을 뒤쫓으며 그들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주안점을 둔 범죄 소설형 도서 추리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러한 작풍의 선구격에는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가 있다. 크로프츠나 헐의 도서 추리 소설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이러한 '아일즈식' 범죄 소설형 도서 추리 소설은 치밀한 음모와 복잡한 트릭을 구상하고 범죄를 실행하는 과정보다는 범죄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자의 심리와 사고방식의 변화, 인간성의 변모등을 다루는데 주안점을 두는데에 특징이 있다. <낯선 승객>은 그다지 가깝지 않은 두 명의 남자가 서로 상대방의 살인을 대신 행함으로써 범죄의 동기를 은폐시키는 '교환 살인' 트릭에 모티브를 두고 있다. 그리고 결국 살인을 저지른 그 두사람이 서서히 불가항력적인 파멸의 길로 걸어들어 가는 것을 냉혹하고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교환 살인'의 트릭은 후일 프레데릭 브라운의 <교환 살인>에서도 등장한다. 그러나 브라운의 <교환 살인>은 살인을 위해 주인공이 사전에 예행연습까지 해가면서 준비하는 치밀한 과정 묘사와 약간은 코믹하고 황당한 반전 등이 있는 다소 가벼운 범죄 소설로 모티브는 동일하지만 -낯선 승객의 영향을 받았을 걸로 예상된다- 대체적으로 범죄자의 어두운 심리를 다소 음울하게 다룬 <낯선 승객>과는 여러 모로 비교가 되는 작품이다. )

그러나 이러한 범죄 심리 소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심리에 독자를 감정이입시키고 일체화 하는 부분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두 남자 주인공인 거이와 브루노의 애증적 관계와 브루노의 거이에 대한 파멸적 집착 등이 내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물론 '브루노가 미치광이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의 행동을 합리화 시킬 수 있겠지만, 인류의 가장 논리적인 오락물이라는 추리 소설에서 그저 모든것이 범인이 미쳤기 때문이라고 둘러 댈 수는 없는것이 아니겠는가. 여성 작가의 심리 묘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징크스가 있는 독서 습성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작품이 추구했던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서스펜스적인 전개에 푹 빠져들지 못 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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