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추가 파병단이 이라크로 떠났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을 지지했던 나는 다소나마 곤혹스럽고 착잡하다. 파병을 지지하던 사람들과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던(다른 유력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커다란 교집합이 이러한 곤혹스러움을 더욱 부추긴다.
그렇다고 지난 선거에서의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겠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고종석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원문을 보고 인용하는것은 아니고, 그냥 기억에 의존한 대강의 줄거리다.
"노무현의 최대 업적은 대통령 당선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어떤 다른 일을 잘 해낸다 할지라도 비주류 노무현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대한민국 사회에 일어난 파장과 변화 만큼의 의의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이 그간 걸어온 길들이 나의 예상을 깨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고종석의 저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나는 비판과 견제는 할지언정 이 정권을 버리지는 않겠다. (내가 버린다고 큰 일이 나는건 더더욱 아니다) 노무현이 '대통령 당선'이라는 혁명적 업적을 뛰어 넘는 훌륭한 개혁 정책을 완성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지지자로서의 몫일것이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정치를 무조건 비난하고 욕하고 침뱉는 (그리고 내팽겨치고 신경도 쓰지않는) 행위는 우리 사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의 감시와 비판 속에서 민주주의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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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08-0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 씨를 좋아하긴 하지만, 때때로 씨의 주장이 주어만 바꾼 채 재인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지요. 님께서 인용하신 부분도 씨가 주어를 김대중으로 바꾸고 예전에 주장했던 부분이기도 하구요.
쩝... 노무현이 이런 식으로 나오더라도, 설혹 그가 내새웠던 여러 진보적 가치들이 지지층 확보를 위한 정치적 쇼맨쉽이라 할지라도, 최선의 이회창보단 최악의 노무현이 나을 것이라는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겠지요. 날도 더운데 참 기분 좋은 소식은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oldhand 2004-08-0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권 교체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이 정말 신화처럼 들리던 시대가 있었지요. 동어의 반복이긴 하지만, 발언의 시기상 약간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강준만 교수가 97년 대선 전 선거전 와중의 절박한 심정으로, 혹은 DJ가 미진한 개혁으로 비판받던 임기 중 시기에 DJ를 변호하는 의미로 이와같은 발언을 했다면, 고종석씨의 저 발언은 노무현이 당선자 시절, 노무현 지지자들 누구나 희망찬 새 정권의 앞날을 축복하고, 기대에 차 있던 시기에 나왔던 것이라서... 어찌 보면 노무현 정권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으로 들리기도 했던 냉정한 소견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