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추리문고가 재발간 되기 시작한게 어언 1년 6개월여가 지났다. 시리즈가 이미 150여권이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내겠다는 출판사의 계획이 실천된다면 당분간 추리 소설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전전하거나, 주위의 소장가들에게 빌려서 볼 일은 없을 듯 하다. 동서 뿐이랴. 요새는 해문에서도 활발하게 새 책들을 내주고 있고, 북하우스나 황금가지 쪽도 심심치 않고, 외면 받고 있어서 주춤하긴 하지만 국일도 있다. 고려원도 부활했다. 이래저래 추리소설 매니아들에게는 행복한 요즈음이다. 불과 3-4년 전의 암울했던 시기를 기억해 보라! 재고 도서로 몇 권 남아 있는 시그마 북스를 제외하고는 새 책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문고판 추리 소설은 거의 전무했지 않은가.
덕분에 요새는 읽는 책의 8할이 추리 소설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사서 보던 시리즈의 만화들이나 가끔 읽고, <인물과 사상>, <아웃사이더> 등 정기적으로 보던 책들도 뒷전이 되어 버렸다.(편집 방향의 전환도 약간의 이유가 되긴 했지만) 추리 소설만 냅다 연속 읽어 줬더니 편식에 의한 영양 불균형 현상과 더불어, 영악한 독자로서의 내성이 생겨 추리 소설 읽기의 즐거움이 약간 떨어진 듯도 하여, 8-9월에는 간혹 다른 책들도 좀 읽어주기로 했다. 사놓고 아직 채 못읽은 비 추리소설(추리 소설이 아닌 모든 종류의 책)들도 몇 권 있고 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 토요일날 집어든 <살인자의 건강법>. 실로 몇년 만에 읽어 보는 비추리 소설(추리 소설이 아닌 소설)인가! 적어도 4-5년은 넘은 듯. 그것도 베스트 셀러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프랑스 소설이라니!(색다른 기분에서 오는 이 느낌표의 남발을 보라) 밥만 먹다가 낯선 프랑스식 특별 요리를 먹는 느낌. 내 입맛에 딱 맞지는 않지만그 느낌이 그다지 나쁘지 않아 즐겁게 읽고 있는 중이다. (분량도 많지 않은데 주말에 너무 더워 퍼져 있느라 채 다 못 읽었다 -_-;) 이 참에 <적의 화장법>까지 읽어 볼까. <자전거 여행>도 읽어야 하는데.